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문득 <동물의 왕국>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 묻기에,

7권과 8권까지 읽고, 이제 9권과 10권을 주문하려는 내가 느끼는 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 마무리는 뻔할 듯해요.

- 어떻게 뻔한데요.

- 주인공 뜻대로 바벨탑 올라가서 그 일을 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인류 다섯 아이 모두 죽지 않겠구나 싶어요.

 

문득 궁금해서 인터넷 뒤지니

일본에서 <동물의 왕국> 11권이 2013년 3월에 나왔고,

한국에서 2013년 3월에 번역된 10권은 일본에서 지난해 12월에 나온 책이다.

일본에서 갓 나온 <동물의 왕국> 11권 겉그림 궁금해서

일본 책 사이트를 살피니,

내 생각대로 주인공 다섯 아이는 아무도 안 죽을 듯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벌써 <요츠바랑> 12권도 나왔네.

나는 <요츠바랑>이 5권부터 너무 따분해서 못 읽겠다 싶었으나

10권까지는 사서 읽어 주기는 했으나

차마 11권부터는 못 사겠더라.

 

<아즈망가 대왕>을 왜 4권으로 끝냈나 궁금했는데,

<요츠바랑>을 보니

이 만화를 그리는 분 한계를 알 만하다.

4권까지가 빛이 나고, 4권 넘어가면 흐리멍덩해지면서 늘어지고야 만다.

 

아무튼, <금색의 갓슈>와 <강철의 연금술사>를 그린 분께서

<동물의 왕국>은 몇 권까지 그려내시려나.

너무 일찍 연재를 마치지 않기만을 바라지만,

그렇다고 너무 늘어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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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2013-12-29 19:37   좋아요 0 | URL
저 동물의 왕국 작가님이 라이쿠 마코토 작가님이시고 금색의 갓슈 그리신건 맞는데

강철의 연금술사는 아라카와 히로무 작가님께서 그리신거에요
 

람보르기니 자전거

 


  자동차 만든다는 람보르기니라는 데에서 자전거를 더러 만든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서른 대만, 올해에는 쉰 대만 자전거를 만들었다 한다. 람보르기니 자전거는 값이 제법 나간다. 삼천육백만 원이라 하니까 웬만큼 값나가는 자전거라 할 텐데, 사진으로 구경해 보니 무척 날렵하고 가벼우며 잘 나가게 생겼다. 자동차 만드는 쇠붙이로 만든 자전거라 육 킬로그램 조금 더 나간다 하면서도, 아주 튼튼할 테지. 이곳에서 만든 자전거보다 이 킬로그램 더 가벼우면서 매우 튼튼하고 날렵한 자전거도 있다. 올림픽이라든지 세계대회 같은 데에 나오는 자전거 또한 무게가 아주 가벼우면서 참으로 튼튼하고 날렵하다. 이런 자전거들은 하나같이 값이 세다.


  그러나, 곰곰이 헤아리면, 자전거값 아무리 비싸다 한들 자동차보다 싸다. 게다가 자동차는 날마다 기름을 먹는다. 한 달 기름값 오십만 원 쓴다면 한 해에 육백만 원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기름을 태우며 땅과 바람을 더럽힌다. 자동차 달릴 길을 닦느라 숲과 멧골과 냇물이 망가진다.


  사람들은 으레 ‘뭔 자전거 한 대에 삼천육백만 원이나 하느냐?’ 하고 혀를 끌끌 찰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서울 한강 언저리 달리는 자전거 가운데 천만 원 넘는 자전거 흔하다. 오백만 원이나 삼백만 원 넘는 자전거 숱하게 이 나라 곳곳을 다닌다. 어떤 이는 고작 서울 한강 달리는 자전거이면서 수백만 원이나 천만 원 넘는 값이면 돈 아까운 줄 모른다 말하지만, 이 자전거는 기름을 태우지도 않고 흙과 바람을 더럽히지도 않는다. 값진 자전거를 타다가 안 타는 분들은 눅은 값으로 물건을 내놓는 셈이니, 주머니 가벼운 사람이 좋은 자전거를 적은 돈으로 장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도 한다.


