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오만 傲慢


 태도가 오만하다 → 몸짓이 건방지다 / 몸짓이 버릇없다

 오만하게 쳐들었다 → 함부로 쳐들었다 / 뻐기며 쳐들었다

 오만한 말투 → 괘씸한 말씨 / 짓궂은 말씨 / 주제넘은 말씨


  ‘오만(傲慢)’은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거만(倨慢)’은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데가 있음”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거드름·거드럭거리다·거들거리다·거들먹거리다’나 ‘건방지다·괘씸하다·기어오르다·까불다’로 손봅니다. ‘까지다·깔보다·깔아뭉개다·껄렁·꼴값하다’나 ‘꼼수·꽁·꽁꽁대다·꽁하다·꿍하다’로 손보고, ‘나대다·나부대다·도도하다·되바라지다·바라지다·버릇없다·버르장머리없다’로 손볼 만합니다. ‘눈멀다·덜먹다·똥오줌 못 가리다’나 ‘닥치다·닥쳐들다·닥쳐오다·덤비다·덤벼들다’로 손보고, ‘마구·마구잡이·마음대로·맘대로·막나가다·함부로’나 ‘막하다·망탕·멋대로·멋모르다·제멋대로·제맘대로’로 손보면 돼요. ‘몹쓸·못되다·무람없다·미다’나 ‘버젓이·어디·이런’으로 손보며, ‘비싸다·값비싸다·값세다’나 ‘뻐기다·뻔뻔하다·뽐내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말이 안 되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터무니없다’나 ‘좁다·비좁다·속좁다·좁쌀·좁싸라기’로 손보지요. ‘야코·얄궂다·짓궂다·어리석다·업신여기다’나 ‘우쭐거리다·자랑·잘난척·잘난체·젠체하다’로 손보고, ‘있는 척·있는 체·주제넘다·주제모르다·주제없다’나 ‘지랄·지랄맞다·-질·짓·짓거리’로 손봅니다. ‘짜다·쩨쩨하다·쪼잔하다·쫄래쫄래·쭐래쭐래’로 손보며, ‘철없다·철딱서니없다·헤다·호로놈·호래놈·후레놈’이나 ‘콧대·콧대높다·콧대세우다·콩켜팥켜’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기자는 숙명적으로 ‘내가 쓴 이 기사가 현상과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전제 아래 독자를 만나는 오만한 존재이다

→ 글바치는 워낙 ‘내가 쓴 이 글이 이야기와 속내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우쭐대며 사람들을 만난다

→ 글님은 모름지기 ‘내가 가장 훌륭히 썼다’고 자랑하며 사람들을 만난다

→ 글꾼은 얄궂게 ‘내가 가장 잘 썼다’고 뻐기며 사람들을 만난다

→ 글쟁이는 으레 ‘내가 가장 잘 썼다’고 내세우며 사람들을 만난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휴머니스트, 2004) 31쪽


예의 그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 예전처럼 건방진 낯빛으로

→ 바로 괘씸한 얼굴빛을 지으며

→ 우쭐대는 낯빛을 노상 지으며

→ 다시 거들먹거리는 낯빛으로

→ 곧바로 잘난체하는 낯빛으로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토마스 야이어/신홍민 옮김, 양철북, 2009) 203쪽


이런 오만한 수법으로 건설 계획을 진행시키다가는

→ 이런 건방진 길로 세우려고 밀어붙이다가는

→ 이처럼 터무니없게 지으려고 이끌다가는

→ 이처럼 말도 안 되게 지으려 하다가는

《우리 마을 이야기 3》(오제 아키라/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 123쪽


공통적 문제는 교만이고 오만입니다

→ 똑같이 잘난 체와 건방입니다

→ 똑같으니 우쭐과 건방입니다

→ 똑같은데 건방에 버릇없습니다

《10대와 통하는 기독교》(손석춘, 철수와영희, 2013) 216쪽


상층에는 자신들이 오만했다는 걸 알려주지

→ 위칸에는 그들이 건방졌다고 알려주지

→ 위쪽에는 그네가 잘난척했다고 알려주지

《토성 맨션 7》(이와오카 히사에/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2015) 86쪽


