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새로 옮기기 (도서관일기 2013.4.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책꽂이를 옮기기로 한다.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 가운데 넉 칸 빌려서 쓰는데, 맨 오른쪽 칸에 둔 어린이문학과 어린이책을 옆 칸으로 옮긴다. 아무래도 맨 오른쪽 칸에 책들을 너무 몰아놓아서 답답하구나 싶다.


  먼저 책꽂이에서 책을 빼내어 옆 칸으로 옮긴다. 옛 학교 교실은 마룻바닥이지만, 두꺼운 골판종이를 바닥에 댄 다음 책을 올린다. 책을 다 비운 책꽂이에 핀 곰팡이를 걸레로 닦는다. 아직 살림돈 모자라 나무를 장만하지 못하지만, 살림돈 어느 만큼 그러모을 수 있으면 좋은 나무를 사서 책꽂이를 새로 짜야겠다고 생각한다. 합판으로 된 책꽂이는 곰팡이가 자꾸 피어서 못 쓰겠다. 다만, 살림돈 그러모아 나무 사서 책꽂이 새로 짤 때까지는 틈틈이 곰팡이 닦으면서 이 책꽂이를 써야지.


  책을 빼고 책꽂이 곰팡이 닦은 뒤 낑낑거리며 날라서 자리잡고는 다시 책을 꽂기까지 품과 겨를이 많이 든다. 이동안 우리 집 두 아이는 도서관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잘 논다. 예쁜 아이들이다. 아버지가 같이 못 놀아 주어도 스스로 놀이를 찾고, 놀이를 생각한다. 그저 이리저리 골마루 누비기만 해도 꺄르르 꺄하하 하고 웃는 아이들이 예쁘다.


  두 시간 반 남짓 걸려 책꽂이 셋 옮긴다. 곰팡이 잘 피는 책꽂이 등판을 창문 쪽으로 했으니, 햇살 들어오면 저절로 소독하는 셈 될까. 이렇게 두어도 곰팡이가 피려 하면 어김없이 피겠지.


  교실 셋째 칸은 책꽂이 조금만 두고 널찍하게 쓸까 싶었는데, 외려 이렇게 창가에 책꽂이를 차곡차곡 놓으니 한결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 가운데 마룻바닥에까지 책꽂이를 두지 말고, 창가와 벽 따라 책꽂이 대면 훨씬 보기에도 좋고 아늑하겠구나 싶다. 이제 아이들 슬슬 배고프다 할 때이니, 오늘은 이쯤 마무리짓자. 이듬날 다시 와서 더 하자. 어른문학 둔 자리 옆에 어린이문학과 청소년문학을 두는 모양새가 되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이 짜임새도 꽤 재미있다. 그래, 어른문학과 어린이문학은 한 자리에 나란히 있으면 아귀 잘 맞으면서 서로 곱게 어울리는구나. 이렇게 하면, 어른문학 즐기려고 이 둘레 살피는 이들도 어린이문학 함께 살필 테고, 어린이문학 즐기는 아이들도 천천히 어른문학으로 나아갈 테지.


  바지에 쉬를 두 차례 누며 신발까지 적신 작은아이는 신발 말리려고 벗겼더니, 맨발로 좋다며 뛰어다녔다. 집에 가자 하니까, 두 아이 아버지 곁으로 와서 마룻바닥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기운이 끝없이 넘치는구나. 놀고 노니까 더 놀 기운이 솟고, 놀고 놀면서 더욱 놀 마음 부풀겠지.


  아이들은 못 보았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노랑할미새 한 마리 한쪽 구석에서 말라죽었다. 에그. 어쩌다 이곳에 들어왔니. 나가려고 나갈 길 찾으려고 애쓰다가 그만 굶고 지쳐서 죽었구나. 부디 너른 들로 돌아가렴. 네 넋은 너른 들에서 마음껏 날갯짓하면서 놀기를 빈다. 가볍디가벼운 주검을 살며시 들어 바깥 풀섶에 내려놓는다. 땅을 파서 묻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묻기보다는 풀섶 푸른 봄풀 곁에 두어야겠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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