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8.


《원전집시,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

 호리오 구니에 글/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7.3.11.



아침에 뒷간을 치운다. 집안일을 하고, 밥을 차리고, 씻고, 글살림을 여미고서, 〈책숲 1023〉을 글자루에 담는다. 읍내 나래터(우체국)로 부치러 나간다. 큰아이랑 함께 시골버스를 탄다. 거님길과 길섶을 몽땅 차지하는 쇠(자동차)를 언제나처럼 본다. 은행나무 곁에서 조그맣게 싹트는 작은 은행나무를 본다. 집으로 돌아오고서 저녁을 먹고, 씻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다가 함께 촛불보기를 한다. 촛불보기를 하면, 촛불을 거쳐서 빛살이 스며들고 이야기가 흘러들면서 앙금이 녹는다. 이러면서 스스로 바라보는 꿈그림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촛불이 들려주는 말을 한참 이야기하고서 자리에 누워 풀벌레노래를 듣는다. 《원전집시,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을 되읽는다. 이 책이 갓 나온 지 벌써 여덟 해로구나. 얼마나 읽혔을까. 눈여겨보는 이웃은 무엇을 느낄까. ‘피폭 하청노동자’라는 이름을 어느 만큼 헤아릴까. 돈터(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흘쯤일(주4.5일제)’을 바란다고 한다. 그런데 숱한 사람은 ‘이레일(주7일노동)·엿새일’을 할 뿐 아니라 ‘하루 열두 시간’을 가볍게 일하기도 한다. 일을 덜 하려고 하기보다는 “일자리 나눔”을 할 노릇이지 않을까? 일자리 품을 넓히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아야 맞지 않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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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3
코다마 하츠미 지음, 김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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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4.

책으로 삶읽기 1059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3》

 코다마 하츠미

 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8.30.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3》(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을 가만히 읽는다. ‘불타오르던 아이’는 이제 조금씩 주먹을 내려놓는다. 아니, 주먹에서 힘을 뺀다. 주먹을 휘두르면서 앙갚음하려는 마음을 하나하나 풀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하고 묻는다. 그토록 마음으로 감추고 닫아걸던 응어리가 정작 하나같이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아채면서 “굳이 더 살아야 하지 않”으면서도 “애써 일찍 죽어야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바야흐로 삶을 바라보는 자리에 선다. 여태 안 쳐다보던 삶을 물끄러미 되새길 틈을 느긋이 둔다. 얼핏 보니, 요새는 싸움터에 들어간 젊은사내가 옷가지를 이쁜 꾸러미에 담아서 집으로 보낸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그냥 누런종이에 싸서 '받는몫(착불)'으로 후줄그레하게 보냈다. 예전처럼 누런종이에 후줄그레하게 싸서 보내면 어버이로서는 울컥할 만할 수 있겠구나 싶은데, 반듯한 꾸러미에 차곡차곡 담아서 보내주니 아무렇지 않게 느낄 만하다. 바꾸려는 마음이란 가꾸려는 마음이다. 살려는 마음이란 배우려는 마음이다. 죽으려는 마음이란 안 배우려는 마음이니, 언제나 차근차근 오늘 하루부터 즐겁게 누릴 노릇이지 싶다.


ㅍㄹㄴ


“즐거워 보여서 치사하다고는 생각해요.” (12쪽)


“아니, 그치만 주임님. 그 회사에서 그런 짓거리를 하고 다니면서 스트레스 쌓일 일이 있었어요? 와? 진짜 그냥 먼저 태어났을 뿐인 인간인 거네요. 무섭다.” (57쪽)


“아버지는 ‘아픈 아이를 간호하며 살아가는 올바른 아버지’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납득하고 싶어서 너무 미화시킨 건지도 모르지만.” (77쪽)


“대체 뭐가 정답인데! 젠장∼∼!” (142쪽)


“누구나가 다 꾸밈없는 본래의 자신과, 장소에 맞춰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갖고 있으니까.” (147쪽)


#この世は戰う價値がある

#こだまはつみ


+


심지어 우리가 개시 손님이네∼

→ 게다가 우리가 마수손님이네!

→ 더구나 우리가 첫손님이네!

27쪽


2탄째로 들어가네요

→ 두 발째네요

→ 다음이네요

41쪽


화학반응이 오는 그 순간을 뇌리에 잘 새기고 와

→ 들끓는 그때를 머리에 잘 새기고 와

→ 끓어오르는 때를 마음에 잘 새기고 와

1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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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대마경 11 - S코믹스
이시구로 마사카즈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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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4.

책으로 삶읽기 1061


《천국대마경 11》

 이시구로 마사카즈

 천선필 옮김

 소미미디어

 2025.9.17.



《천국대마경 11》(이시구로 마사카즈/천선필 옮김, 소미미디어, 2025)를 읽다가 문득 느낀다. 이 그림꽃은 첫걸음부터 열한걸음에 이르도록 ‘망가진 나라’를 다루는데, 정작 이 줄거리에 나오는 사람 어느 누구도 ‘짓기’를 안 한다. 다들 ‘얻기’나 ‘훔치기’로 살아간다. 물은 어떻게 마시는가? 꼭지만 틀면 줄줄줄 나와야 하나? 빛(전기)은 어떻게 쓰는가? 단추만 딸깍 누르면 반짝반짝 나와야 하나? 가게에는 어떻게 온갖 먹을거리와 살림이 있는가? 이미 망가진 나라인데 누가 뚝딱뚝딱 만들어서 실어나르는가? 땅이 드넓어도 땅을 일구는 사람은 아무도 안 나온다. 모두 서울(도시)에 스스로 갇힌 채 남이 도와주거나 베풀기를 기다린다. 나이가 몇 살 안 되는 푸름이조차 아무렇지 않게 목숨을 앗는 죽임질을 할 줄 알고, 살섞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땀흘리는 사람이 없고, 땅과 땀이 나란한 줄 알아채는 사람이 없고, 기름도 그냥 어디에서 솟는 듯싶고, 망가진 나라에서조차 이제부터 철들고 넋차려서 살림해야 한다는 길을 찾아나서지 않는데, 이런 줄거리가 ‘모험’이라 할 만한가?