고대를 비판하면서 현대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오만한 견해를 내놓기도

→ 옛적을 따지면서 오늘이 한결 낫다는 건방진 생각을 내놓기도

→ 옛날을 나무라면서 오늘날이 더 아름답거나 착하다며 잘난 체하기도

《고대 그리스사》(토머스 R.마틴/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15) 16쪽


욕심 많은 아들이 오만하게 말했다

→ 더 노리는 아들이 건방지게 말했다

→ 저만 아는 아들이 주제넘게 말했다

→ 더 갖고픈 아들이 버릇없게 말했다

《경국대전을 펼쳐라!》(손주현, 책과함께어린이, 2017) 147쪽


오만과 무도(無道)를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 거들먹과 막짓을 바로 읽을 수 있다

→ 뻔뻔과 마구잡이가 바로 드러난다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백서추진위원회, 오마이북, 2020) 54쪽


제멋대로에 오만한, 철부지 아가씨

→ 제멋대로에 거드름, 맹한 아가씨

→ 제멋대로에 건방진, 바보 아가씨

→ 제멋대로에 까부는, 멍청한 아가씨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11》(텐도 키린/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3)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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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오만 五萬


 오만 잡동사니 → 온갖 것

 오만 가지 물건 → 갖가지 살림

 오만 설움을 겪다 → 뭇 설움을 겪다

 오만 방정을 다 떨었다 → 방정이란 방정을 다 떨었다

 오만 가지 생각으로 → 가지가지 생각으로

 오만 정이 다 떨어진 것처럼 → 온마음이 다 떨어진 듯이


  ‘오만(五萬)’은 “매우 종류가 많은 여러 가지를 이르는 말”이라고 해요. ‘오만상(五萬相)’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모양”이랍니다. ‘가득·그득·가지가지·갖가지·갖은’이나 ‘골·다닥다닥·다발·다복하다’로 다듬고, ‘들어차다·차다·많다·멧더미’나 ‘모두·무지·무지하다·무지무지’로 다듬습니다. ‘무더기·뭉치·뭉텅’이나 ‘뭇·뭇길·뭇목숨·뭇숨결’로 다듬고, ‘뭇넋·뭇빛·뭇것·뭇이웃·뭇사람’이나 ‘바리·바리바리·빼곡하다·빽빽하다·촘촘하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셀길없다·셀 수 없다·헤아릴 길 없다·헤아릴 수 없다’나 ‘솔찮다·숱하다·쏠쏠하다’로 다듬으며, ‘수두룩하다·소도록하다·수북하다·소복하다’나 ‘아름·알알이·아주’로 다듬어요. ‘아무리·암만·제아무리·제딴·제딴에는’이나 ‘참·참말·참말로·참으로’로 다듬을 만하고, ‘더없이·다시없이·가없이·그지없이’나 ‘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억수’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어줍다·어중이·어중이떠중이’나 ‘여러·여러 가지·여러 갈래·여러길·여러빛·여러빛깔’로 다듬지요. ‘여러분·여러사람·여럿·여러아이’나 ‘온갖·온통·이것저것·이 일 저 일’이나 ‘자욱하다·자옥하다·잔뜩·주렁주렁’으로 다듬고요. ‘즈믄·즈믄길·즈믄꽃·즈믄빛·지나치다’나 ‘콩나물시루·-투성이’로 다듬어도 돼요. ‘하다·하고많다·하고하다·허구허다·허구하다’로 다듬고, ‘한가득·한가득꽃·한가득길·한가득빛·한가득밭’이나 ‘한아름·한아름꽃·한아름길·한아름빛·한아름밭’으로 다듬습니다. “오만상을 찌푸리다” 같은 자리는 따로 ‘우거지낯·우거지얼굴·죽을낯·찌뿌둥·찌푸리다·찡그리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ㅍㄹㄴ



오만 가지 풀씨

→ 가지가지 풀씨

→ 갖가지 풀씨

→ 온갖 풀씨

《새의 마음》(조향미, 내일을여는책, 2000) 20쪽


오만 정이 다 떨어진 적이 있다

→ 온마음이 다 떨어진 적이 있다

→ 아주 마음이 다 떨어진 적이 있다

→ 참으로 싫은 적이 있다

→ 더없이 미운 적이 있다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케이, 모요사, 2016) 34쪽


