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갖고 싶은 욕심은 ‘지금으로 충분하다‘고 마음먹으면 오래지 않아 희미해진다. 새 물건, 편리한 물건에 대한 욕망 대신 낡고 정든 물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아끼는 마음이 생긴다. 투박한 물건에도 애정이 샘솟고 싫증나서 버리고 싶지 않고 오히려 망가지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비싸고 좋은 물건이어서가 아닌 오래 함께한 시간만큼 추억이 많은 공간에 정이 깃든다는 걸 부엌에서도 조금씩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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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예고 없이 떠났으나 난 이미 그들이 떠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난 그들이 떠난 빈방에서 우리들이 함께했던 시간을 되짚어보곤 했다. 사는 동안 나를 휩쓸고 간 수많은 감정 중 가장 강렬한 것이 비참함이었고, 빈방은 그 상징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 빈방을 채우기 위해 늘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맸으나 그것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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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선생님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았는데, 난 내 인생이 망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인생도 망가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인생이란 것이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쉽게 망쳐지도록 생겨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그들에게 이야기해줘봐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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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태어난 나와 죽을 나, 맞닿은 두 지점 사이에 접혀 들어가 삭제된 시간 속에 있는 거야. 과거의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미래에 대해 무슨 약속을 했건 그건 잘 모르고 한 개소리야.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알고 그랬겠어. 모르니까 무서웠던 거지. 그 알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도대체 난 인생을 얼마나 허비한 거냐.

그러니까, 제발 나 좀 살려줘. 이쁜 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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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좋아서 할 뿐인데 , 개인적인 불쾌함을 견디지 못해 맞섰을 뿐인데 , 체육 대회에 나가지 못해 속상해서 항의했을 뿐인데 , 그냥 보이는 대로 엄마를 그려 갔을 뿐인데.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인데. 사회가 욕망을 억눌러서 생겨나는 이런 작은 ‘뿐’들이 모여 운동이 되고 파도처럼 밀려가며 선을 조금씩 지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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