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같은 5
아소 카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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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6.2.

“아이를 볼” 줄 모른다면


《와, 같은. 5》

 아소 카이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3.8.15.



  예전에도 “아이를 볼” 줄 모르는 “어른 아닌 꼰대나 철바보”는 으레 있었지만, 갈수록 “아이를 볼” 줄 모르는 “어른 아닌 꼰대나 철바보”가 부쩍 늘어난다고 느낍니다.


  “아이를 보는 일”을 ‘아이보기’처럼 줄여서 말합니다. ‘아이보기’라는 이름에서 ‘보기·보다’는 말 그대로 ‘보다’입니다. 이 ‘보다’는 ‘돌보다’를 줄인 낱말이고, ‘돌아보다’를 줄여서 ‘돌보다’입니다. ‘보다·돌보다·돌아보다’는 같은말로 여길 수 있습니다.


  《와, 같은. 5》(아소 카이/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3)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아이를 안 낳은 어른”이나 “아이보기나 아이낳기는 아예 생각조차 않던 어른”이 “얼결에 아이를 맡아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 나날”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아기를 안 낳았기 때문에, 아기를 낳기까지 뱃속에 품는 열 달을 모르고, 아기를 낳으며 몸이 바뀌는 길을 모르고, 갓난아기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를 하나도 모를 테지요. 아기를 낳아서 돌본 적이 없으니 아이한테 말을 어떻게 물려주거나 가르쳐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말도 하고 걸을 줄도 아는 제법 자란 아이”가 눈앞에 나타난 셈입니다.


  ‘아기’라는 나날을 휙 건너뛴 두 어른한테는 ‘아이보기’가 그야말로 난데없을 뿐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바꾸거나 살림을 다스려야 할는지 까마득하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두 어른은 “여태까지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 아이보기”를 기꺼이 해낼 뿐 아니라, “아이 눈높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을 처음으로 생각해 보기로 하면서, “아이한테 묻”고 “아이가 들려주는 마음을 말로 듣”기로 합니다.


  하나도 모르니까 아이한테 물어야지요. 그리고, 아기를 낳아 무럭무럭 자라는 길을 지켜본 어버이로서도 언제나 아이한테 물어볼 노릇입니다. 아이는 어른한테 묻고, 어른은 아이한테 물어야, 서로 마음이 흐르면서 살림살이를 사랑으로 꾸릴 수 있어요. 안 물어보는 둘 사이라면, 보금자리도 집도 살림도 아닌, “위아래로 억눌린 수렁”일 뿐입니다.


  “아이를 보는 일”은 아이한테 물어보면서 어른으로서 마음을 담아 말을 나눌 적에는 하나도 안 어렵습니다. 서로 안 물어보고 서로 안 들을 적에는 다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 ‘보아’야지요. 눈빛을 보고, 마음을 보고, 살림을 보고, 사랑을 보고, 오늘을 보고, 생각을 보고, 함께 누리는 보금자리를 볼 노릇입니다.


  이리하여 이 그림꽃 이름이 “와, 같은.”입니다. 서로 잇는 ‘와,’요, 서로 보는 ‘같은.’입니다. 어른이란 자리에서 지내면서 아이를 보기 힘들 적에는 이 두 낱말을 혀에 얹어요. ‘와,’하고 ‘같은.’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다면, 무엇을 다스리고 어떻게 돌보면서 오늘을 살아갈 적에 두런두런 즐거이 어울릴 만한지 누구나 스스로 알아차리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모르겠어. 그냥 어느새 생겼어.” “응, 그러면 됐어. 만약, 친구를 골라서 사귀어야 할 때가 생기더라도, 내 생각에 그건 남의 말을 듣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란다.” (20쪽)


“밸런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는 날이래.” “이상해. 아무 때나 말하면 되잖아. 여자 말고 남자가 말해도 되고.” (40쪽)


“경우에 따라 다르겠죠. 본인이 똑바로 잘 걸어간다면 그걸로 충분하고, 만약 좁은 길에 장해물이 많다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인생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분기점이 있는 길 같은 느낌도 좋아요. 각각 다른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다가 교차해서 다시 만나는.” (59쪽)


“못생긴 애가 하고 다니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어울리고 좋잖아.” “미키는 못생기지 않았어. 그리고 남의 걸 억지로 뺏는 건 어울리는 거랑 상관없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바보라고 하는 사람이 바보네.” “그럼, 남의 걸 강제로 뺏는 사람은 범죄자라고 하거든? 그거 알아?” (115쪽)


“그렇구나. 할머니는 말이 서툴단다.” (151쪽)


“할모니가 아니라, 할머니라고 제대로 부르렴. 동생이 태어나면 언니나 누나가 되니까.” (156쪽)


#のような #麻生海


아저씨가 도시락을 만들었단다

→ 아저씨가 도시락을 했단다

→ 아저씨가 도시락을 쌌단다

6


그 전에 밸런타인데이도 있는데

→ 먼저 달콤날도 있는데

→ 그보다 사랑노래도 있는데

34쪽


어떤 길로 나아갈지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는

→ 어떤 길로 나아갈지 고르려면

→ 어떻게 나아갈지 살피려면

53


만약 좁은 길에 장해물이 많다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인생이니까요

→ 길이 좁고 자꾸 가로막히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삶이니까요

→ 길은 좁고 걸림돌이 많다면 힘들지도 모르지만, 이 모두 삶이니까요

59


이런 분기점이 있는 길 같은 느낌도 좋아요

→ 이런 갈림목이 있어도 즐거워요

→ 이런 난달이 있어도 반가워요

→ 이런 너울목이 있어도 기뻐요

59쪽


각각 다른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다가 교차해서 다시 만나는

→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다가 맞물려서 다시 만나는

→ 서로 다르게 걸어가다가 맞닿아서 다시 만나는

59


당신 책잡을 사람 없으니까,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그대 나무랄 사람 없으니까,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 이녁 다그칠 사람 없으니까, 그렇게 애쓰지 마