ㅍㄹㄴ


“제대로 장례를 치러 주자.” (42쪽)


“마을은 장소나 비축물자 같은 게 아닙니다. 하이에나가 우리에게서 장소를 빼앗았다 하더라도 그곳은 마을이 아니에요. 마을은 우리의 머리입니다. 천국은 몇 번이든 만들 수 있어요! 우리가 살아남기만 한다면!” (160쪽)


+


마을은 장소나 비축물자 같은 게 아닙니다

→ 마을은 터나 쟁인 살림이 아닙니다

→ 마을은 자리나 쌓은 살림이 아닙니다

160쪽


최근 두개골이 섞여 있는 걸 보니 이곳은 방치된 게 아니야

→ 요새 머리뼈가 섞였으니 이곳은 버려둔 데가 아니야

1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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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4.

숨은책 1081


《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엮음

 푸른나무

 1992.8.25.첫/1996.3.28.8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이란, 이곳에서 새롭게 하루를 바라보면서 저곳으로 나란히 걸어가려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배움책(교과서)을 달달 외워서 셈겨룸(입시·시험)에서 이겨야 하지 않습니다. 배움책은 이름 그대로 삶·살림·숲을 배우는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하고, 배움터(학교)는 이름마따나 삶·살림·숲을 배우는 터전 노릇을 해야 마땅합니다. 《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가 나오던 1992년에 푸른배움터를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배움터에서 안 다루거나 못 다루는 줄거리를 꽤 볼 수 있되, 이런 줄거리를 익힌들 셈겨룸에는 이바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셈겨룸을 굳이 잘 해야 할까요? 요즈음에도 ‘초·중·고·대 시험’에 이바지한다는 책이 쏟아지고 팔리고 읽히는데, 우리는 이제 멈추어야지 싶습니다. ‘사회지식·시사상식’이 아니라 ‘삶길·살림길·숲길’을 배우고 익혀서 ‘사람길·사랑길’을 가꾸고 짓는 하루를 펼칠 일입니다. 임금님이나 벼슬아치네 옷과 밥과 집이 아닌, 논밭을 짓는 시골사람이 수수하게 누리고 나눈 옷과 밥과 집을 다루고 이야기할 노릇입니다. ‘가정식 백반’이 아닌 ‘집밥’을 이야기하면서, ‘미술사’가 아닌 ‘그림 이야기’를 찾아나설 때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노력이 우리 아이들을 연꽃으로 피우려는 생명수를 찾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5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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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4.

숨은책 1079


《앎과함 8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4 (미국노동운동비사)》

 리처드 O.보이어·허버트 M.모레이스 글

 백범사상연구소 옮김

 화다

 1978.11.25.



  우리 스스로 힘쓰지 않아도 움직일 적에 ‘-지다’를 붙입니다. ‘스러지다·사라지다·떨어지다·불거지다·갈라지다·없어지다’처럼 써요. 우리 스스로 힘쓸 적에는 ‘떨구’고 ‘일으키’고 ‘가르’고 ‘없애’며 짓습니다. 박정희 사슬나라가 막바지로 갈 즈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나 《미국노동운동비사》 같은 책이 한글판으로 나왔습니다. 주리를 틀고 입술을 꿰맨다고 하던 무렵이지만, 우리 스스로 담벼락을 허물면서 꼭두각시를 끌어내릴 길을 알리려고 하던 작은씨앗입니다. “국가의 위대성이 발가벗겨졌다(81쪽)”라든지 “노동자가 비단옷을 사입고 집집마다 통닭을 먹고 자동차가 있다고 떠들어대는 시대에 누가 찰스타운형무소에 갇혀 있는 억울한 사코와 반제티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25쪽)” 같은 대목은 예나 이제나 깊이 돌아볼 만합니다. 사코는 죽음을 앞두고서 아들한테 남기는 마지막 글월에 시골길을 엄마랑 거닐면서 숲빛을 품으며 이웃을 헤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우리는 서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을까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알려고 안 한’ 이야기 같습니다. 알아보려고 나서면, 알아채려고 눈뜨면, 바로 우리 스스로 이곳 이때부터 푸른숲으로 돌볼 수 있습니다.


“얘야, 울지 말고 강해야 한다. 그래야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단다. 슬픔에 찬 엄마의 마음을 돌리려거든 내가 전에 했던 대로 이렇게 하려무나. 엄마와 함께 조용한 시골을 오래도록 걸으면서 여기저기서 들꽃을 따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대자연의 조용함이 어우러져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어라. 그러면 엄마도 즐거워할 테고 너도 틀림없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단테야, 행복하다고 해서 너 자신만을 위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쳐서는 안 된다. …… 도와 달라고 아우성치는 약한 사람들을 도와라,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대를 받고 짓밟히는 사람들을 도와라. 그런 사람들은 아버지와 반제티 아저씨처럼 싸우다 쓰러지는 동지들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유의 환희를 이룩하기 위해서 싸우다 쓰러지는 동지들이란다.” (30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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