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는 잔다
두 아이 데리고 군내버스 타며 읍내로 나갔다 온다. 아이들 그림놀이 할 적에 쓸 빛연필을 두 아이가 서로 분지르는 바람에 제대로 쓰기 어렵기에, 종이를 돌돌 벗겨 쓰는 굵은 빛연필 새로 장만하기로 한다. 조각맞추기도 하나 장만하고, 큰아이 글쓰기 공책도 여러 권 더 장만한다. 과일집에서 과일 몇 가지 사고, 두 아이 나누어 먹을 과자 한 가지 산다. 그러고 나서 다시 군내버스를 타려는데, 자리 하나에 큰아이랑 작은아이 나란히 앉히려 했더니 작은아이가 칭얼칭얼한다. 작은아이가 저는 안아 달란다. 그래, 너 안고 가마.
군내버스에 빈자리 몇 보이지만, 바로 다음 역인 봉황골에서 할매 할배 많이 타실 줄 뻔히 아니, 빈자리에 앉지 않는다. 할매 할배 빈자리 다 채우고 여럿 서서 가신다. 나는 작은아이 안고 동백마을까지 간다. 이동안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긴 채 잔다. 코코 잘 잔다. 그런데, 동백마을 닿아 가방 메고 내리려 할 무렵, 작은아이가 퍼뜩 깬다. 쳇. 어쩜 너는 버스에서만 자고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깨니. 집에 가서도 한 시간 즈음 더 자면 얼마나 예쁘니. 집으로 와서 먹으라 한 과자를 평상에 내려놓는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서 등허리를 편다. 아이구 허리야.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