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2007년에 6월 4일 낮, 옆지기하고 나는 도서관에 쓸 걸상을 사려고 동네 가게에 갔다. 등받이 없는 동글뱅이걸상을 여럿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플라스틱으로 만든 동글뱅이 걸상이 하나도 안 무겁지만, 살짝 쉬자 하기에 걸상을 길바닥에 내려놓고는 걸상에 앉는다. 그래, 걸상을 사서 들고 나르니까 다리쉼을 할 적에는 이 걸상에 앉으면 되지. 참 좋구나. 걸상이란 이렇게 좋구나.


  옆지기도 예쁘고, 옆지기 사진을 찍는 나도 예쁘고, 동네 사람들도 예쁘고, 모두모두 예쁘구나. 예쁘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아름다우면서 예쁜 사람들이로구나. 즐겁게 웃을 때에 즐거운 삶이고, 예쁘게 춤출 때에 예쁜 삶이며, 아름답게 노래할 때에 아름다운 삶이로구나.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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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2 23:07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분들이에요...*^^*

파란놀 2013-04-03 04:32   좋아요 0 | URL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빛으로 아름답구나 싶어요
 

버스에서는 잔다

 


  두 아이 데리고 군내버스 타며 읍내로 나갔다 온다. 아이들 그림놀이 할 적에 쓸 빛연필을 두 아이가 서로 분지르는 바람에 제대로 쓰기 어렵기에, 종이를 돌돌 벗겨 쓰는 굵은 빛연필 새로 장만하기로 한다. 조각맞추기도 하나 장만하고, 큰아이 글쓰기 공책도 여러 권 더 장만한다. 과일집에서 과일 몇 가지 사고, 두 아이 나누어 먹을 과자 한 가지 산다. 그러고 나서 다시 군내버스를 타려는데, 자리 하나에 큰아이랑 작은아이 나란히 앉히려 했더니 작은아이가 칭얼칭얼한다. 작은아이가 저는 안아 달란다. 그래, 너 안고 가마.


  군내버스에 빈자리 몇 보이지만, 바로 다음 역인 봉황골에서 할매 할배 많이 타실 줄 뻔히 아니, 빈자리에 앉지 않는다. 할매 할배 빈자리 다 채우고 여럿 서서 가신다. 나는 작은아이 안고 동백마을까지 간다. 이동안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긴 채 잔다. 코코 잘 잔다. 그런데, 동백마을 닿아 가방 메고 내리려 할 무렵, 작은아이가 퍼뜩 깬다. 쳇. 어쩜 너는 버스에서만 자고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깨니. 집에 가서도 한 시간 즈음 더 자면 얼마나 예쁘니. 집으로 와서 먹으라 한 과자를 평상에 내려놓는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서 등허리를 편다. 아이구 허리야.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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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꽂이 새로 옮기기 (도서관일기 2013.4.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책꽂이를 옮기기로 한다.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 가운데 넉 칸 빌려서 쓰는데, 맨 오른쪽 칸에 둔 어린이문학과 어린이책을 옆 칸으로 옮긴다. 아무래도 맨 오른쪽 칸에 책들을 너무 몰아놓아서 답답하구나 싶다.


  먼저 책꽂이에서 책을 빼내어 옆 칸으로 옮긴다. 옛 학교 교실은 마룻바닥이지만, 두꺼운 골판종이를 바닥에 댄 다음 책을 올린다. 책을 다 비운 책꽂이에 핀 곰팡이를 걸레로 닦는다. 아직 살림돈 모자라 나무를 장만하지 못하지만, 살림돈 어느 만큼 그러모을 수 있으면 좋은 나무를 사서 책꽂이를 새로 짜야겠다고 생각한다. 합판으로 된 책꽂이는 곰팡이가 자꾸 피어서 못 쓰겠다. 다만, 살림돈 그러모아 나무 사서 책꽂이 새로 짤 때까지는 틈틈이 곰팡이 닦으면서 이 책꽂이를 써야지.


  책을 빼고 책꽂이 곰팡이 닦은 뒤 낑낑거리며 날라서 자리잡고는 다시 책을 꽂기까지 품과 겨를이 많이 든다. 이동안 우리 집 두 아이는 도서관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잘 논다. 예쁜 아이들이다. 아버지가 같이 못 놀아 주어도 스스로 놀이를 찾고, 놀이를 생각한다. 그저 이리저리 골마루 누비기만 해도 꺄르르 꺄하하 하고 웃는 아이들이 예쁘다.


