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경음부 5
Tetsuo Ideuchi 지음, 이소연 옮김, Kuwahali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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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비평을 쓸 적에 별꽃을 2/5밖에 줄 수 없을 적에는

씁쓸하지만, 3/5을 매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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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25.

책으로 삶읽기 1068


《평범한 경음부 5》

 쿠와하리 글

 이데우치 테츠오 그림

 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7.30.



《평범한 경음부 5》(쿠와하리·이데우치 테츠오/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을 읽는다. 어느덧 다섯걸음인데, 이 그림꽃에 나오는 아이들 나이와 발자취를 돌아본다면 조금도 열여섯 살스럽지 않다. 열여섯 살에 어찌저찌 해야 할 까닭이 없다만, 열여섯 살에 조금만 노래를 불러도 우렁차고, 열여섯 살에 조금만 줄을 퉁겨도 번쩍인다고 그릴 수 있되, 이미 모두 깨달아(해탈) 버린 듯한 줄거리는 퍽이나 지나치지 싶다. 누구라도 열여섯 살에 글꽃이 눈부실 수 있고, 노래이며 춤이며 어마어마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나이’여야 눈부시지 않다. 스스로 땀흘려 걸어가는 대로 늘 다 다르게 빛난다. 이뿐인가. 열여섯 살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남이 이미 지어 놓은 가락’이다. 이 아이들 스스로 노래를 새로 짓지 않았다. 남이 앞서 닦은 대로 따라가면서 목소리와 줄뜯기를 할 뿐이다. 이런 아이들을 너무 치켜세우면서 “열여섯 살은 하느님이야” 하고 몰아가는 줄거리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열여섯 살 아이들이 오직 노래만 부를까? 오직 짝짓기만 할까? 오직 이 무리와 저 무리 사이에서 뒷짓을 살며시 꾀하면서 쥐락펴락할까? 이런 얼거리인데 어떻게 ‘수수(평범)’하다고 해야 할까? 한 걸음과 한 자리씩 땀꽃으로 피어나는 푸른빛이 아닌, 그저 타고난 재주와 솜씨로 이미 ‘하느님’인 아이들이 여러 뒷짓으로 다투는 얼거리가 ‘연속극·영화’로 꾸밀 만하기에 이렇게 그린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ㅍㄹㄴ


“난 카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구나.” (72쪽)


“이제 와서 멋대로 말해 미안. 나, 역시 한 번 더 밴드 하고 싶어.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같이 해주면 좋겠어.” (89쪽)


#ふつうの輕音部 #クワハリ #出內テツオ


+


뭐지, 이 가슴의 떨림은. 뭔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 뭐지, 가슴이 떨리는데. 뭐가,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해

→ 뭐지, 가슴이 떨리네. 뭐가,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봐

14


무사수행의 끝에 이 몸 드디어 무현의 경지에 도달하다

→ 갈닦은 끝에 이 몸 드디어 가락님에 이르다

→ 장작쓸개 끝에 이 몸 드디어 가락꽃에 닿다

→ 쓴맛참기 끝에 이 몸 드디어 가락빛을 이루다

18


촌스럽고 아프고 썰렁한

→ 낡고 아프고 썰렁한

→ 너절하고 아프고 썰렁한

111


우리가 폐막제에 나갈 수 있는 건 내후년일 테고

→ 우리가 끝맞이에 나가려면 다다음해일 테고

→ 우리가 마감꽃에 나가려면 이태 뒤일 테고

→ 우리가 끝잔치에 나가려면 두 해 뒤일 테고

18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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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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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25.

다듬읽기 278


《오역하는 말들》

 황석희

 북다

 2025.5.30.



  틀린글씨나 틀린곳을 누가 짚어 주면 고맙습니다. 미처 놓치거나 스친 데를 누가 알리면 반갑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배우되 이웃과 동무가 사근사근 이야기하는 말을 들으면서 새삼스레 깨닫곤 합니다. 넘어지기에 일어서고, 자빠지기에 기운내며, 밤에 잠들기에 새벽에 하루를 엽니다.


