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대충 大總


 일이 대충 정리되다 → 일을 거의 추스르다

 일을 대충 끝내다 → 일을 툭 끝내다

 윤곽을 대충 파악하다 → 얼개를 슥 헤아리다

 이번 사태는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 이 일은 그냥 넘어갈 만하지 않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은 대충 이렇습니다 → 모임에서는 거의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대충 짐작이 간다 → 어렴풋이 안다 / 꽤 알 만하다

 그 이야기를 대충은 들었습니다 → 그 이야기를 얼추 들었습니다


  ‘대충(大總)’은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를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가볍다·어렵잖다·어림·어림셈·어물쩍·주먹셈·훑다’라든지 ‘간추리다·추리다·얼추·한·흔하다’라 할 만합니다. ‘거의·건성·두루뭉수리·두루뭉술·뭉수리’나 ‘겉핥기·겉훑기·무게없다·슥·스윽·쓱·쓰윽’이라고도 하지요. ‘고리조리·그리저리·요리조리·이리저리’나 ‘그냥·그럭저럭·그런대로·그저’라 할 수 있어요. ‘꽤·꽤나·퍽·퍽이나·제법·적이’나 ‘날다·날림·날라리·날림치’로 나타내고, ‘넌지시·넘기다·눙치다’나 ‘닥치다·닥쳐들다·닥쳐오다·되는대로’로 나타내요. ‘마구·마구마구·마구잡이·막·막하다·망탕·함부로’나 ‘살-·설-·살그머니·살그니·살그미·살금살금’으로 나타내도 어울립니다. ‘살며시·살몃살몃·살포시·살짝·사부작·스리슬쩍’이나 ‘슬그머니·슬그니·슬그미·슬금슬금·슬며시·슬쩍·슬렁슬렁·설렁설렁·어슬렁’으로 나타내지요. ‘아마·아마도·아무·아무나·아무라도·아무도·아무렇게나·아무 생각 없이’나 ‘어설프다·어수룩하다·어정쩡하다·어정거리다·어줍다·어중이·어중이떠중이’로 나타낼 만합니다. ‘어쩐지·얼-·얼렁뚱땅·얼레벌레·얼버무리다·얼치기·엉성하다·어벙하다’라 할 수 있어요. ‘우물거리다·우물쭈물·우물쩍·이래저래·이러니저러니·이렇든 저렇든·이럭저럭·이러쿵저러쿵·이렁저렁’이나 ‘뚝딱·턱·턱턱·탁·탁탁·톡·톡톡·툭·툭툭’이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그의 시적 발전을 대충이나마 훑어볼 필요가 있다

→ 그이 노래가 발돋움한 모습을 훑어봐야겠다

→ 그가 노래로 걸어온 길을 훑어봐야 한다

→ 그가 쓴 비나리가 거듭난 자취를 훑어야 한다

《고여있는 시와 움직이는 시》(조태일, 전예원, 1980) 111쪽


딴청 부리고 대충 운전하다 쾅쾅 부딪치면 자전거가 너무 불쌍하잖아

→ 딴청 부리고 마구 몰다 쾅쾅 부딪치면 두바퀴가 너무 불쌍하잖아

→ 딴청하며 이리저리 끌다 쾅쾅 부딪치면 두바퀴가 너무 불쌍하잖아

《내 마음속의 자전거 11》(미야오 가쿠/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4) 33쪽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두루뭉술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슬렁슬렁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되는대로 하는 아이였거든

→ 무슨 일이든 얼렁뚱땅 하는 아이였거든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오카다 준/김난주 옮김, 국민서관, 2007) 52쪽


그냥 대충 대답했어요

→ 그냥 대꾸했어요

→ 되는대로 대꾸했어요

→ 아무 말이나 했어요

《달라도 친구잖아!》(다카도노 호코/이서용 옮김, 개암나무, 2012) 49쪽


대충 두 시간마다 교대하면서 알을 품었다

→ 얼추 두 각단마다 바꾸면서 알을 품었다

→ 거의 두 동마다 갈마들면서 알을 품었다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필립 후즈/김명남 옮김, 돌베개, 2015) 122쪽


네가 무슨 일을 막 한다면 그건 대충 한다는 뜻일 거야

→ 네가 무슨 일을 막 한다면 아무렇게 한다는 뜻이야

→ 네가 무슨 일을 막 한다면 함부로 한다는 뜻이야

→ 네가 무슨 일을 막 한다면 되는대로 한다는 뜻이야

→ 네가 무슨 일을 막 한다면 엉성히 한다는 뜻이야

《시금털털 막걸리》(김용안·홍선주, 미래엔, 2016) 6쪽


과거를 숨긴 채 경찰서에서 대충 지은 이름을 버리고

→ 옛일을 숨긴 채 살핍집에서 그냥 지은 이름을 버리고

→ 옛일을 숨긴 채 살핍터에서 막 지은 이름을 버리고

→ 옛일을 숨긴 채 지킴터에서 뚝딱 지은 이름을 버리고

《아무도 외롭지 않게》(김지연, 웃는돌고래, 2018) 40쪽


그렇게 대충대충 문제 풀래?

