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31] 시골살기

 


  서울로 가는 사람이 있고, 시골로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일자리 찾으려는 사람이 있고, 시골에서 일거리 살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서 살고픈 사람이 있고, 시골서 살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아가면 서울살이요, 시골에서 살아가면 시골살이입니다. 어디에서 살아가든 스스로 즐거울 때에 아름답습니다. 어디에서 살더라도 스스로 웃고 노래할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즐겁게 누리자는 삶이요, 사랑스레 어깨동무하자는 하루라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태어난 이라면, 서울살기를 꿈꿀 만합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라면, 시골살기를 바랄 만합니다. 시골에서 태어났기에 오래오래 시골을 아끼고 돌보며 살아갈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터라 한결같이 서울을 쓰다듬고 보살피며 살아가자 바랄 수 있습니다. 나는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지냅니다. 시골에서 살기를 바랐고, 시골살이 누리기를 꿈꾸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바라며 꿈꾸는 대로 삶을 이루는구나 싶습니다. 4346.2.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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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2.25.
 : 보름달, 구름, 겨울 끝자락

 


- 큰보름 지나간 이듬날 저녁, 자전거를 타고 살짝 마실을 해 볼까 생각한다. 저녁을 먹고 난 아이들은 끝방과 부엌 사이를 콩콩콩 소리를 내며 달리고 논다. 이제 겨울 끝자락이라 대청마루에서 뛰어놀아도 춥지 않다. 두 아이 모두 맨발로 논다. 양말 신고 놀면 발바닥에 땀이 난다며, 아이들은 스스로 양말을 벗어던진다.

 

- 아이들이 제법 뛰어놀았구나 싶을 무렵, 작은아이 옷을 입힌다. 큰아이는 스스로 옷을 찾아 입는다. 여섯 살 큰아이는 나날이 말이 늘고, 손힘을 기르며, 예쁘게 자란다. 세 살 작은아이도 숟가락질 늘고, 젓가락질 곧 할 테며, 말문을 차츰 조잘조잘 트겠지.

 

-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운다. 큰아이는 곧 외발자전거를 붙여 따로 앉혀야지 싶다. 외발자전거를 붙이면 씩씩하게 잘 달릴 텐데, 이렇게 달리다가도 힘들면 수레에 앉아서 쉬려 하겠지.

 

- 보름달 환한 밤길을 달린다. 수레에 앉은 두 아이가 노래를 한다. 큰아이가 달을 보더니, “구름이 달을 감싸 주네.” 하고 외친다. 그래, 보름달 곁으로 밤구름이 흐르는구나.

 

- 바람이 없다. 자전거 발판을 천천히 구른다. 자전거 구르는 소리와 아이들 조잘거리는 소리 빼고는 아주 고요하다. 보름달이 밝기에 등불은 켜지 않는다. 달빛으로 길을 잘 살필 수 있다. 천천히 달리며 밤구름을 바라본다. 밤별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사이 별 몇 빛난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자전거를 달리면서 얼굴이 시리지 않는다. 면소재지를 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리 힘들지 않다. 바람이 없는 겨울밤 자전거는 이렇게 조용하며 한갓지구나.

 

- 자전거수레가 조용하다. 슬몃슬몃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이 수레 한쪽에 기대 잔다. 큰보름 달빛 쐬고 밤내음 맡으면서 자는구나. 조금 더 천천히 달린다. 겨울 끝자락 자전거를 헤아린다. 삐걱삐걱 자전거 움직이는 소리를 생각한다. 날마다 자라는 아이들 무게를 느낀다. 너희 둘 태우고 자전거 달리자면 힘이 꽤 들기는 하지만, 앞으로 너희 스스로 자전거를 타는 날까지 수레에 앉혀 달릴 수 있는 하루란 참 즐겁단다. 너희도 나중에 너희 아이를 낳아 돌볼 때에는, 너희 자전거에도 이렇게 수레를 달고 너희 아이를 태워 보렴. 혼자 달릴 적하고 너희 아이를 태워 달릴 적은 사뭇 다른 즐거움이 새록새록 피어날 테니까.

 

(최종규 . 2013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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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2-26 05:38   좋아요 0 | URL
새벽에 눈을 떴는데 유난히 방이 훤한 것 같아서 제가 스탠드를 켜놓고 잤나 살펴보았답니다.
달 때문이었어요.
달밤 마실이라...그림 같네요.