의사이자 오만 가지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돌봄이요 온갖 가지를 다 아는 사람이다

→ 보듬이에 갖가지 이야기를 다 아는 사람이다

→ 보살핌이에 숱한 이야기를 다 아는 사람이다

《둘리틀 박사 이야기》(휴 로프팅/장석봉 옮김, 궁리, 2017) 9쪽


동이와 동순이가 오만상을 찌푸립니다

→ 동이와 동순이가 잔뜩 찌푸립니다

→ 동이와 동순이가 아주 찌푸립니다

→ 동이와 동순이가 참으로 찌푸립니다

《심부름 가는 길》(이승호, 책읽는곰, 2017) 27쪽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데뷔해 오만가지 일을 다 겪었다

→ 크게 사랑받던 때에 첫선을 보여 온갖 일을 다 겪었다

→ 크게 사랑받던 때에 첫발을 떼며 갖은 일을 다 겪었다

→ 크게 사랑받던 때에 첫걸음을 떼며 숱한 일을 다 겪었다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조영주, 파사주, 2018) 46쪽


오만 가지의 생각들이 모두 지나가야

→ 갖가지 생각이 모두 지나가야

→ 갖은 생각이 모두 지나가야

→ 숱한 생각이 모두 지나가야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박두규, 모악, 2018) 37쪽


오만 가지 소고기라고 했는데

→ 갖가지 소고기라고 했는데

→ 온갖 소고기라고 했는데

《오늘의 버거 1》(하나가타 레이·사이타니 우메타로/김일례 옮김, 소미미디어, 2018) 46쪽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소녀

→ 온통 찌푸리는 아가씨

→ 잔뜩 찌푸리는 아이

《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통일미래교육학회·이재임, 철수와영희, 2019) 12쪽


오만 욕을 다 먹으며

→ 갖은 막말 다 먹으며

→ 온갖 꾸중 다 먹으며

《짜장면이 오면》(김찬곤, 상상의힘, 2019) 96쪽


오만 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 갖가지 생각을 한다

→ 온갖 생각을 한다

→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이정하, 스토리닷, 2020) 111쪽


이유에 대해 오만 가지를 생각해 보며 초조해했다

→ 까닭을 숱하게 생각해 보며 걱정했다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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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맑밝꽃 (2025.11.7.)

― 부산 〈책과 아이들〉



  마음에 ‘불’을 놓으면 언제나 저절로 ‘불씨’가 싹트고 자라서 ‘불타오르’고, 불타오르면 뜨거우니 ‘활활’ 일렁이는데, 빠르게 번지되 빠르게 식어서 ‘홀랑’ 태우고는 ‘재’가 됩니다. 얼핏 불은 더 빨리 따뜻하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따뜻한 기운을 이으려면 자꾸자꾸 태워야 하느라, 이른바 기운(젊음)이 일찌감치 사그라들어요. 이러면서 둘레에 ‘불질(부아)’을 내면서 부라퀴처럼 흐릅니다.

  마음에 ‘물’을 놓으면 얼핏 불을 재우는 듯하지만, 그만 차갑게 식히기 일쑤라서, 다시 불을 찾고 맙니다.


  마음에 ‘불’이 아닌 ‘풀’을 놓으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해서 곧 ‘풀씨’가 바람에 날리고, 조그마한 풀씨가 조그마한 들풀로 싹트고 자라더니 이윽고 풀밭을 이루고, 풀숲이 되다가, 나비가 찾아들고 애벌레가 잎을 갉으면서 새도 덩달아 날아앉아요. 이때에 새는 나무씨를 문득 심고, 새가 심은 나무씨가 더 천천히 싹트고 자라서 시나브로 ‘숲’을 이룹니다. 풀씨를 놓아서 숲을 이루기까지 긴긴 날이 걸리는 듯하지만, 이동안에는 ‘기운을 불사르지(불태우지)’ 않기에 숨결을 고이 잇고, 이때에 ‘푸근(포근)’하게 스스로 품는구나 싶습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야기꽃을 잇고 새로 일구고 다시 읽어내는 나날입니다. 깨어나려는 마음이기에 알을 깨며 알아가요. 안 깨어나려고 하기에 그만 고이고 곪다가 골로 가는 구렁에 잠길 테고요. 알을 깨기란 언뜻 힘들 만하지만, 알아가는 빛을 틔우며 새힘이 솟는다고 봅니다.