  자동차 몰면 언덕길 쉬 올라가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매섭든 아랑곳하지 않으며 다닐 만하리라. 자동차 몰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스하리라. 그런데, 그만큼 사람들 몸을 무디게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몸이 나빠진다. 자전거를 타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할 테지만, 그만큼 몸이 튼튼해진다. 언덕길 오르내리면서 다리와 허리와 팔에 힘살이 붙는다. 봄에는 봄을 느끼고, 가을에는 가을을 누린다. 짐을 날라야 한다면? 자전거에 짐받이나 바구니 달면 되지. 큰짐 날라야 한다면? 자전거에 수레 붙이면 되지. 짐을 잔뜩 많이 날라야 한다면? 짐차를 부르거나 택시를 빌리면 되지.


  사람들 스스로 자동차를 타면 탈수록 사람들 누구나 자전거로 다니거나 두 다리로 걷기에 나쁘다. 이때에는 자동차 타기에도 한결 나쁘다. 사람들 스스로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사람들 누구나 자전거 타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좋으며, 때때로 자동차 빌리거나 얻어서 타기에도 좋다.


  참 재미난 일이다. 자동차를 탄대서 자동차를 타기에 더 나은 터전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를 타면 탈수록 자동차 타기에도 나쁜 터전이 되고 만다. 자동차를 안 타거나 덜 탈수록 자동차 타기에도 좋은 터전이 되고,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걸을수록 지구별 삶자락은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다.


  아름다운 생각이 아름다운 생각 낳는다. 어두운 생각이 어두운 생각 낳는다. 웃음이 웃음을 낳고, 눈물이 눈물을 낳는다. 사랑이 사랑을 낳으며, 슬기로운 책이 슬기로운 책을 낳는다.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꾸는 벗을 사귀고, 돈벌기에 눈이 먼 사람은 돈놀이에 사로잡히고 만다. 4346.3.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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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3-17 16:2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이거 봤습니다.가격이 3천 5백만원라고 하더군요@.@

파란놀 2013-03-18 08:49   좋아요 0 | URL
값이 대수는 아니지요.
자전거 값으로 이보다 훨씬 비싼 자전거 아주 많거든요.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나오는 자전거는,
기본 1억이 넘거든요.
 
둥지상자 - 사람이 만든 새들의 집 더불어 생명 1
김황 글, 이승원 그림 / 한솔수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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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55

 


새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
― 둥지상자
 이승원 그림,김황 글
 한솔수북 펴냄,2009.7.20./11000원

 


  서울 같은 큰도시에서는 들새나 멧새를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텃새 마주하기에도 어렵다 할 만합니다. 지하철을 타거나 지하도로 다니는 사람들은, 또 일터가 지하상가인 사람들은, 또 시내버스 타거나 자가용 몰며 집과 일터 사이를 아침저녁으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은, 서울 어느 한켠에 참새나 비둘기나 까치 같은 텃새가 먹이와 물 찾느라 부산한 줄 알아채지 못합니다.


  알아채지 못하기에 느끼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기에 텃새들 먹이와 물을 걱정하지 않아요. 집에서 아이 돌보며 살림하는 사람 또한 집 언저리를 날아서 지나갈 법한 새들을 바라보거나 느끼거나 살피거나 헤아리지 못합니다. 집 바깥에서는 집 바깥대로 온갖 자동차와 건물과 시멘트바닥에 가려서 새를 마주하기 어렵고, 집 안쪽에서는 집 안쪽대로 집일과 집살림에 바쁘기에 ‘다른 데’에는 마음을 쓰기 힘들어요.


.. 둥지상자는 사람이 만든 들새 집이에요. 생김새도 여러 가지예요 ..  (2쪽)

 


  서울에서는 참새가 어디에 깃을 들일까요. 부산에서는 비둘기가 어디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알을 낳을까요. 새들은 왜 시골에서 살아가려 하지 않고 큰도시에 그대로 남아 힘들게 싸움을 하다시피 살아갈까요. 나무도 쫓아내고 풀도 쫓아내며 아예 흙땅 하나 남아나지 않도록 꽁꽁 아스팔트와 시멘트 척척 바르는 도시에 왜 새들이 먹이와 물 찾아 날갯짓을 할까요.


  그러나,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기 앞서 서울이든 부산이든, 대구이든 인천이든, 대전이든 울산이든, 모두 들새와 들짐승 아기자기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던 터였습니다. 골목동네 길바닥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쉰 해 앞서를 생각하고 백 해 앞서를 돌아보면, 서울을 오직 사람들만 사는 곳으로 삼으면서 막상 사람들 살림살이도 그닥 좋아지지 않아요.