파란놀 2013-02-26 06:44   좋아요 0 | URL
오늘도 훤한 달밤 되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새벽부터 빗방울 듣는군요 ㅠ.ㅜ
 
열려라, 인생 - 우정, 자유, 관용, 직업, 행복 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2
고성국.남경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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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26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어른은
― 열려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이야기
 철수와영희 펴냄,2013.2.19./13000원

 


  고성국·남경태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러모은 《열려라, 인생》(철수와영희,2013)을 읽다가, 서울과 경기도에 자그마치 2500만 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대목을 보며, 살짝 놀랍니다. 그래, 그렇지요. 서울과 경기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요.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는 더욱 커지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아요.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은 서울과 경기도에 남으려고 하지, 서울과 경기도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 않아요. 게다가,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광주와 대전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전라남도 고흥 장흥 해남 강진에서도 모두 서울로 가려 해요.


  서울과 경기도는 미어터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흙으로 된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조차 운동장 흙을 모두 없애고 우레탄과 시멘트를 깝니다. 오직 자동차 다니기 좋은 길로 바꿉니다. 사람이 느긋하게 걷거나, 풀이나 나무가 자라거나, 밭이나 논을 일군다거나, 숲을 이룰 만한 땅이 송두리째 사라집니다.


  조그마한 땅뙈기 있더라도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금싸라기라 할 테지요. 조그마한 땅뙈기에도 가게를 짓고, 빌라를 올리며, 아파트를 세우겠지요.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뭐 하나 지어도 돈이 된다 할 테고, 볕 안 들고 우중충한 땅밑집이나 옥탑집조차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린다 할 테지요.


.. 친구가 빌린 돈을 내가 대신 갚아줄 상황이 됐을 때, 후회 없이 원망 없이 그럴 수 있을까. 이걸 자기 스스로한테 물어 보고 결정하라는 거야. 이건 친구를 믿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야. 바로 자신의 문제지 …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래서 관계 자체가 굉장히 기분 좋고, 즐겁고, 편안해야지 … 자기 규칙을 스스로 정할 자유가 있어야 하는 거야 … 실제로 아이들이 대화하는 법을 몰라. 또래끼리 만나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고 ..  (41∼42, 43, 77, 132쪽)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건,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건, 도시에 아이들이 있도록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며, 시골 아이는 앞으로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시골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도시 아이한테 시골 아이 되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시골 아이더러 시골 아이 삶을 즐기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 3000만이 넘게 바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에 1000만이 넘게 우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는 끝없이 커지고, 시골은 끝없이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에서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니, 도시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자꾸 늘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사람이 부쩍 줄어드니, 시골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부쩍 줄어듭니다. 무척 널따란 시골 여러 군을 아울러 국회의원 한 사람 뽑아요. 아주 좁다란 도시를 촘촘히 갈라 수많은 국회의원 뽑아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수많은 사람을 살뜰히 다스릴 일꾼이 있어야 한다지요. 그러면, 숲과 논밭과 멧골과 냇물 넓은 시골은 아무렇게나 두어도 될까요. 숲이 망가지고 논밭이 어지럽게 되며 멧골과 냇물을 무너뜨려도, 사람은 잘 먹고 잘 마시며 잘 살 수 있을까요.


.. 현대 예술에 유독 사이비가 많은 건, 난해함을 가장한 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 자유를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는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들이나 처음부터 자유롭게 큰 영혼들이 아니야 … 협력 업체뿐 아니라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관용의 부재가 드러나. 예컨대 삼성은 지금도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잖아.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면 갈등이 폭력적으로 번지게 돼 있어 ..  (70, 81, 82, 112쪽)


  푸름이한테 푸른 숲길 보여주고 싶은 두 어른이 《열려라, 인생》이라는 이야기책을 꾸립니다. 두 어른은 푸름이들이 푸른 넋을 건사하면서 푸른 얼을 빛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틀에 갇히는 푸름이 아닌 스스로 삶을 즐기는 푸름이로 지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두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입으로 떠드는 즐거움 아닌, 몸으로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사회에서 세우는 틀이 아닌 스스로 좋아하는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학교에서 높이는 울타리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마을을 생각합니다.


