코피

 


  큰아이가 아침에 벌떡 일어나더니 손으로 코를 슥 문지르다가 빨간 피를 본다. 코피가 나네. 다시 누우라고 이르고는 휴지를 두 칸 뜯어 코피를 닦는다. 콧등과 등판을 살살 주무르고는 이마를 쓸어넘긴다. 자, 자, 더 자자. 어제 늦게 자고 오늘 너무 일찍 나려 하니까 몸이 힘들어서 그래.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놀 때에도 잘 놀면 코피는 사라져. 4346.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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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59) 어디의 1 : 어디의 예의냐

 

갑자기 남의 얼굴에 손을 대는 건 어디의 예의냐
《데즈카 오사무/도영명 옮김-칠색잉꼬 (5)》(학산문화사,2012) 11쪽

 

  “손을 대는 건” 같은 말투는 오늘날 그대로 두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예부터 이처럼 말하지 않고 “손을 대는 짓은”처럼 말했어요. ‘것(건)’이 아닌 ‘짓’이라는 낱말을 넣으며 말했어요. ‘것’이라는 낱말을 넣은 말투를 아무 자리에나 쓰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면, 한겨레는 토씨 ‘-의’ 또한 아무 자리에나 쓰지 않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아무 자리에나 ‘-의’를 쓰고 맙니다. 옳게 생각하거나 살피면서 말을 하는 사람이 드물고, 바르게 헤아리거나 가다듬으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적어요.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돌아본다지만, 옳은 말법이나 바른 글투를 곱씹는 사람은 좀처럼 안 나타납니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손길이 되어 사랑스러운 글빛을 드러내기란 어려울까요. 스스로 아름다운 눈길이 되어 아름다운 말빛을 나누기란 힘들까요.

 

 어디의 예의냐
→ 어디 예의냐
→ 어디서 배운 짓이냐
→ 어디서 굴러먹은 버릇이냐
 …

 

  내 어릴 적을 곰곰이 떠올립니다. 나는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하는 말투를 곧잘 들었고, 동무들끼리 다툼이 있을 때에 서로 이런 말을 외치곤 했어요. 아마, 어른들이 우리를 나무랄 적에 “너희들 그게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냐” 하고 윽박지르셨겠지요. 그래서 어린 우리들도 어른들 말투를 똑같이 물려받아 이런 말을 읊었지 싶어요.


  “어디의 예의냐” 같은 말투는 듣지 못했고 쓰지 않았어요. “어디서 배운 예의냐”라든지 “어디에서 굴러먹은 예의냐”처럼 듣고 썼어요.


  일본사람이라면 ‘の’를 넣는 말투가 익숙하거나 올바를 테고, 한국사람이라면 ‘-의’ 아닌 뜻이랑 느낌을 살리는 말투여야 알맞으며 아름답습니다. 토씨 ‘-서’나 ‘-에서’를 붙일 노릇입니다. 조금 더 살피면, “남의 얼굴에”도 “남 얼굴에”처럼 적거나 말할 수 있어요. 입으로 “남 얼굴에 손을 대는 짓”처럼 말해 보셔요. 술술 부드럽게 말이 흐르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4346.1.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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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남의 얼굴에 손을 대는 짓은 어디서 배웠느냐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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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자리

 


  ‘글을 쓰는 터’, 곧 ‘작업실’이라는 데를 이태쯤 누린 적 있다. 아직 혼인을 안 했고 아이도 없던 홀몸으로 서울에서 살아가던 때였는데, 보증금 천만 원에 깃들 수 있는 되게 재미난 골목집 2층을 얻어 달삯 20만 원 내면서 지내 보았다. 2001∼2002년 무렵이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이던 나무집이었는데, 나무로 지은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면 삐이꺽삐이꺽 소리가 났다. 벽도 천장도 나무요, 2층 골마루도 마땅히 나무이다. 2층 난간 또한 나무이다. 온통 나무이니, 천장 안쪽에서 집쥐 달리기하는 소리를 듣고, 따로 뒷간이 없던 집이라, 집임자가 여러 셋방이 함께 쓰는 뒷간을 손수 만들어 주기도 했다. 겨울이 되면 물을 틀어도 개수대가 꽁꽁 얼어붙어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수 없던 그곳에, 어느 날 족제비 한 마리 찾아와 내 방을 기웃거리다가 홱 사라지기도 했다.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나무집에서 내 몸 하나 누일 자리만 있던 보금자리는 처음으로 누린 내 ‘글방’이었다고 할까.