  《오역하는 말들》은 책이름부터 알쏭합니다. 우리말은 ‘말들’이라 안 씁니다. 우리말에서 ‘말’이나 ‘글’에는 ‘-들’을 안 붙입니다. 비나 눈에도 ‘-들’을 안 붙여요. 풀이나 나무나 씨앗에도 ‘-들’을 안 붙여요. 바닷물이나 구름이나 바람이나 별에도 ‘-들’을 안 붙입니다. 이 얼거리를 읽지 않는 탓에 “틀리게 옮기”게 마련이니, 틀린 줄 누가 짚거나 가르치거나 알리면 넙죽 절을 할 일이라고 봅니다.


  스스로 못 배우거나 안 배운 곳을 이제 좀 배우라고 알리는 손길이 있는데 “지금도 오역 지적을 받으면 늘 아프고(6쪽)”처럼 일본말씨로 첫머리부터 핑계를 대는 책이라면, 그야말로 보잘것없습니다. 팔뚝이나 등에 글씨를 안 새겼다지만, 이미 이 책으로 “오만방자한 문장으로 타투를 새(9쪽)”긴 셈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스스로 모르는구나 싶은데, ‘옮김말씨(번역체)’는 ‘옮기다(번역하다)’가 아닙니다. 옮겼으면 ‘옮김말씨’가 아닌, 그저 ‘말씨·우리말씨’입니다. 옮기다가 말았거나, 옮기는 시늉에서 그쳤거나, 제대로 안 옮겼거나, 옮기는 척을 했기에 ‘옮김말씨(번역체)’라고 합니다.


  이웃글을 “잘 옮겨”야 하지 않습니다. 이웃글을 “마음으로 옮기”면 됩니다. 동무나 이웃하고 만날 적에 “겉으로 들리는 소리”만 받아들인다면 ‘이야기’가 아닌 ‘겉훑기’입니다. 흐르는 말소리에 어떤 마음과 뜻과 생각을 얹는지 속으로 헤아리고 짚으면서 “나는 어떤 마음인지” 주고받을 적에 비로소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웃글을 옮기는 일이란, 이웃사람하고 처음으로 만나서 이 나라 뭇사람한테 다리를 놓는다고 할 만합니다. 다리를 어떻게 놓고 싶은지 곱씹고, 다리를 왜 놓으려는지 살피고, 다리를 놓는 동안 스스로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거듭나고 싶은가 하고 생각할 노릇입니다. 이 세 가지를 품으면 ‘옮김말씨’가 아닌 ‘옮긴글’입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잊는다면 ‘옮긴글’이 아닌 ‘옮김말씨(옮기는 흉내인 말씨)’입니다.


ㅍㄹㄴ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지금도 오역 지적을 받으면 늘 아프고

→ 잘못 옮겼다고 짚으면 아직도 아프고

→ 틀린 곳을 나무라면 오늘도 아프고

6쪽


오만방자한 문장으로 타투를 새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철없는 글씨를 몸에 새기지 않아 얼마나 숨돌렸는지 모른다

→ 쪼잔한 글을 몸에 그리지 않아 얼마나 한숨돌렸는지 모른다

→ 도도한 글씨를 살에 새기지 않았기에 망정이다

→ 그래도 막나가는 글을 살그림으로 새기지 않았다

9쪽


나를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 문득 나를 지키려는 몸짓일지도 모른다

→ 불현듯 나를 지키려는 짓일지도 모른다

17쪽


결국 터지지도 못하는 휴화산이면서 기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다

→ 끝내 터지지도 못한 주제에 밑에선 부글부글한다

→ 뭐 터지지도 못하면서 밑바닥에선 끓는다

19쪽


하지만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이미 존재한다면 굳이 부자연스러운 번역체를 쓸 이유가 없다

→ 그런데 더 부드러이 쓸 수 있다면 굳이 딱딱하게 옮김말씨를 쓸 일이 없다

→ 그러나 알맞게 쓸 말씨가 있다면 굳이 엉성하게 옮김말씨를 쓸 까닭이 없다

25쪽


어떤 경우엔 토착어가 가진 정서적 함의와 문화적 맥락이 탈각되기도 한다

→ 때로는 밑말에 흐르는 마음과 살림결이 빠지기도 한다

25쪽


언중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말은 사실상 사어死語다

→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옛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죽은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는 말은 죽는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사라진다

26쪽


평생 꿈도 못 꿀 호사다

→ 꿈도 못 꿀 호강이다

→ 꿈도 못 꿀 봄꿈이다

→ 꿈도 못 꾸도록 넘친다

37쪽


경력 페이지 늘리는 재미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 길자취 늘리기를 얼마나 재미나게 했냐면