  처음 한 사람도 대수롭지만, 언제나 ‘첫(처음)’이 아닌 ‘사람’이 대수롭습니다. 첫길을 열기에 대수롭고, 두길을 가기에 대수롭고, 가운길을 거쳐 끝길을 잇기에 모두 대수롭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되고, 못해도 넉넉합니다. 잘못했으면 뉘우치고 돌아보면서 바로잡을 일입니다. 누구나 하루를 살아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마다 오늘을 노래하며 함께 생각합니다.


  흐르는 물이기에 맑고, 흐르는 바람이라서 밝습니다. 우리 몸은 물과 바람을 나란히 품고 어우릅니다. 모든 사람은 맑고 밝은 빛으로 반짝이는 씨앗이 있어요. 아직 눈뜨지 않아서 맑밝빛을 안 쳐다볼 뿐입니다. 아직 싹트지 않아서 맑밝꽃으로 안 나아갈 뿐입니다.


  낱말 하나를 차분히 배우고 익히면서 살림 하나를 차분히 가꾸고 일굽니다. 더 많이 배우기에 더 잘 익히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서 배우는 한 가지를 추스르고 어우르는 마음이라면 언제나 이 씨앗 한 톨을 바탕으로 숲을 새로 일으킵니다.


《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야구부입니다》(원유순 글·임승현 그림, 두산동아, 2006.3.30.)

《우리는 지금 모험 중》(이도이아 이리베르테기/성초림 옮김, 키다리, 2023.1.16.)

#Regla nº 1 #IdoiaIribertegui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1974.2.28.첫/2019.8.25.6판/2021.7.15.6판10벌)

《주청공사관 일기》(이수복 글·박건웅 그림, 우리나비, 2022.8.10.첫/2022.11.30.2벌)

《사춘기 준비 사전》(박성우 글·애슝 그림, 창비, 2019.11.25.첫/2019.11.27.2벌)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히로시마 레이코 글·쟈쟈 그림/김정화 옮김, 길벗스쿨, 2019.7.5.첫/2022.2.10.22벌)

#廣島玲子 #ふしぎ?菓子屋錢天堂

《문화어 수업》(한성우·설송아, 어크로스, 2019.8.12.첫/2020.8.20.3벌)

《권기옥》(강정연 글·오영은 그림, 비룡소, 2021.9.10.첫/2024.1.16.3벌)

《35년 2 1916∼1920》(박시백, 비아북, 2018.1.2.)

《앨런의 전쟁》(에마뉘엘 기베르/차예슬·장재경·이하규 옮김, 휴머니스트, 2013.3.4.)

#AlansWar #TheMemoriesofGI #AlanCope #EmmanuelGuiber

《여덟 단어》(박웅현, 북하우스, 2013.5.20.첫/2013.11.11.29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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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창원에서



  어제 창원에 닿았고, 늦낮에 마산으로 건너왔다. 마창 둘만 더해도 무척 크다고 느낀다. 창원도 마산도 부산과 고흥 못잖게 폭하다. 안 춥고 안 언다. 그러나 이렇게 ‘겨울없는’ 곳에서 사는 분은 그저 춥다고 여긴다. “마음이 추우니 몸도 춥다고 느낍니다” 하고 여쭈면 다들 웃는다. 거짓말이 아니다. 마음이 추운 사람은 몸이 덩달아 춥다. 마음이 따뜻하기에 몸이 나란히 따뜻하다. 옷을 두툼히 입어서 나쁘지 않되, 옷에 앞서 마음부터 돌아볼 일이라고 느끼낟.