  옆지기랑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오늘을 돌아본다. 아이들 재우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놀리고 하느라 부산하다. 네 식구 살아가며 내 글을 쓸 틈은 깊은 밤과 새벽 빼고는 없다. 모처럼 혼자 바깥일 보러 나오면, 너무 홀가분한 몸을 어쩌지 못하기 일쑤이다. 이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하, 우리 아이들이 아버지더러 느긋하게 글 좀 써 보라고 이렇게 나를 풀어 주었나? 눈을 살그마니 감고 생각을 기울인다. 그래, 그러면 내 삶을 찬찬히 수첩에 적어 볼까? 둘레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건, 곁에서 누가 큰 목소리로 떠들든, 옆에서 누가 손전화기 꺼내어 영화를 보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외버스를 탔건, 군내버스를 탔건, 하나도 대수롭지 않다. 나는 내 마음을 기울여서 내 사랑을 글 하나로 갈무리한다. 퍽 시끌벅적한 술집에서조차 시를 쓴다. 그래, 시는 이렇게 태어나는구나. 어디에 내 몸을 깃들이더라도, 내가 시골숲 누리는 사랑을 떠올릴 수 있어야 비로소 시 한 자락 태어나는구나.


  수첩에 깨작깨작 적바림한 시 한 자락을 정갈한 종이 하나 꺼내어 차근차근 정갈한 손글씨로 옮겨적는다. 그러고는 내가 좋아하는 이웃한테 살며시 내민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쁘며 즐거운 선물인, 시쓰기이다. 4346.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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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

 


아이 둘
재우면
내 잠자리 좁다.
왼팔베개
오른팔베개
내 팔은 저리다.

 

그러나
좋다, 따스하다, 포근하다.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느끼며
아이들과 같이 잠든다.

 


4345.12.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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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씨는

눈도 마음도 생각도 사랑도

따사로이 건사하면서

살아갈 뜻이 없구나 싶다.

 

이렇다면, 참 딱할밖에 없다.

논쟁을 하든 비판을 하든 비평을 하든

이녁 자유인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면서

이녁 주장을 편다면,

이런 주장이

책마을에 어떻게 보탬이나 도움이 될까.

 

이제 한기호 씨는

알라딘책방 깎아내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알라딘책방에서 오래도록 책을 사서 읽던

'여느 수수한 책사랑이'한테까지

'알라딘 알바'라는 비아냥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알라딘에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그곳에는 알라딘 알바들 다수가 활동하는 모양이다"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로 겪지 않고 '남한테서 주워들은 소문'으로

함부로 글을 쓰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고

슬픈가.

 

한기호 씨는

"북오프 때문에 일본이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저력이 있었기에 일본은 그나마 살아남았다."

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한기호 씨가 알음알이하는 책마을 몇몇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서 이렇게 '단정'을 지어도 될까?

 

이처럼 생각하는 일은 이녁 자유요,

이런 주장 펴는 일도 이녁 자유이다.

알라딘책방을 까든

알라딘에서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을 까든

한기호 씨 자유이다.

 

다만, 한기호 씨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런 비아냥으로는 책마을이 살아나지 않을 뿐더러,

이런 비아냥을 일삼는 짓으로는 도서정가제도 뿌리내릴 수 없고,

무엇보다

한기호 씨 삶이 좁은 울타리에서 갑갑하지 않을까?

 

한기호 씨는

"솔직히 내가 괴로워한 것은 알라딘의 노동자들 때문이었다"

하고 이야기하는데,

알라딘책방 일꾼 노동환경이 걱정스럽다면,

이 문제를 꾸밈없이 터뜨려야 한다.

왜 이 문제를 꽁꽁 숨긴 채 말을 않고,

비아냥과 깎아내기와 헐뜯기로

책마을과 책숲을 어지럽히려고 할까.

 

부디,

사랑을 되찾고

마음을 착하게 다스리며

생각을 곱게 추스를 수 있기를 빈다.

 

제발

컴퓨터와 자가용 좀 내려놓자.

눈을 뜨고 시골로 가서

숲바람 좀 마신 다음

'책 이야기'를 하시기를 빈다.

 

 

(정신건강에 사납기 때문에 어느 글에서 '알라딘 알바' 이야기가 나왔는가 하는 대목을

 굳이 이어주기(링코)를 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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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1:43   좋아요 0 | URL
궁금해 하지 마셔요.
정신건강 사나워져요.

그리고... 애써 도움말을 적어 보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더군요.

예전에도, 이렇게 '남 까대기'만 하면서
'출판문화 북돋운다'고 주장하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더군요.

한기호라고 하는 이는
출판문화를 스스로 발전시킨다고 생각하시는 분인데,
이런 분들 비평이나 출판이
한국출판문화를 좋게 북돋운다고는 조금도 안 느껴요...

비로그인 2013-01-27 13:4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와 한기호 소장 블로그를 함께 보고 있는데, 점점 알라딘 이용자들과 한기호 소장의 싸움이 돼가고 있는 거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논의 자체를 흐리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양쪽을 다 보는 중간자의 입장에선 답답할 뿐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1:45   좋아요 0 | URL
빛나 님 말씀이 맞아요.