→ 그렇게 설렁설렁 풀래?

→ 그렇게 아무렇게나 풀래?

《사춘기 준비 사전》(박성우, 창비, 2019) 32쪽


뜨끔했지만, 우선은 대충 얼버무렸다

→ 뜨끔했지만, 얼버무렸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 걷는사람, 2020) 7쪽


대충 이쪽으로 가면 나올 것 같은데

→ 얼추 이쪽으로 가면 나올 텐데

→ 아마 이쪽으로 가면 나올 듯한데

《1987 그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유승하, 창비, 2020) 13쪽


대충 로그라인만 써 놓은 사랑 이야기

→ 얼추 테두리만 써 놓은 사랑 이야기

→ 살짝 밑글만 써 놓은 사랑 이야기

→ 가볍게 한줄만 써 놓은 사랑 이야기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임정희, 남해의봄날, 2021) 236쪽


대충 점호를 끝내고 마녀처럼 웃으며 출동을 외쳤다

→ 얼추 다 부르고 바람아씨처럼 웃으며 가자 외쳤다

《0원으로 사는 삶》(박정미, 들녘, 2022) 298쪽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추측할 뿐이었다

→ 얼추 헤아릴 뿐이다

→ 그저 어림할 뿐이다

→ 그냥 짚어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김슬기, 스토리닷, 2023) 32쪽


나는 수업은 대충, 필기는 엉성이야

→ 나는 배움은 날림, 글씨는 엉성이야

→ 나는 눙쳐 배우고, 엉성한 글씨야

《출판햇》(공은혜, 마음모자, 2023) 148쪽


저런 내부인용으로 대충 쓴 글은 존재하지 않았던 거야

→ 저런 사람들 보라고 그냥 쓴 글은 있지 않아

→ 저런 놈들 읽으라고 가볍게 쓴 글은 없어

《시노자키 군의 정비 사정 4》(부리오 미치루/김명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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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전대 纏帶


 전대를 차다 → 쌈지를 차다

 전대를 풀다 → 돈자루를 풀다

 전대를 띠다 → 주머니를 띠다


  ‘전대(纏帶)’는 “돈이나 물건을 넣어 허리에 매거나 어깨에 두르기 편하도록 만든 자루. 주로 무명이나 베로 폭이 좁고 길게 만드는데 양 끝은 트고 중간을 막는다 ≒ 견대”를 가리킨다는군요. ‘돈자루·돈주머니’나 ‘쌈지·주머니’로 고쳐씁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전대’를 여덟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전대(全隊) : 부대(部隊) 전체

전대(前代) : 1. 지나간 시대 ≒ 숙세·전세 2. 앞의 대. 곧 아버지의 대

전대(專對) : 1. 남의 물음을 혼자 받아 스스로의 지혜로 답변함 2. ‘사신’을 달리 이르는 말. 외국에 나가는 사신이 질문을 받으면 혼자 답변을 도맡아 한 데서 유래한다

전대(塡代) : 빈 벼슬자리를 채움

전대(戰帶) : [복식] 구식 군복에 띠던 남색 띠. 장교 이상은 명주, 군졸은 무명으로 하였다 = 전대띠

전대(戰隊) : 1. [군사] 공군에서, 단(團)보다는 작고 대대(大隊)보다는 큰 단위 부대 2. [군사] 해군에서, 둘 이상의 함정과 항공기로 이루어지는 전단의 예속 부대

전대(錢臺) : [불교] 전(錢)을 걸어 놓는 제구(祭具)

전대(轉貸) : 1. 빌리거나 꾼 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꾸어 줌 2. 남을 거쳐서 빌려주거나 꾸어 줌



전대에 손을 찔러 넣고

→ 쌈지에 손을 찔러 넣고

→ 돈자루에 손 찔러 넣고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신지영, 창비, 2021)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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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없는 세상 책공장더불어 동물만화 1
김은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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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4.

