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6.22. 큰아이―다 그려서 끼우기

 


  밥상이자 책상에 올려놓고 그릴 수 있지만, 엎드려서 그림 그리기를 한결 즐긴다. 아이들은 엎드려서 놀고 책을 만지고 연필을 쥐고 할 때에 더 좋아할까. 아마 집에서만 이렇게 할 수 있겠지. 어린이집이나 학교 같은 데를 다닌다면 이렇게 할 수 없으리라. 집이기에 뒹굴면서 그림도 그리고 글씨놀이도 하고 책도 붙잡을 수 있다. 이제 그림 한 장 거뜬하게 그려내어 파일꾸러미에 손수 잘 끼워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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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누나와 함께 맨발로

 


  누나가 목긴신 신으면 저도 목긴신. 누나가 고무신 신으면 저도 고무신. 누나가 예쁜 신 신으면 저도 예쁜 신. 무엇이든 누나 꽁무니 졸졸 좇는 산들보라는 누나가 맨발 되어 달리니 저도 맨발 되어 달린다. 누나 따라쟁이 볼볼볼 노래하며 달린다.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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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4 10:06   좋아요 0 | URL
이날 찍으신 사진들, 아무리 봐도 너무 좋아요.~^^

파란놀 2013-06-24 10:34   좋아요 0 | URL
등에 무거운 짐 잔뜩 짊어진 채 아이들
꽁무니만 졸졸 좇아다니며
집으로 낑낑거리며
들어가던 날이었어요 ^^;;;;
 

맨발로 달리며 좋은 어린이

 


  큰아이가 왜 이렇게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하나 생각해 본다. 그야말로 거침없다. 신을 벗기 무섭게 맨발로 척척 날듯이 달린다. 바닥 얇은 고무신이 굴레는 아닐 텐데, 외려 맨발로 한결 즐겁게 날면서 달린다. 발바닥으로 감기는 느낌이 훨씬 크기에 좋을까. 두 발로 더욱 성큼성큼 씩씩할 수 있어 재미있을까. 맨발로 맨발로 다닐 수 있는 곳이란 하늘나라일 테지.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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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책읽기

 


  도라지꽃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아이는 풀밭에 선다. 아이는 풀밭에서 들리는 가느다란 풀벌레 노래를 듣는다. 아이는 아직 저 뒤쪽에 있는 도라지밭 꽃송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아버지가 아이더러 “저기 뒤에 도라지꽃이 피었구나.” 하고 말하자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알아본다. 아이가 꽃을 보며 말한다. “도라지꽃이야? 이 꽃 꺾어도 돼?” “음, 그 꽃은 안 돼. 그 도라지는 누가 따로 심었으니 꽃을 꺾지는 말자.” 꽃대 참 높이 솟는 도라지꽃이다. 씨앗을 잔뜩 뿌려서 도라지밭이 되었는데, 여러 해 묵힌 뒤 뿌리를 캐시려나, 아니면 해마다 씨앗 새로 뿌려 꽃대는 다 베어서 버리고 뿌리만 캐시려나. 우리 집 한켠에 도라지 꽃씨 퍼져서 해마다 새롭게 꽃이 피면 어느 만큼 자라고 어느 만큼 줄기 굵을까 궁금하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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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 바다는 온통 우리 차지
― 아이들과 자전거 타고 바닷가로

 


  고흥에 보금자리 마련해서 처음 살아갈 적에는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아 택시를 곧잘 탔지만, 택시로 이곳저곳 다니고, 군내버스로 이 길 저 길 지나가면서 차츰 길을 익힙니다. 어느 만큼 길이 눈에 익으면 자전거로 달립니다. 혼자서도 달리고, 수레에 아이들 태워 함께 달립니다.


  군내버스나 택시로 다닐 적에도 길눈을 여러모로 익히지만, 자전거로 달릴 때처럼 훨씬 잘 익힐 수는 없습니다. 참말 자전거로 이 길 저 길 막다른 데까지 다니다 보면, 지도책에조차 안 나오는 작은 샛길까지 몸으로 헤아리며 살필 수 있어요.


  우리 집에서 발포 바닷가까지는 7킬로미터입니다. 면소재지 택시를 부르면 네 식구 칠천 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까지 헤아리면 만사천 원에 바닷가마실 누려요.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를 끌며 달리면, 가고 오는 데에 오십 분쯤 들입니다. 가는 길에는 조금 더 빠르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들과 노느라 다리힘이 조금 빠지니 더 품을 들입니다.


  한여름 휴가철에는 바닷가마다 도시사람으로 북적입니다. 도시사람은 전남 고흥 바닷가라 하는 참 먼 데까지 놀러옵니다. 아무래도 큰도시하고 가깝거나 제법 이름난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릴 테니까, 이렇게 깊고 외진 시골 바닷가까지 애써 찾아온다 할 수 있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한테는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바닷가라 할 테지만, 도시사람한테는 무척 한갓지며 고즈넉한 바닷가라 할 만하거든요.


  우리 식구는 아무 때나 바닷가로 마실을 나옵니다. 한겨울에도 첫봄에도 늦가을에도 자전거를 몰아 바닷가마실 누립니다. 우리 식구 말고 아무도 없는 너른 바닷가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모래밭에서 뒹굴며, 바닷물에 몸을 적십니다. 시골에 살기에 바다는 언제나 우리 차지입니다. 바다에서 일하는 분들은 물결 넘실거리는 바다 한복판을 누리고,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살림 꾸리는 우리들은 마음 내킬 적에 언제라도 바닷가를 한껏 누립니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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