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자전거
자동차 만든다는 람보르기니라는 데에서 자전거를 더러 만든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서른 대만, 올해에는 쉰 대만 자전거를 만들었다 한다. 람보르기니 자전거는 값이 제법 나간다. 삼천육백만 원이라 하니까 웬만큼 값나가는 자전거라 할 텐데, 사진으로 구경해 보니 무척 날렵하고 가벼우며 잘 나가게 생겼다. 자동차 만드는 쇠붙이로 만든 자전거라 육 킬로그램 조금 더 나간다 하면서도, 아주 튼튼할 테지. 이곳에서 만든 자전거보다 이 킬로그램 더 가벼우면서 매우 튼튼하고 날렵한 자전거도 있다. 올림픽이라든지 세계대회 같은 데에 나오는 자전거 또한 무게가 아주 가벼우면서 참으로 튼튼하고 날렵하다. 이런 자전거들은 하나같이 값이 세다.
그러나, 곰곰이 헤아리면, 자전거값 아무리 비싸다 한들 자동차보다 싸다. 게다가 자동차는 날마다 기름을 먹는다. 한 달 기름값 오십만 원 쓴다면 한 해에 육백만 원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기름을 태우며 땅과 바람을 더럽힌다. 자동차 달릴 길을 닦느라 숲과 멧골과 냇물이 망가진다.
사람들은 으레 ‘뭔 자전거 한 대에 삼천육백만 원이나 하느냐?’ 하고 혀를 끌끌 찰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서울 한강 언저리 달리는 자전거 가운데 천만 원 넘는 자전거 흔하다. 오백만 원이나 삼백만 원 넘는 자전거 숱하게 이 나라 곳곳을 다닌다. 어떤 이는 고작 서울 한강 달리는 자전거이면서 수백만 원이나 천만 원 넘는 값이면 돈 아까운 줄 모른다 말하지만, 이 자전거는 기름을 태우지도 않고 흙과 바람을 더럽히지도 않는다. 값진 자전거를 타다가 안 타는 분들은 눅은 값으로 물건을 내놓는 셈이니, 주머니 가벼운 사람이 좋은 자전거를 적은 돈으로 장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도 한다.
자동차 몰면 언덕길 쉬 올라가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매섭든 아랑곳하지 않으며 다닐 만하리라. 자동차 몰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스하리라. 그런데, 그만큼 사람들 몸을 무디게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몸이 나빠진다. 자전거를 타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할 테지만, 그만큼 몸이 튼튼해진다. 언덕길 오르내리면서 다리와 허리와 팔에 힘살이 붙는다. 봄에는 봄을 느끼고, 가을에는 가을을 누린다. 짐을 날라야 한다면? 자전거에 짐받이나 바구니 달면 되지. 큰짐 날라야 한다면? 자전거에 수레 붙이면 되지. 짐을 잔뜩 많이 날라야 한다면? 짐차를 부르거나 택시를 빌리면 되지.
사람들 스스로 자동차를 타면 탈수록 사람들 누구나 자전거로 다니거나 두 다리로 걷기에 나쁘다. 이때에는 자동차 타기에도 한결 나쁘다. 사람들 스스로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사람들 누구나 자전거 타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좋으며, 때때로 자동차 빌리거나 얻어서 타기에도 좋다.
참 재미난 일이다. 자동차를 탄대서 자동차를 타기에 더 나은 터전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를 타면 탈수록 자동차 타기에도 나쁜 터전이 되고 만다. 자동차를 안 타거나 덜 탈수록 자동차 타기에도 좋은 터전이 되고,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걸을수록 지구별 삶자락은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다.
아름다운 생각이 아름다운 생각 낳는다. 어두운 생각이 어두운 생각 낳는다. 웃음이 웃음을 낳고, 눈물이 눈물을 낳는다. 사랑이 사랑을 낳으며, 슬기로운 책이 슬기로운 책을 낳는다.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꾸는 벗을 사귀고, 돈벌기에 눈이 먼 사람은 돈놀이에 사로잡히고 만다. 4346.3.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