→ 걸음꽃을 늘리며 얼마나 좋아했냐면

44쪽


요새 뮤지컬을 자주 번역하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 요새 춤노래를 자주 옮기면서 두 마음이다

→ 요새 판노래를 자주 옮기면서 둘을 느낀다

67쪽


지금이야 그런 글들이 워낙 많아져 어렵지만 그때만 해도 일일이 찾아다닐 만했다

→ 요새야 그런 글이 워낙 늘어서 어렵지만 그때만 해도 하나하나 찾아다닐 만했다

79쪽


책을 내고 책에 대한 평을 듣고 내 글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많다

→ 책을 내고 책느낌을 듣고 내 글을 돌아보는 길에서 여러모로 느낀다

→ 책을 내고 책느낌글을 읽고 내 글을 돌아보면서 이모저모 느낀다

83쪽


나는 그 표현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고 의례적인 칭찬으로 생각했다

→ 나는 그 말을 딱히 뜻있게 듣지 않고 그냥 띄운다고 여겼다

→ 나는 딱히 뜻있다고 안 듣고 가볍게 추켜세운다고 보았다

83쪽


자연스러운 구어체로 말하자면 “네가 뭔데 날 정의해?” 같은 거다

→ 흔히 하는 말로 “네가 뭔데 날 나눠?”와 같다

→ 우리가 하는 말로 “네가 뭔데 날 매겨?” 같다

90쪽


또 다른 누군가가 이 말은 원어로 무엇이었을까를 상상하며

→ 또 다른 누구한테 이 말은 워낙 무엇이었을까 그리며

→ 다른 사람은 이 말이 처음에 무엇이었을까 헤아리며

98쪽


별 차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문장이 순식간에 힙해진다

→ 그리 안 다른 듯하면서도 글이 확 반짝인다

→ 썩 안 다른 듯하면서도 글월이 갑자기 새롭다

→ 비슷한 듯하면서 글자락이 어느새 다르다

→ 그냥저냥 같으면서도 글결이 톡톡 튄다

101쪽


의미에서 탈선한 문장이 여러 채널을 오랫동안 거치며 정역의 탈을 쓰면 문장은 물론이고 화자의 의도도 곡해된다

→ 무슨 뜻인지 모를 글이 여러 곳을 오랫동안 거치며 바른글이란 탈을 쓰면 글에다가 글쓴이 마음도 비튼다.

→ 뜻모를 글이 이곳저곳 오랫동안 거치며 바른글이란 탈을 쓰면 글이 뒤틀리고 글쓴이 뜻도 뒤틀린다

101


꿈을 향해 가는 여정의 목적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지 스릴이 아니다

→ 꿈을 바라보며 나아갈 뿐, 아슬아슬하게 가지 않는다

→ 꿈으로 가는 길일 뿐, 아찔하게 가지 않는다

120


빽빽하게 짜인 계획 속에 살지만 반드시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시간만이 필요한 건 아니다

→ 빽빽하게 짠 대로 살지만 반드시 낫거나 알찬 때만 있어야 하지 않다

→ 빽빽하게 살지만 반드시 훌륭하거나 알뜰한 나날만 보내야 하지 않다

147


결혼과 육아의 가장 끔찍한 케이스만 모아서 지옥도처럼 전시하는

→ 가장 끔찍한 꽃가마와 아이돌보기만 모아서 불늪처럼 보여주는

→ 가장 끔찍한 함께살기와 아이돌봄만 모아서 불바다처럼 늘어놓는

174


우리가 아이를 철저히 무시했고 아이를 우리 대화에 끼워 주지 않았다

→ 우리가 아이를 아주 얕봤고 아이를 우리 얘기에 끼워 주지 않았다

→ 우리가 아이를 무척 깔봤고 아이를 우리 이야기에 안 끼워 주었다

191


사실상 아무것도 못 누렸지만 빈고에 허덕이진 않았다

→ 여태 아무것도 못 누렸지만 가난에 허덕이진 않았다

→ 이제껏 아무것도 못 누렸지만 굶고 허덕이진 않았다

221


나의 온기를 나누거나 타인의 온기를 인식하는 것은 감각의 영역 같기도 하다

→ 내 숨결을 나누거나 이웃 숨결을 느끼는 삶은 마음길 같기도 하다

→ 내 숨꽃을 나누거나 다른 숨꽃을 느끼는 길은 마음살이 같기도 하다

27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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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누구를 보든



  한 달 즈음 퐁당퐁당 잇던 비날이 가셨다. 이제 닷새 즈음 해날이고, 이 해날을 모처럼 길게 이을 듯싶다. 시골은 벼베개(콤바인)만 시끄럽다. 논둑길을 거닐며 들여다보면, 벼베개에 앉은 사람은 거의 이웃일꾼이다.