  아침길을 나선다. 마산 시내버스는 칸 사이가 좀 좁다. 어제는 사납게 모는 버스일꾼만 만났고, 오늘은 느긋이 모는 버스일꾼을 만난다. 누구나 다르니, 저마다 다르게 살고 말하고 듣고 들려주고 보고 보여준다. 더 낫거나 더 나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누구를 마주하든 빙그레 웃으면 넉넉하다고 본다. 사납게 모는 사람한테도 웃고, 부드러이 웃는 사람한테도 웃으면 된다.


  고흥은 이제 살살 울긋불긋 물들려 한다면, 부산이며 창원에 마산은 샛노랗고 새빨갛다. 길에는 쇠(자동차)가 넘쳐서 시끄럽다만, 나는 길나무와 길풀을 바라보며 걷는다. 나무를 톡톡 토닥이고 들꽃을 살살 어루만지면 ‘길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 이따금 새 한두 마리씩 곁으로 날아와서 날아간다. 새한테 속삭인다. “우리 뒤꼍에도 감을 먹으려고 날마다 오는데, 네 동무가 우리집에서 함께 산단다.”


  오늘도 해가 밝다. 아침해를 머금으면 따뜻하다. 해는 아직 더 누워야 하고, 날마다 뉘엿뉘엿 슬그머니 쉬어간다. 이제 마산나루에 닿아서 종이를 끊는다. 어느새 칙칙폭폭 순천에 닿는다. 쓰던 글을 멈춘다. 고흥버스에서는 책읽기를 누려야지. 읍내에서 마을로 가는 시골버스에서는 하루글을 쓰자. 2025.11.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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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25-11-15 19:23   좋아요 0 | URL
굵고 짧게 창원과 마산을 돌았습니다.
마창진이 크고 사람이 많은 줄 알기는 했지만,
거의 열 해 만에 다시 찾아본 창원과 마산은
그대로 사람도 자동차도 많고,
이 책집에서 저 책집으로 옮기는 길이 으레 1시간쯤 걸리더군요 ^^;
즐겁게 누리고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각이불 비룡소의 그림동화 59
앤 조나스 지음, 나희덕 옮김 / 비룡소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14.

그림책시렁 1659


《조각 이불》

 앤 조나스

 나희덕 옮김

 비룡소

 2001.1.10.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입던 옷을 안 버립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천으로나 지은 옷을 입히지 않았기에, 아이들 옷가지는 나중에 덧댐천으로 얼마든지 살려쓸 수 있습니다. 또는 우리 아이들이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으면 입힐 수 있습니다. 옷이건 책이건 세간이건 버림치란 없게 마련입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즐겁게 쓰고, 뒷날에는 뒷날대로 새롭게 살립니다. 《조각 이불》은 ‘아이한테 작은 옷’을 알맞게 마름질을 해서 ‘조각이불’을 지어서 베푼 살림을 들려줍니다. 조각이불을 누리는 아이는 이제 조각이 된 옛옷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그동안 어떻게 놀고 노래하며 자랐는지 헤아립니다. 이 조각이불도 머잖아 작을 테니 새롭게 조각이불을 여밀 만합니다. 이제까지는 어버이가 옷살림을 베풀었으면, 앞으로는 ‘철든 어른으로 선 아이’가 스스로 옷살림을 빚고 짓고 가꿀 테지요. 우리가 아이랑 한집에서 살아갈 적에 할 일이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살림입니다. 사랑으로 빚는 살림입니다. 숲빛으로 짓는 살림입니다. 수수하게 어울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살림입니다. 나란히 걸어가는 오늘을 함께 기뻐하는 살림이에요. 자, 아이랑 나란히 앉아서 손에 바늘을 쥐어요. 찬찬히 엮고 뜨고 손질하고 가누는 살림하루를 열어요.


#TheQuilt #AnnJonas


+


모두가 작아진 옷들이에요

→ 모두가 작은 옷이에요

→ 이제 작은 옷이에요

9


오늘 밤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오늘 밤 잠들 수 없을 듯해요

→ 오늘 밤 잠이 안 올 듯해요

11


여기에도 없을 거예요

→ 여기에도 없어요

→ 여기에도 없는 듯해요

2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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