  나무 한 그루 풀밭에서 튼튼하게 자랄 수 없는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튼튼하게 자라기 어렵습니다. 풀 한 포기 싱그럽게 잎을 틔우며 조그마한 꽃 피울 수 없는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싱그럽게 꿈을 키우거나 사랑을 속삭이기 어렵습니다. 새 한 마리 포근한 보금자리 꾸리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아름다운 보금자리 하나 마련해 아이들과 따사로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 먹이 많은 가을에도 열매 맺는 나무를 더 심어 주었고, 먹이가 모자라는 겨울에는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었지요. 그래도 숲을 찾아오는 새는 늘어나지 않았어요 ..  (8∼9쪽)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들새와 멧새가 하늘을 날며 노래합니다. 우리 집 마당 초피나무 가지에도 앉고, 후박나무 가지에도 앉습니다. 붉은 꽃 핀 동백나무 가지에도 앉고, 모과나무와 뽕나무 가지에도 앉습니다. 전깃줄에도 앉고 지붕에도 앉습니다. 제비는 처마 밑에 짚과 흙으로 지은 둥지에서 새끼를 낳지요.


  그런데, 이런 시골이라 하더라도 이웃 할매와 할배는 농약을 많이 칩니다. 시골자락은 도시와 달리 흙땅 있고 숲 있지만, 요새는 항공방제라는 것까지 하며 숲에 농약을 뿌립니다. 그나마 시골에서는 여러 먹이를 찾을 만하다지만, 나무열매 얻을 만하다지만, 농약바람을 마시거나 농약물을 먹어야 해요. 논두렁에 흐르는 물이나 개울에 흐르는 물은 쓰레기더미 사이를 흐릅니다. 시골 곳곳에는 골프장과 공장 있고, 게다가 발전소라든지 폐기물처리장이라든지 짐승우리 그득그득 있으니, 멧새나 들새나 느긋하고 시원하게 마실 물 찾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텃새도 철새도 한국땅에서 좋은 보금자리 누리기 어렵습니다.


  바야흐로 도시에서는 도시대로 새를 만나기 어렵지요. 시골에서는 시골대로 새를 사귀기 힘들어요. 도시와 시골 모두 새를 아끼지 않아요. 도시이건 시골이건 새를 사랑하지 않아요.


  새를 아끼지 않으면서 이웃사람 아끼지 않아요. 새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마을 사랑하지 않아요. 새를 돌볼 마음 사라지면서 이웃사람 돌볼 마음 나란히 사라져요. 새를 보살피는 넋 옅어지면서 이웃마을 보살피는 넋 또한 시나브로 옅어집니다.


.. 딱 한 곳만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바로 베를레프슈 아저씨네 숲이었어요. 그곳은 변함없이 푸르디푸른 나뭇잎으로 가득했어요 ..  (15쪽)

 


  이승원 님 그림과 김황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둥지상자》(한솔수북,2009)를 읽습니다. 숲속에 둥지상자 마련하려고 애쓴 어느 한 사람 기리는 이야기 담은 그림책입니다. 새를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란, 새라는 짐승한테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라, 새를 비롯해 여느 수수한 이웃 모두를 사랑하는 일인 줄 찬찬히 느끼도록 이끄는 그림책입니다.


  새가 즐거이 살아갈 수 있는 숲은, 사람도 즐거이 살아갈 수 있는 숲입니다. 새가 기쁘게 노래하며 보금자리 틀 수 있는 마을은, 사람도 이웃하고 어깨동무하고 두레하면서 기쁘게 삶을 빛낼 수 있는 마을입니다.


  사람 혼자 살려고 하면 사람부터 죽어요. 나 혼자 살려고 발버둥치면 나부터 죽지요. 사람으로서 사람을 아끼려 한다면, 사람을 둘러싼 흙과 해와 바람과 물과 나무와 풀 모두를 아낄 노릇입니다. 새와 벌레와 짐승과 물고기 모두 아낄 노릇이에요.


  지구별은 사랑이 감돌며 따스한 터전 됩니다. 온누리는 사랑이 흐르며 아름다운 보금자리 됩니다. 4346.3.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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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16 20:56   좋아요 0 | URL
'새를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란,..새를 비롯해 여느 수수한 이웃 모두를 사랑하는 일'.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포토리뷰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어 더욱 기쁘고 감사합니다.^^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03-16 21:55   좋아요 0 | URL
작은 숨결 사랑할 때에
이웃 모두 사랑할 수 있다고 느껴요.
쉽고 마땅한 슬기이지만,
나날이
이런 대목 다들 놓치는구나 싶어요...
 