  두 시간 반 남짓 걸려 책꽂이 셋 옮긴다. 곰팡이 잘 피는 책꽂이 등판을 창문 쪽으로 했으니, 햇살 들어오면 저절로 소독하는 셈 될까. 이렇게 두어도 곰팡이가 피려 하면 어김없이 피겠지.


  교실 셋째 칸은 책꽂이 조금만 두고 널찍하게 쓸까 싶었는데, 외려 이렇게 창가에 책꽂이를 차곡차곡 놓으니 한결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 가운데 마룻바닥에까지 책꽂이를 두지 말고, 창가와 벽 따라 책꽂이 대면 훨씬 보기에도 좋고 아늑하겠구나 싶다. 이제 아이들 슬슬 배고프다 할 때이니, 오늘은 이쯤 마무리짓자. 이듬날 다시 와서 더 하자. 어른문학 둔 자리 옆에 어린이문학과 청소년문학을 두는 모양새가 되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이 짜임새도 꽤 재미있다. 그래, 어른문학과 어린이문학은 한 자리에 나란히 있으면 아귀 잘 맞으면서 서로 곱게 어울리는구나. 이렇게 하면, 어른문학 즐기려고 이 둘레 살피는 이들도 어린이문학 함께 살필 테고, 어린이문학 즐기는 아이들도 천천히 어른문학으로 나아갈 테지.


  바지에 쉬를 두 차례 누며 신발까지 적신 작은아이는 신발 말리려고 벗겼더니, 맨발로 좋다며 뛰어다녔다. 집에 가자 하니까, 두 아이 아버지 곁으로 와서 마룻바닥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기운이 끝없이 넘치는구나. 놀고 노니까 더 놀 기운이 솟고, 놀고 놀면서 더욱 놀 마음 부풀겠지.


  아이들은 못 보았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노랑할미새 한 마리 한쪽 구석에서 말라죽었다. 에그. 어쩌다 이곳에 들어왔니. 나가려고 나갈 길 찾으려고 애쓰다가 그만 굶고 지쳐서 죽었구나. 부디 너른 들로 돌아가렴. 네 넋은 너른 들에서 마음껏 날갯짓하면서 놀기를 빈다. 가볍디가벼운 주검을 살며시 들어 바깥 풀섶에 내려놓는다. 땅을 파서 묻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묻기보다는 풀섶 푸른 봄풀 곁에 두어야겠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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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사에서 <한반도 제비꽃> 이야기책 냈다는 소식을 출판사 블로그에 띄웠지만, 아직 이 책은 목록이 안 뜬다. 곧 올라오겠지. 우리 나라 제비꽃 이야기 펴낸 분이 쓴 다른 책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살피니, <솟은땅 너른땅의 푸나무>라는 책이 나온다. 책값은 만만하지 않지만, 도감인 만큼 이만 한 값이 될 테지. 예쁜 사진 보여주는 도감 아니라, 제대로 살피며 쓸 만한 도감으로 엮으려 했다는 편집자 말을 떠올린다. 그래, 좋은 도감일 테야. 얼른 돈 모아서 이 책 장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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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은땅 너른땅의 푸나무- 식물분류학자가 들려주는 우리 곁 식물 이야기
유기억 지음 / 지성사 / 2012년 3월
42,000원 → 37,80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4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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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가랑꽃, 동백꽃

 


  동백꽃은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집니다. 꽃잎 하나둘 따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동백꽃은 소담스러운 꽃송이가 톡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나뭇잎도 가을 접어들면 툭 소리 내며 떨어집니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흙 품에 안기는 잎사귀를 일컬어 가랑잎이라고 해요. 말라서 떨어지는 잎이 으레 가랑잎이지요. 마당과 꽃밭에 흐드러지는 동백꽃 소담스러운 붉은 송이를 바라보다가, ‘가랑꽃’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너희는 모두 가랑꽃이로구나. 다만, 너희는 꽃잎이 다 마르지 않아도 떨어지니까 ‘가랑-’이라는 이름이 안 어울릴 수 있는데, 아마 먼먼 옛날부터 너희와 같은 꽃송이 가리키는 이름 하나 있겠지요. 동백나무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또 감나무 곁에서 지켜보던, 시골마을 흙사람은 이 꽃들 바라보며 어떤 이름 하나 붙여 주었겠지요. 붉게 타오르는 꽃송이 내려앉은 봄나물 풀밭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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