  집짓기를 하는 일꾼도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는 일꾼도 어느새 이웃일꾼이 거의 다 차지한다. 나라에서는 ai에 억수로 돈을 쏟고 스마트팜에도 벌써 억수로 돈을 퍼부었다. 반도체가 나라를 먹여살린다고 헛바람을 넣지만, 밥이든 빵이든 과일이든 남새이든 안 먹어도 되는지 돌아볼 노릇이다.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열린배움터는 젊은이를 시골로 보낼 수 있는가? 아니, 군수부터 시골집에서 안 살고, 거의 모든 시골공무원도 아파트에서 산다. 교수와 교사는 어떻지? 도지사나 시장은 어떤가. 다른 벼슬아치뿐 아니라 글바치와 그림바치는 어떤가?


  풀벌레노래가 거의 잠든다. 한가을이라서 개구리는 이따금 왁왁 괙괙 외마디노래를 들려준다. 늦가을꽃이 있으니 아직 나비가 날고, 하늘을 누비는 새는 올들어 부쩍 줄어서 여러모로 허전하다.


  예전에 마을지기(이장)이던 아재는 이제 할배가 되어 종이(면허증)를 내려놓고서 처음으로 시골버스를 타신다. 면도 읍도 어린이와 푸름이가 잔뜩 줄어서 시골버스가 붐빌 일은 아주 없다시피 하다. 이런 판에 고흥군은 유자잔치를 으리으리하게 연다. 서울서 노래꾼을 한아름 부른다. 돈을 참 잘 쓰지만, 웬만한 돈은 몇몇 주머니랑 서울로 간다.


  시골은 시골을 안 보고 서울바라기인데, 서울은 서울만 쳐다보기에도 바쁘고 힘드니 시골은 아랑곳않는다. 돈될 길이나 놀러갈 적에만 살짝 흘깃 구경하고 그친다.


  서울과 제주와 큰고장에 크고작은 책집이 많다. 이 많은 책집을 즐기는 분이 있고, 안 쳐다보는 분이 수두룩하다. 날마다 갖은 책이 신나게 나온다. 이 갖가지 책을 반기며 살피는 분이 있고, 뮈가 나오거나 말거나 등진 분이 흘러넘친다.


  나는 나부터 본다. 이윽고 곁님과 두 아이를 본다. 이러고서 풀꽃나무와 새와 나비와 벌레를 본다. 바람과 하늘을 보고, 빗물과 바다를 본다.


  너는 너부터 보면 된다. 우리는 서로 스스로 바라보고서 두마음 한하늘을 품으면 된다.


  퇴직대통령이나 퇴직공무원은, 또 퇴직군인과 퇴직노동자는 모두 똑같이 ‘꽃돈(노령연금)’을 받아야지 싶다. ‘나라돈(국민연금)’은 모든 사람이 똑받아야지 싶다. 꽃돈과 나라돈을 더해서 150만 원이 안 넘어야지 싶다(2025년 눈금). 누구나 고르게 꽃돈과 나라돈만 받으면서 작고 수수하게 살려고 해야 이 나라에 앞날이 있다.


  퇴직대통령은 30평 넘는 집에서 살면 안 된다. 20평 오두막에서 경호원 없이 두멧시골에서 밭일을 하며 살아야지 싶다. 경호원이 없으면, 퇴직대통령은 길에서 뺨따귀를 맞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일을 못했으면 기꺼이 뺨을 맞으며 걸어다니는 대통령이 있어야 말썽(부정부패)이 사라진다. 퇴직대통령은 “인터뷰 금지 + 출판활동 금지 + 강연활동 금지”를 걸 만하다. 이 나라 다른 사람들이 말해야 한다, 그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가 너른길을 달린다. 호젓이 조용히 달린다. 하늘이 파랗고 멧숲이 푸르다. 바깥일을 하며 배우는 바를 차분히 삭여서 보금숲으로 돌아가자. 따뜻하게 번지는 아침볕이다. 2025.10.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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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29.


