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8] 바다는 온통 우리 차지
― 아이들과 자전거 타고 바닷가로

 


  고흥에 보금자리 마련해서 처음 살아갈 적에는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아 택시를 곧잘 탔지만, 택시로 이곳저곳 다니고, 군내버스로 이 길 저 길 지나가면서 차츰 길을 익힙니다. 어느 만큼 길이 눈에 익으면 자전거로 달립니다. 혼자서도 달리고, 수레에 아이들 태워 함께 달립니다.


  군내버스나 택시로 다닐 적에도 길눈을 여러모로 익히지만, 자전거로 달릴 때처럼 훨씬 잘 익힐 수는 없습니다. 참말 자전거로 이 길 저 길 막다른 데까지 다니다 보면, 지도책에조차 안 나오는 작은 샛길까지 몸으로 헤아리며 살필 수 있어요.


  우리 집에서 발포 바닷가까지는 7킬로미터입니다. 면소재지 택시를 부르면 네 식구 칠천 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까지 헤아리면 만사천 원에 바닷가마실 누려요.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를 끌며 달리면, 가고 오는 데에 오십 분쯤 들입니다. 가는 길에는 조금 더 빠르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들과 노느라 다리힘이 조금 빠지니 더 품을 들입니다.


  한여름 휴가철에는 바닷가마다 도시사람으로 북적입니다. 도시사람은 전남 고흥 바닷가라 하는 참 먼 데까지 놀러옵니다. 아무래도 큰도시하고 가깝거나 제법 이름난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릴 테니까, 이렇게 깊고 외진 시골 바닷가까지 애써 찾아온다 할 수 있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한테는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바닷가라 할 테지만, 도시사람한테는 무척 한갓지며 고즈넉한 바닷가라 할 만하거든요.


  우리 식구는 아무 때나 바닷가로 마실을 나옵니다. 한겨울에도 첫봄에도 늦가을에도 자전거를 몰아 바닷가마실 누립니다. 우리 식구 말고 아무도 없는 너른 바닷가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모래밭에서 뒹굴며, 바닷물에 몸을 적십니다. 시골에 살기에 바다는 언제나 우리 차지입니다. 바다에서 일하는 분들은 물결 넘실거리는 바다 한복판을 누리고,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살림 꾸리는 우리들은 마음 내킬 적에 언제라도 바닷가를 한껏 누립니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