143


친구들하고 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동무하고 놀 틈이 있기를 바라요

→ 동무하고 놀 짬이 있기를 빌어요

15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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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28 : -의 인생 거칠게 정리 정도


김지영 씨의 인생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이 정도다

→ 김지영 씨가 살아온 날을 이쯤 추스를 수 있다

→ 김지영 씨가 보낸 나날을 이렇게 적어 본다

→ 김지영 씨 발자국을 얼추 이렇게 적어 본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 169쪽


‘거칠게’는 사납거나 마구잡이로 해대는 말이나 몸짓을 나타낼 적에 씁니다. ‘이럭저럭’ 추스르거나 ‘얼추’ 갈무리할 적에는, ‘거칠게’가 아니라 ‘이럭저럭·이쯤·얼추·가볍게’를 씁니다. “거칠게 말하면”은 “윽박지르거나 쏘아붙이거나 괴롭히려는 사나운 말짓”입니다. 낱말 하나를 옳게 추스를 노릇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걸어오거나 살아온 나날을 돌아볼 적에도 이와 같아요. 발자국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발걸음을 가볍게 살핍니다. 발길을 조금 들여다봅니다. ㅅㄴㄹ


인생(人生) : 1.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2. 어떤 사람과 그의 삶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 3. 사람이 살아 있는 기간

정리(整理) : 1.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 교칙(校飭) 2.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종합함 3. 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것을 줄이거나 없애서 말끔하게 바로잡음 4.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지 아니하고 끝냄 5. 은행과의 거래 내역을 통장에 기록으로 나타냄

정도(程度) : 1. 사물의 성질이나 가치를 양부(良否), 우열 따위에서 본 분량이나 수준 2. 알맞은 한도 3. 그만큼가량의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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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29 : 세상 거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 있


딸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하고,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딸이 살아갈 나라는 제가 살아온 나라보다 나은 곳이어야 하고, 나으리라 믿고, 낫도록 애씁니다

→ 딸이 살아갈 곳은 제가 살아온 곳보다 나아야 하고, 나으리라 믿고, 낫도록 힘씁니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 178쪽


우리가 사는 이곳은 딸한테도 아들한테도 아름답게 사랑을 맺는 즐거우면서 빛나는 삶터일 노릇입니다.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눈부시게 웃고 노래하면서 환하게 어깨동무하는 터전일 노릇입니다.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새롭게 깨어나는 마을일 노릇입니다. “더 나은” 데로 거듭나기를 바랄 수 있되, 이쪽과 저쪽을 견주기보다는, 어느 자리와 어느 때에라도 늘 아름터에 푸른터에 씨앗터에 숲터로 이을 수 있기를 바라요. 서로 뜻을 모으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같이 손을 맞잡고서 천천히 걸을 수 있다면, 참살림을 우리 보금자리부터 조그맣게 일구거나 짓거나 가꾸면서 반짝반짝 일으킬 만합니다. ㅅㄴㄹ


세상(世上) :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세속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4. 절, 수도원, 감옥 따위에서 바깥 사회를 이르는 말 5. = 세상인심 6. ‘지상’을 천상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7. ‘비할 바 없이’, ‘아주’의 뜻을 나타내는 말 8. ‘도무지’, ‘조금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노력(努力) :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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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30 : 행인 한 명 지나가지


행인 한 명 지나가지 않았고

→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고

→ 한 사람도 안 지나갔고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 67쪽


“지나가는 사람”을 한자말로 ‘행인’이라 합니다. “행인 한 명 지나가지”처럼 적은 보기글은 “지나가는 사람 한 사람 지나가지”로 적은 얼개입니다. 겹말에 겹말이에요. 그저 “한 사람도 안 지나갔고”로 적으면 넉넉합니다. “아무도 안 지나갔고”로 적어도 어울립니다. “누구 하나 안 지나갔고”나 “사람 하나 없고”라 해도 되고요. ㅅㄴㄹ


행인(行人) : 1. 길을 가는 사람 2. = 사자(使者) 3. [불교] = 행자(行者)

명(名) : 사람을 세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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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231 : 평등 온전 아내 부부


아이를 돌보는 일을 평등하게 나누기보다 온전히 아내에게 맡긴 탓에 부부는 싸운다

→ 두 사람은 아이돌보기를 나누기보다 그저 곁님한테 맡기니 싸운다

→ 둘이 나란히 아이를 돌보지 않고서 다 짝꿍한테 맡기니 싸운다

《그래, 엄마야》(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오월의봄, 2016) 103쪽


이 글월은 임자말이어야 할 ‘둘(부부)’가 끝자락에 있습니다. ‘둘’이나 “두 사람”을 맨앞으로 뺍니다. “둘이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며) 싸운다” 같은 얼거리로 추스릅니다. 나란히 아이를 돌보아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테지만, 그저 곁님한테만 맡길 적에는 기우뚱하고 흔들리고 지쳐 갑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꾸릴 집안일을 어질고 알맞게 나누어야지요. 혼자 다 맡으면 그만 쓰러지거나 꽝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평등(平等)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

온전하다(穩全-) : 1.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하다 2. 잘못된 것이 없이 바르거나 옳다

아내 :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 ≒ 규실·내권·처·처실

부부(夫婦) :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 ≒ 내외(內外)·부처(夫妻)·안팎·이인(二人)·항배(伉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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