《골목에서 배우는 인권》

 인권연대 엮음, 철수와영희, 2025.8.29.



새벽에 짐을 꾸리고서 움직인다. 하룻밤을 집에서 누운 다음 다시 먼길을 나선다. 고흥읍을 거쳐서 서울버스를 타는데 아주 졸립다. 잠이 모자라다기보다는 몸이 쉬고 싶구나. 두 시간 남짓 쉬고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바로 전철을 갈아타는데, 책을 읽다가 그만 내릴 곳을 지나친다. 돌고돌아서 덕성여대 앞 〈신고서점〉에 닿는다. 한 해 만에 찾아든다. 자주 찾아도 눈에 띄는 책이 한가득일 테지. 이제 화곡동 〈악어책방〉으로 건너간다. 한참 걸린다. ‘마음글쓰기’ 모임을 조곤조곤 꾸린다. ‘딸아들’이라는 이름과 ‘생각’이라는 낱말과 속으로 품으면서 이야기꽃을 편다. 밤에 길손집에 깃드는데 발과 몸을 씻고서 이내 곯아떨어진다. 《골목에서 배우는 인권》을 읽었다. 여러 사람 여러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교수’라는 이름을 붙잡는 분은 ‘골목·마을·삶·이웃·살림·숲·아이·말글’을 거의 모르거나 너무 등지는 틀에 스스로 얽매는구나 싶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대학교수’한테 기대고, 이들을 우러른다. 웬만한 새뜸(언론)뿐 아니라 벼슬(공직자)까지 이들이 차지한다. 살림하며 아이를 사랑한 아줌마를 경제장관·교육장관으로 못 앉히는 굴레라면, 나라가 제대로 못 구른다고 느낀다. 골목에서 사람길을 배우려면, 먼저 작은 골목집에 깃드는 골목사람으로 지낼 노릇이다. 스스로 골목살림을 하고 난 뒤에라야 골목을 바탕으로 사람빛을 풀어내야 맞다. 그렇지만 교수님치고 골목이나 시골이나 들숲메에 깃들어 먼저 가만히 배우고서 새롭게 가르치는 길에 서는 사람은 다섯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없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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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14.


《다정한 편견》

 손홍규 글, 교유서가, 2015.5.22.



아침에 빨래를 담가 놓는다. 어젯밤에는 구름 하나 없이 별잔치인 하늘인데, 빨래를 헹구려니 빗줄기가 굵다. 낮에 이르니 하늘이 갠다. 담근 빨래를 헹궈서 내놓는다. 이웃님한테 보낼 책꾸러미를 싸고서 바지런히 고흥읍으로 나간다. 나래터에서 부치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비로소 숨돌리면서 하루글을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저녁을 먹은 다음 곯아떨어진다. 발바닥과 발가락이 욱씬거린다. 누워서 풀고, 밤에 일어나서 천천히 주무른다. 《다정한 편견》을 곰곰이 읽으며 헤아려 본다. 글쓰기와 말하기로 글밥과 말밥을 먹는 분들은 ‘삶말·삶글’도 안 쓰고 ‘살림말·살림글’도 안 쓰며, 사랑말이나 숲말은 바랄 수조차 없기 일쑤이다. 요즈음뿐 아니라 지난날도 매한가지이다. “다정한 편견”이 말이 될 수 있을까? 외곬로 담벼락을 세우는 눈길이 따스하거나 포근할까? 다독이고 달래는 눈이라면 ‘끼리끼리’도 ‘담벼락’도 아닌 ‘하늘빛’이다. “하늘이라는 울(우리)”은 둘도 셋도 아닌 그저 하나이다. 모두 품고 살리는 하늘빛은 ‘온눈’이다. 멋부리는 말을 걷어내어야 글빗(비평)을 제대로 할 테지. 치레하는 글을 끝장내야 글빛을 살려서 글꽃(문학)을 이룬다.


ㅍㄹㄴ


《열두달 소꿉노래》 겉그림 고르기

https://www.instagram.com/p/DPycjgkk8hj/?img_index=1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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