 알량한 말 바로잡기
 (1267) 자세 1 :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가 벌거벗었다고? 자세히 보면, 가지마다 작은 겨울눈이 촘촘해
《이와타 켄자부로/이언숙 옮김-백 가지 친구 이야기》(호미,2002) 28쪽

 

  잘 모르는 일이 있을 때나,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때에, 사람들은 으레 “자세히 얘기해 주셔요.” 하고 말합니다. 곰곰이 되짚어 봅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말 ‘자세’를 듣고 썼어요. 앉거나 설 때에도 “자세를 똑바로 해!”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모두 세 가지 ‘자세’가 나옵니다. 첫째, ‘자세(仔細/子細)’로 “(1) 사소한 부분까지 아주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2) 성질 따위가 꼼꼼하고 찬찬하다”를 뜻한다 합니다. 보기글로는 “설명이 자세하다”와 “자세하게 약도를 그리다”가 있습니다. 둘째, ‘자세(姿勢)’로 “(1)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 (2)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뜻한다 하는군요. 보기글로는 “자세를 가다듬다”와 “자세를 고쳐 앉다”와 “정신 자세”와 “학자로서의 자세”가 있어요. 셋째, ‘자세(藉勢)’로 “어떤 권력이나 세력 또는 특수한 조건을 믿고 세도를 부림”을 뜻한다 하네요. “그게 다 자기처럼 복 있는 아내를 얻은 덕이라고 그 자세가 대단했다” 같은 보기글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자세’ 가운데 셋째 것은 쓸 일이 없으니 덜어내야 알맞습니다. 쓸 일이 없기도 하지만 써서 알맞지 않은 이러한 한자말을 자꾸 국어사전에 싣는다면 한국말은 뒷걸음을 치거나 주눅이 들어요.

 

 자세히 보면
→ 가만히 보면
→ 찬찬히 보면
→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

 

  그러면 두 가지 ‘자세(仔細/子細,姿勢)’는 얼마나 쓸 만할까요.  ‘꼼꼼히’나 ‘찬찬히’라 이야기할 자리에서 자꾸 ‘자세히’를 이야기하면서 한국말 쓰임새가 차츰 줄어들지 않을까요. ‘매무새’나 ‘몸가짐’이나 ‘마음가짐’ 같은 한국말을 잃거나 잊으면서, 쉽고 알맞으며 바르게 가다듬을 말넋 또한 잃거나 잊지 않을까요.

 

 설명이 자세하다
→ 설명이 꼼꼼하다 / 얘기가 꼼꼼하다
 자세하게 약도를 그리다
→ 꼼꼼하게 약도를 그리다 / 꼼꼼하게 그림을 그리다

 

  어느 자리에서는 “빈틈없이 얘기하다”라 말할 때에 어울립니다. 어느 곳에서는 “낱낱이 얘기하다”라 말할 때에 알맞습니다. 어느 때에는 “조곤조곤 얘기하다”라 말할 때에 잘 들어맞겠지요.


  그러니까, “자세를 가다듬다” 아닌 “매무새를 가다듬다”나 “몸가짐을 가다듬다”입니다. “자세를 고쳐 앉다” 아닌 “앉음새를 고치다”입니다. “정신 자세” 아닌 “마음가짐”이나 “마음결”이고, “학자로서의 자세” 아닌 “학자다운 마음가짐”이나 “학자다운 몸가짐”이며, “학생 본연의 자세” 아닌 “학생다운 몸가짐”이에요.


  우리한테는 ‘매무새’와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앉은 자세라면 ‘앉음새’입니다. 선 자세를 가리킬 ‘섬새’라는 말은 없지만, 이런 말도 새로 빚어내어 쓸 수 있을 테지요. ‘섬새’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없다면, ‘매무새’와 ‘몸가짐’으로도 넉넉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말을 안 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세를 고쳐 앉다” 같은 말은 “똑바로 앉다”나 “바로 앉다”로 다듬을 수 있어요.


  스스로 즐겁게 쓸 말을 생각합니다. 곧, 즐겁고 아름다운 ‘말매무새’를 헤아리고, ‘말가짐’을 헤아립니다. 몸가짐과 마음가짐처럼 ‘말가짐’ 또는 ‘생각가짐’이나 ‘사랑가짐’을 헤아릴 만해요. ‘말매무새’라는 새말 빚을 수 있듯, ‘노래매무새’와 ‘춤매무새’ 같은 새말 빚을 수 있고, ‘이야기매무새’라든지 ‘육아매무새’나 ‘일매무새’ 같은 낱말 빚어도 돼요.