..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해. 생명에는 차별이 없잖아 … 수도권에 2500만 명이 살아. 인구의 절반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거야. 실제로 학교에서 모종 만드는 숙제를 냈는데 결국 흙을 못 구해서 포기하더라는 거야. 요즘은 학교 운동장도 우레탄 같은 걸로 깔잖아. 그런 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이건 자연과이 소통이 심각하게 단절되었다는 뜻이야 …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탐구하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  (129, 131, 154쪽)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누립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귑니다. 아름다운 삶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땅에서 펑 샘솟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걷습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그러니까, 남이 아름다움이라는 선물을 베풀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빛내면서 내 이웃한테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 되어 환하게 웃으면서 내 동무한테 사랑스러움을 선물합니다.


.. 자본주의의 본질은 똑같은 상품을 대량 생산해서 대량 소비를 꾀하는 거잖아. 그런데도 특별하다는 말을 쓰는 거야. 자본주의는 개성마저도 복제해 … 어렸을 땐 집안 어른들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누구도 네 인생 잘 즐기며 살아라 하고 가르치는 법이 없었어 ..  (213, 229쪽)


  누구나 즐겁게 여는 삶문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돌보는 삶자락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나누는 삶사랑입니다.


  이제, 이 나라 어른들은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하기 앞서, 어른부터 스스로 서울을 떠나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어울리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어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흙을 만지고 보듬으며 즐기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밝혀야지 싶습니다.


  대학바라기 입시지옥을 비판만 해서는 교육 문제를 풀지 못해요. ㅈㅈㄷ 신문을 손가락질하기만 해서는 언론 문제를 풀지 못해요. 정치꾼 몇 사람 술안주 삼아 나무란대서 정치 문제를 풀지 못해요. 큰회사 우두머리 몇 사람 반찬 삼아 꾸짖는대서 경제 문제를 풀지 못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일굴 때에 문제를 풀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즐길 때에 말썽거리를 풀면서 슬기로운 실타래를 꾸려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아낄 때에 아름다운 이 나라로 거듭나겠지요. 서울사람이 100만으로 줄고, 경기도사람 또한 100만으로 줄 날을 기다립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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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사진책 읽는 마음

 


  널리 이름난 사진책을 읽으며 즐겁습니다. 거의 아무런 이름 알려지지 않은 사진책 읽으며 즐겁습니다. 널리 이름난 사진책은 그만큼 널리 읽히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거의 아무런 이름 알려지지 않은 사진책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숱한 이야기를 나 스스로 길어올리며 새롭게 마주합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알면 아름다운 사진책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움을 느낄 줄 알면 사랑스러운 사진책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해설사가 ‘자, 자, 바로 이 그림이 세계 명작입니다!’ 하고 콕 짚으며 알려주어야 ‘우와, 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로구나!’ 하고 놀랄 까닭 없어요. 문학평론가가 ‘자, 자, 바로 이 글이 노벨상 탄 작품입니다!’ 하고 콕 짚어 알려주어야 ‘우와, 저 글이 훌륭한 글이로구나!’ 하면서 놀랄 까닭 없지요. 사진평론을 하는 누군가가 ‘자, 자, 바로 이 사진을 보시라니까요!’ 하고 외친대서, 굳이 저 사진을 볼 까닭 없습니다. 내가 찾는 아름다움을 먼저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거나 즐기려는 사랑스러움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아름다움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사랑스러움은 어떤 틀로 묶어 놓지 못합니다. 조그마한 숲은 조그마한 숲대로 아름답습니다. 너른 숲은 너른 숲대로 아름답습니다. 큼지막하게 뽑아 붙인 사진 한 장은 이러한 사진대로 아름답습니다. 엽서 크기만 한 작은 사진 한 장은 이러한 사진대로 아름답습니다. 이쁜 가시내를 찍은 사진은 이 사진대로 아름답지요. 늙은 할배를 찍은 사진은 이 사진대로 아름답고요.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사진이기에, 빛이 조금 모자라거나 넘쳐도 돼요. 사랑스러움을 즐기려는 사진인 터라, 살짝 기울어지거나 조금 흔들려도 되지요. 밥물을 맞추어 불을 지필 적에, 쌀알 무게와 물 무게를 낱낱이 따지지 않아요. 즐겁게 먹을 밥을 떠올리면서 손가락과 눈썰미로 물을 맞추어 불을 지핍니다. 숟가락으로 밥을 풀 적에 밥알 몇 얹어야 한다고 하나하나 세지 않아요. 즐겁게 밥을 퍼서 즐겁게 입에 넣고 즐겁게 냠냠짭짭 씹어요.