만화책시렁 723


《나비가 없는 세상》

 김은희

 책공장더불어

 2008.4.12.



  《나비가 없는 세상》이 나오던 2008년 무렵에 ‘길고양이’라는 낱말을 퍼뜨리려고 애쓴 사람이 늘어납니다. 이무렵에는 ‘도둑고양이’라 일컫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잿집(아파트)이라면 고양이가 담을 타고 들어와서 사냥하는 일이 없을 테지만, 담이 맞닿은 작은 골목집이라든지 시골집이라면 어김없이 고양이가 슥 들어와서 슥 나갑니다. “사람이 먹으려고 둔 여러 가지”를 고양이가 소리없이 슬쩍하는 일이 잦으면 아무래도 ‘도둑’으로 쉽게 여길 테지요. 그런데 우리는 예부터 거지랑 동냥꾼을 그저 이웃으로 여겼어요. 나그네도 한마을 이웃으로 삼았습니다. 어느새 잊은 분이 많습니다만, 임금집과 나리집이 아니고서야 ‘빗장’을 걸지 않았어요. 지난날 모든 수수한 살림집에는 자물쇠가 없습니다. 돈·힘·이름을 거머쥔 이들은 언제나 뭐가 무섭고 두렵고 걱정인지 단단히 빗장을 걸 뿐 아니라, 밤지기를 놓고서 도둑을 막고 거지가 못 드나들었습니다. 자물쇠도 빗장도 없이 조그맣고 조촐하게 살림을 짓는 사람들은 거지와 나그네와 고양이와 새를 스스럼없이 품고 밥을 나눴어요. ‘길고양이·마을고양이·골목고양이’란 이름은 바로 이런 마음으로 지은 새말이요 새이름이고 새길입니다.


(둘레에서 이웃 숨결을 그만 얕보거나 낮보기를 바라는 뜻에서 내가 ‘마을고양이·골목고양이’ 같은 낱말을 지었다)


ㅍㄹㄴ


“나, 네가 하늘 나는 꿈 꿨다. 날개가 반짝반짝하면서 높이 나는 거 봤어.” “정말? 나 멋졌어?” (135쪽)


‘노래를 부르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히스테릭한 상태였던 신디와 추새가 눈에 띄게 안정적이 되었다. 물론 페르캉도 통증과 답답함 때문에 불안정했던 모습이 놀랄 만큼 얌전해졌다.’ (151쪽)


+


《나비가 없는 세상》(김은희, 책공장더불어, 2008)


이제 때가 온 것이다. 결전의 그날이

→ 이제 때가 왔다. 겨를 그날이

→ 이제 때가 왔다. 끝잘낼 그날이

→ 이제 때가 왔다. 맞붙을 그날이

44쪽


과연 이것이 과년한 처녀총각이 할 짓인가

→ 무르익은 젊은이가 이 짓을 해야 하나

→ 나이찬 순이돌이가 이 짓을 해야 하는가

57쪽


사람이 동물들이 갖고 있는 만큼의 믿음만 갖고 있다면, 신뢰만 갖고 있다면, 아마도 사랑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 사람이 짐승만큼만 믿는다면, 동무한다면, 아마도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

→ 사람이 짐승만큼만 믿는다면, 도탑다면, 아마도 사랑은 멀지 않다

19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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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51 : 한없는 -ㅁ이 느껴졌


한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 그냥 부끄럽다

→ 그저 부끄럽다

→ 너무 부끄럽다

《눈물 상자》(한강, 문학동네, 2008) 24쪽


일본옮김말씨인 “한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입니다. 무늬한글인데, 먼저 “끝없이 + 부끄럽다”로 다듬을 만하고, “그냥 부끄럽다”나 “그저 부끄럽다”로 더 다듬으면 됩니다. “너무 부끄럽다”로 다듬어도 되고,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든다”나 “부끄러워 숨고 싶다”처럼 살을 붙여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한없다(限-) :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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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80 : -들의 입국한 것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들어온 듯하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건너온 듯싶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내딛은 듯하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배영옥, 문학동네, 2019) 102쪽


첫머리를 ‘아무래도’로 연다면 끝자락 ‘틀림없다’는 군더더기입니다. “새들의 나라”는 잘못 쓰는 일본말씨입니다. ‘새나라’로 고쳐씁니다. “나라에 입국한”은 겹말이에요. “입국한 것이”를 덜어냅니다. ㅍㄹㄴ


입국(入國) : 1. 자기 나라 또는 남의 나라 안으로 들어감 2. 봉건 영주 시대에, 영주가 자기 영지에 도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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