  서로 기쁘게 주고받을 말을 짚어 봅니다. 차근차근 짚으며 차근차근 말빛을 밝힙니다. 찬찬히 되새기며 하나둘 말살림 북돋웁니다. 꼼꼼히 살피면 슬기롭게 주고받을 말밭 일굴 수 있어요. 낱낱이 들여다보면 곱게 영글 말나무 한 그루 보살필 수 있습니다. 4340.4.25.물./4346.3.16.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뭇가지가 벌거벗었다고? 가만히 보면, 가지마다 작은 겨울눈이 촘촘해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76) 자세 2 : 자세히 보니

 

자세히 보니, 조그만 꽃봉오리가 막 벌어지던 참이었다
구도 나오코/고향옥 옮김, 《친구는 초록 냄새》(청어람미디어,2008) 95쪽

 

  꽃봉오리를 들여다보는 눈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살짝 들여다볼 수 있고, 스치듯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얼추 들여다보거나 얼핏 들여다볼 수 있어요. 가만가만 들여다본다든지, 물끄러미 들여다볼 수 있지요. 오래도록 들여다보거나 한참 들여다볼 수 있어요.

 

 자세히 보니
→ 가만히 보니
→ 곰곰이 보니
→ 살며시 보니
→ 물끄러미 보니
→ 빙그레 보니
 …

 

  보기글에서는 “문득 보니”나 “빙그레 보니”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그동안 들여다보았을 때에는 꽃봉오리가 벌어지려는지 말려는지 모르다가, 어느 한때 문득 알아챘다 할 만하거든요. 또는, 꽃봉오리 막 벌어지려는 모습이란, 조용히 웃음 피어나도록 이끈다 할 만하기에, ‘빙그레’나 ‘방그레’ 같은 낱말을 넣어도 돼요. 때에 따라서는 “오늘 보니”라든지 “이제 보니”를 넣을 수 있어요. 낱말마다 다 다르게 나타내는 느낌이 있고, 낱말마다 말빛과 말결이 새롭습니다. 4346.3.16.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살며시 보니, 조그만 꽃봉오리가 막 벌어지던 참이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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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에 한 줄, 꿈꾸며 읽는 책 ― 겨울햇살 따사로운 책읽기

 


  나는 어릴 적부터 마늘을 퍽 잘 먹습니다. 날마늘도 스스럼없이 잘 먹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 부엌일을 거들며 마늘까기를 곧잘 했는데, 인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가게에서 사다가 껍질을 벗기고 다져서 쓰는 마늘’만 보았을 뿐, 마늘을 어떻게 심고 돌보며 거두어들이는가를 본 적 없습니다. 여덟 살이 되어 학교에 처음 들고는 열두 해가 지나 고등학교를 마치기까지, 학교에서 ‘마늘 한살이’를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교사는 없었어요. 다섯 학기를 다니다가 그만둔 대학교에서도 어느 교수나 선배도 ‘마늘 심기·마늘 캐기’를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지난 2011년 늦가을,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에 네 식구 깃들었습니다. 시골로 가고 싶다는 분들은 좀처럼 빈집을 못 얻는다 하지만, 우리 식구는 큰 어려움 없이 빈집 한 채 얻어 사뿐히 보금자리를 틀었어요. 고흥 시골마을에서 처음 겨울나기를 하면서 ‘마늘 심기’를 구경합니다. 한가을에 바지런히 벼를 베고는 이내 논을 갈아엎어 거름을 내고 보름쯤 묵힌 다음 골을 새롭게 내어 쪽마늘을 촘촘히 심습니다. 마늘 심기는 무척 고되고 품이 많이 들어 마을 할머님들이 서로 품앗이로 합니다. 지난날에는 보리나 밀을 심었다는데 요사이에는 마늘이 돈이 되기에 마늘을 심는다 해요. 아무래도 예전에는 ‘돈’ 아닌 ‘먹을거리’를 얻으려 했을 테니까, 빈 들판마다 보리를 가득 심어 새봄부터 가을까지 먹을 끼니를 헤아렸겠지요.


