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인생 - 우정, 자유, 관용, 직업, 행복 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2
고성국.남경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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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26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어른은
― 열려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이야기
 철수와영희 펴냄,2013.2.19./13000원

 


  고성국·남경태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러모은 《열려라, 인생》(철수와영희,2013)을 읽다가, 서울과 경기도에 자그마치 2500만 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대목을 보며, 살짝 놀랍니다. 그래, 그렇지요. 서울과 경기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요.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는 더욱 커지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아요.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은 서울과 경기도에 남으려고 하지, 서울과 경기도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 않아요. 게다가,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광주와 대전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전라남도 고흥 장흥 해남 강진에서도 모두 서울로 가려 해요.


  서울과 경기도는 미어터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흙으로 된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조차 운동장 흙을 모두 없애고 우레탄과 시멘트를 깝니다. 오직 자동차 다니기 좋은 길로 바꿉니다. 사람이 느긋하게 걷거나, 풀이나 나무가 자라거나, 밭이나 논을 일군다거나, 숲을 이룰 만한 땅이 송두리째 사라집니다.


  조그마한 땅뙈기 있더라도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금싸라기라 할 테지요. 조그마한 땅뙈기에도 가게를 짓고, 빌라를 올리며, 아파트를 세우겠지요.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뭐 하나 지어도 돈이 된다 할 테고, 볕 안 들고 우중충한 땅밑집이나 옥탑집조차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린다 할 테지요.


.. 친구가 빌린 돈을 내가 대신 갚아줄 상황이 됐을 때, 후회 없이 원망 없이 그럴 수 있을까. 이걸 자기 스스로한테 물어 보고 결정하라는 거야. 이건 친구를 믿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야. 바로 자신의 문제지 …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래서 관계 자체가 굉장히 기분 좋고, 즐겁고, 편안해야지 … 자기 규칙을 스스로 정할 자유가 있어야 하는 거야 … 실제로 아이들이 대화하는 법을 몰라. 또래끼리 만나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고 ..  (41∼42, 43, 77, 132쪽)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건,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건, 도시에 아이들이 있도록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며, 시골 아이는 앞으로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시골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도시 아이한테 시골 아이 되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시골 아이더러 시골 아이 삶을 즐기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 3000만이 넘게 바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에 1000만이 넘게 우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는 끝없이 커지고, 시골은 끝없이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에서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니, 도시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자꾸 늘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사람이 부쩍 줄어드니, 시골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부쩍 줄어듭니다. 무척 널따란 시골 여러 군을 아울러 국회의원 한 사람 뽑아요. 아주 좁다란 도시를 촘촘히 갈라 수많은 국회의원 뽑아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수많은 사람을 살뜰히 다스릴 일꾼이 있어야 한다지요. 그러면, 숲과 논밭과 멧골과 냇물 넓은 시골은 아무렇게나 두어도 될까요. 숲이 망가지고 논밭이 어지럽게 되며 멧골과 냇물을 무너뜨려도, 사람은 잘 먹고 잘 마시며 잘 살 수 있을까요.


.. 현대 예술에 유독 사이비가 많은 건, 난해함을 가장한 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 자유를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는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들이나 처음부터 자유롭게 큰 영혼들이 아니야 … 협력 업체뿐 아니라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관용의 부재가 드러나. 예컨대 삼성은 지금도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잖아.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면 갈등이 폭력적으로 번지게 돼 있어 ..  (70, 81, 82, 112쪽)


  푸름이한테 푸른 숲길 보여주고 싶은 두 어른이 《열려라, 인생》이라는 이야기책을 꾸립니다. 두 어른은 푸름이들이 푸른 넋을 건사하면서 푸른 얼을 빛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틀에 갇히는 푸름이 아닌 스스로 삶을 즐기는 푸름이로 지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두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입으로 떠드는 즐거움 아닌, 몸으로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사회에서 세우는 틀이 아닌 스스로 좋아하는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학교에서 높이는 울타리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마을을 생각합니다.


..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해. 생명에는 차별이 없잖아 … 수도권에 2500만 명이 살아. 인구의 절반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거야. 실제로 학교에서 모종 만드는 숙제를 냈는데 결국 흙을 못 구해서 포기하더라는 거야. 요즘은 학교 운동장도 우레탄 같은 걸로 깔잖아. 그런 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이건 자연과이 소통이 심각하게 단절되었다는 뜻이야 …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탐구하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  (129, 131, 154쪽)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누립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귑니다. 아름다운 삶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땅에서 펑 샘솟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걷습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그러니까, 남이 아름다움이라는 선물을 베풀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빛내면서 내 이웃한테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 되어 환하게 웃으면서 내 동무한테 사랑스러움을 선물합니다.


.. 자본주의의 본질은 똑같은 상품을 대량 생산해서 대량 소비를 꾀하는 거잖아. 그런데도 특별하다는 말을 쓰는 거야. 자본주의는 개성마저도 복제해 … 어렸을 땐 집안 어른들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누구도 네 인생 잘 즐기며 살아라 하고 가르치는 법이 없었어 ..  (213, 229쪽)


  누구나 즐겁게 여는 삶문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돌보는 삶자락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나누는 삶사랑입니다.


  이제, 이 나라 어른들은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하기 앞서, 어른부터 스스로 서울을 떠나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어울리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어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흙을 만지고 보듬으며 즐기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밝혀야지 싶습니다.


  대학바라기 입시지옥을 비판만 해서는 교육 문제를 풀지 못해요. ㅈㅈㄷ 신문을 손가락질하기만 해서는 언론 문제를 풀지 못해요. 정치꾼 몇 사람 술안주 삼아 나무란대서 정치 문제를 풀지 못해요. 큰회사 우두머리 몇 사람 반찬 삼아 꾸짖는대서 경제 문제를 풀지 못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일굴 때에 문제를 풀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즐길 때에 말썽거리를 풀면서 슬기로운 실타래를 꾸려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아낄 때에 아름다운 이 나라로 거듭나겠지요. 서울사람이 100만으로 줄고, 경기도사람 또한 100만으로 줄 날을 기다립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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