  사진은 사진기라는 기계를 쓰고, 사진기라는 기계는 초점이나 셔터값이나 빛느낌이나 빛값이나 이런저런 숫자와 정보를 살펴야 한다지요. 디지털은 디지털대로 파일을 쓰고 포토샵 같은 풀그림을 쓴다지요. 필름은 필름대로 어느 필름을 쓰려 하는가, 또 필터는 무엇을 끼우려 하는가, 인화와 현상은 어떻게 하려는가, 이것저것 살펴야 한다지요. 기계를 쓰며 찍는 사진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계 다루는 이야기’를 많이 할밖에 없다지요.


  그런데, 셈틀 켜서 글을 쓸 적에도 기계를 다루는 셈이에요. 쌀을 씻어 냄비에 담아 가스렌지에 불을 올릴 적에도 기계를 다루는 셈이에요. 곰곰이 돌아보면, 낫이나 호미 같은 ‘연장’도 ‘기계’인 셈입니다. 퍽 다루기 쉽다 하는 기계일 테지만요.


  사진책 읽는 마음이란, 어느 기계를 얼마만큼 잘 다루거나 썼느냐를 읽으려는 마음이 아닙니다. 사진책 읽는 마음이란, 사진을 찍은 아무개가 얼마나 즐겁고 사랑스럽게 아름다운 빛을 누리려 했는가를 어깨동무하듯 나누려는 마음입니다. 사진책을 읽으며 이녁 삶을 읽습니다. 이 사진책을 내놓은 분은 어떤 마음 되어 사진을 즐겼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저 사진책을 빚은 분은 어떤 마음 가꾸며 사진을 누렸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실컷 즐깁니다. 이 사진책을 즐기고, 저 사진책을 즐깁니다. 한국 사진책을 즐기고, 일본 사진책과 서양 사진책을 즐깁니다. 아시아 사진책을 즐기고, 중남미 사진책을 즐깁니다. 저마다 쓰는 말은 다르다 하더라도, 함께 밝은 빛을 바라보면서, 서로 밝은 그림을 사진 하나로 엮습니다. 사진은 빛이 되고, 그림이 되며, 이야기가 됩니다. 사진은 사랑이 되고, 꿈이 되며, 삶이 됩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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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빚기
― 기운을 북돋우는 사진

 


  나는 내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스스로 기운을 얻습니다. 다른 사람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을 바라볼 적에도 기운을 얻지만, 누구보다 내가 찍은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보면서 새롭게 기운을 얻습니다. 다른 사람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은 ‘아름다운 삶을 이렇게 누리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 좋고, 내가 찍은 사진은 ‘나 스스로 이러한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고 싶기에 이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려 애썼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좋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진은, 겉보기로 그럴듯하기에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삶이 아름답고 생각이 아름답기에 사진을 찍을 적에도 아름다움이 묻어납니다. 삶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기에 사진을 찍을 때에도 아름다운 사랑이 스며듭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은, ‘아름다움을 찾아 사진을 찍으려 할 때에 길어올린 꿈과 사랑’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고 보면, 남이 차려서 베푸는 밥을 먹어도 즐거운 한편, 내가 차려서 누리는 밥을 먹어도 즐겁습니다. 너무 힘든 날에는 남이 차려서 베푸는 밥을 먹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너무 힘들기에 스스로 새로 기운을 내어 손수 밥을 차려 먹기도 해요. 스스로 누리는 삶이기에 스스로 일구고, 스스로 빛내는 삶이기에 스스로 다스립니다.


  마음을 달래려고 스스로 노래를 부릅니다. 눈길을 틔우려고 스스로 숲에 깃들어 나무와 풀을 마주합니다. 생각을 열려고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구름을 바라봅니다. 마음을 아끼려고 손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얼싸안습니다. 뜻을 가다듬으려고 글을 찬찬히 쓰며 차분한 매무새가 됩니다. 이야기를 갈무리하려고 사진을 찍어 즐겁게 되새깁니다.


  기운을 북돋우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기운을 북돋우는 사진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사진을 좋아하면서 스스로 삶빛 북돋우리라 느낍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노래를 좋아하면서 스스로 삶노래 즐기고 북돋울 테지요.


  사진빛을 생각합니다. 사진사랑을 헤아립니다. 사진노래를 불러 볼까요. 사진글을 써 볼까요. 사진을 찍으니 사진웃음입니다. 사진을 찍기에 사진춤입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사진꿈이 피어나고,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이야기로 사진잔치를 열어 사진넋을 나눕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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