  따스한 남녘마을이니 마늘을 심을 만하구나 싶으면서도, 눈바람 거의 들지 않는 남녘마을이라 걱정없다 싶으면서도, 겨우내 한두 차례 드물게 찾아온 눈서리를 맞는 마늘싹을 보며 애처롭구나 생각합니다. 한겨울에 푸른 싹을 낸 마늘에 내려앉은 눈송이와 얼음덩이라니. 그러나 푸른빛 마늘싹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외려 이런 추위와 눈얼음쯤 한두 차례 지나야 더 씩씩하고 푸르게 자라는가 봐요. 한겨울 지나고 꽃샘바람 스산히 지나가면 무럭무럭 꽃대(마늘쫑)를 올리고, 꽃대를 뽑을 무렵 마늘도 뽑습니다.


  강예린 님과 이치훈 님이 쓴 《도서관 산책자》(반비,2012)라는 책 174쪽을 읽습니다. “느릿한 속도로 도서관을 꾸리고, 같은 마음으로 멀리까지 찾아오는 사람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한다. 긴 시간을 감수하고 오는 사람들은 사진책을 찬찬히 들여다볼 준비를 하고 올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대목에 밑줄을 긋습니다. 삶에는 ‘느림’도 ‘빠름’도 없습니다. 느리게 늙는 사람도 빨리 늙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삶을 누립니다. 이른여름에 심어 한가을에 거두는 나락처럼, 늦가을에 심어 늦봄에 캐는 마늘처럼, 모든 목숨은 스스로 푸르게 자랍니다. 예순 나이에도 새롭게 배우고 여든 나이에도 새삼스레 배워요. 열 살 어린이가 어른한테 삶을 일깨우곤 하고, 스무 살 젊은이가 어르신한테 삶을 깨우치기도 해요. 서두르지 않고 재촉하지 않을 때에 삶이 환하게 빛나요.


  웬디 이월드 님과 알렉산드라 라이트풋 님이 함께 쓴 《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포토넷,2012)라는 책 116·118쪽을 읽습니다. “사진이나 글을 통해 자기 삶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도록 아이들을 격려할 때, 교사들은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임을 깨닫는다 … ‘아이들은 이것이 단지 연습문제 74번이 아니라 ‘내 자신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습니다.’” 하는 대목에 밑줄을 긋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를 다니는 동안 내 이름을 부른 교사는 몇 안 됩니다. 담임교사조차 이름 아닌 ‘번호’를 불러 버릇했습니다. 타니카와 후미코 님이 그린 만화책 《솔로 이야기》(대원씨아이,2012) 둘째 권 18쪽을 읽습니다. “술 이름이 뭐가 어째서! 마스미는, 마스미는, 술을 좋아하는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다. 제일 좋아하는 것의 이름을 제일 소중한 딸한테 붙여 주는 게 뭐가 나빠!” 하는 대목에 밑줄을 긋습니다. 참으로 가장 사랑하는 길을 걷고, 가장 사랑할 만한 말을 하며, 가장 사랑할 보금자리를 돌봐야지 싶습니다. 가게에서 사다가 먹던 마늘 아닌 손수 심어서 거두는 마늘을 바라보며 사랑을 떠올립니다. 내 손으로 아이들 기저귀와 옷가지를 빨래하고, 내 손으로 밥을 차려 아이들과 함께 먹는 하루를 떠올립니다. 한겨울이건 새봄이건, 내 마음속에 사랑이 있을 때에 따사롭습니다. (4345.11.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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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16 21:37   좋아요 0 | URL
'저마다 스스로 바라는대로 삶을 누립니다.'
아 마늘이 늦가을에 심어 늦봄에 캐는군요.
<솔로 이야기>에서 마스미의 이야기가 절로 웃음이 나오고 공감이 됩니다.^^
'한겨울이건 새봄이건, 내 마음속에 사랑이 있을 때에 따사롭습니다.'
함께살기님! 오늘도 감사드리며 좋은 밤 되세요.*^^*

파란놀 2013-03-16 22:05   좋아요 0 | URL
저도 고흥으로 와서 살며 비로소 마늘심기 마늘캐기 알았어요.
그런데 고흥이든 남녘이든 시골이든 살면서
마늘을 언제 심고 거두는가를 제대로 모르는 분도 많아요.
따지고 보면,
벼를 언제 심고 거두는가조차 모르는 사람 많답니다.
저도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이기는 한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나 쉬 알 수 있어도
쉬 알려고 안 한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