한기호 씨가 '잘못된 비평'까지 한다고는 느끼지 않으나,
때때로 너무 '편협된 자료와 정보'로
'편협된 주의주장'을 일삼으시곤 해요.

'열정'이 있대서 잘못이 아니라,
'즐거움'과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즐거움도 사랑도 없이,
오직 자기 주의주장을 밀어붙이기만 하려 해서는...
정작 출판문화를 아름답게 북돋우는 일하고는 멀어지잖아요.

책을 좋아해서 즐겁게 읽는 '수많은 여느 독자'를
손쉽게 무시하는 말투와 버릇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요....

알라딘서재 운영자 글배치는
저는 1%도 달갑지 않아요.
모두 알라딘책방을 '좋게' 하려는 목적만 있는걸요.
알라딘책방 문제를 따지는 글은
하나도 안 배치해 주니까요.


초록 2013-01-27 13:14   좋아요 0 | URL
지나가다 남깁니다. 알라딘서재 운영자 글배치는 이전에 알라딘에 문의한 바 있는데, 직접 선정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의 추천/댓글 활동에 따라 자동으로 메인에 올라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웽스북스 2013-01-27 13:15   좋아요 0 | URL
빛나님, 함께살기님.
알라디너의 선택과 화제의 서재글은 수동 운영이 아니라 로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알라디너의 선택은 추천수 3 이상, 신간도서 1권 이상 포함된 글이 올라가고요. 화제의 서재글은 추천 5 이상, 혹은 댓글 10 이상의 글들이 올라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원들이 일하지 않는 주말에도 계속 화제의 서재글이 운영되는 까닭이지요.

위 조건을 충족시켰는데 화제글에 올라오지 않는 글은 본인이 글을 내 서재와 즐겨찾는 서재에만 공개한다고 체크한 경우입니다. 책방 문제를 따지는 글 역시 추천수와 댓글수를 만족시키면 화제글에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공론화되었던 이야기들도 많이 있어왔습니다. 어긋나는 사례가 발생된다면, 그건 알라딘에 신고하시면 로직을 점검해주실 겁니다.

이전에도 계속 있어왔던 오해이고, 논쟁이었어서 여러 차례 확인되었던 문제입니다. 이제 이 곳에 오래 자리잡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이 로직을 인지하고 계십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3-01-27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3:51   좋아요 0 | URL
작가이자 1인출판 하는 사람으로서
한기호 씨 같은 이들과 '맞서는' 일이란
스스로 밥그릇을 깨뜨리는 짓이 될 수 있겠지요.
한기호 씨는 출판평론 아닌 출판권력을 누리는 자리에 있기에,
웬만한 이들은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요.
그러나, 출판권력을 휘두른대서 모르는 척하고 지나간다면,
앞으로도 이런 비아냥을 그치지 않겠구나 싶어요.

우리는 서로 책을 좋아하며 살아야 아름다운데,
왜 자꾸 엉뚱한 데로 엇나가고야 말까요...

2013-01-2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3:50   좋아요 0 | URL
말씀 고맙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글은 지웠고,
제가 써야 할 글을 찬찬히 생각하며
'이웃과 즐거운 마음'이라는 글을 썼어요.

저는 이러한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싶지,
엉뚱한 말다툼에 한몫 거들고 싶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3-01-27 13:43   좋아요 0 | URL
초록님과 웬디양님의 글을 보니 제가 오해한 점이 있는 것 같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글 수정했습니다.

파란놀 2013-01-27 20:02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서로 더 아끼고 사랑하면서
책과 이야기를 즐거이 누리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어요

원더북 2013-01-27 18:15   좋아요 0 | URL
한기호 소장의 댓글에 알라딘 이용자들이 똥인지 밥인지 구분도 못한다던가 알라딘 중고서점을 범죄의 온상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저는 알라딘만 이용하는게 아니라 반디도 이용하고 교보도 이용하고 11번가도 이용하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퍽이나 상했습니다. 예전에는 기획회의나 북페뎀을 사모으면서 꽤 호감을 가지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라는 곳에 의구심이 듭니다. 이곳은 공신력이 있는 곳인지 자칭만 하는 곳인지. 좋은 대의를 가졌으면 거기에 합당하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시면 될 것을 굳이 밑바닥까지 스크래치를 긁어대며 소음을 만드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글에 귀기울이지 않으렵니다. 수장의 이면을 본 듯해서 씁쓸합니다.

파란놀 2013-01-27 20:04   좋아요 0 | URL
저도 한동안 기획회의나 북페뎀이나 여러 책을 사서 읽었지만,
날이 갈수록 이런 잡지나 책자들 또한
ㅈㅈㄷ과 같은 구실을 하지 않나 싶곤 해요.

옳고 바르며 알맞고 아름답게 비평을 하고 비판을 하면
귀를 기울여 듣겠지만,
비아냥이나 거친 말로 깎아내리기를 일삼는다면...
참 슬프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