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가랑꽃, 동백꽃

 


  동백꽃은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집니다. 꽃잎 하나둘 따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동백꽃은 소담스러운 꽃송이가 톡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나뭇잎도 가을 접어들면 툭 소리 내며 떨어집니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흙 품에 안기는 잎사귀를 일컬어 가랑잎이라고 해요. 말라서 떨어지는 잎이 으레 가랑잎이지요. 마당과 꽃밭에 흐드러지는 동백꽃 소담스러운 붉은 송이를 바라보다가, ‘가랑꽃’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너희는 모두 가랑꽃이로구나. 다만, 너희는 꽃잎이 다 마르지 않아도 떨어지니까 ‘가랑-’이라는 이름이 안 어울릴 수 있는데, 아마 먼먼 옛날부터 너희와 같은 꽃송이 가리키는 이름 하나 있겠지요. 동백나무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또 감나무 곁에서 지켜보던, 시골마을 흙사람은 이 꽃들 바라보며 어떤 이름 하나 붙여 주었겠지요. 붉게 타오르는 꽃송이 내려앉은 봄나물 풀밭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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