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4.

숨은책 1079


《앎과함 8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4 (미국노동운동비사)》

 리처드 O.보이어·허버트 M.모레이스 글

 백범사상연구소 옮김

 화다

 1978.11.25.



  우리 스스로 힘쓰지 않아도 움직일 적에 ‘-지다’를 붙입니다. ‘스러지다·사라지다·떨어지다·불거지다·갈라지다·없어지다’처럼 써요. 우리 스스로 힘쓸 적에는 ‘떨구’고 ‘일으키’고 ‘가르’고 ‘없애’며 짓습니다. 박정희 사슬나라가 막바지로 갈 즈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나 《미국노동운동비사》 같은 책이 한글판으로 나왔습니다. 주리를 틀고 입술을 꿰맨다고 하던 무렵이지만, 우리 스스로 담벼락을 허물면서 꼭두각시를 끌어내릴 길을 알리려고 하던 작은씨앗입니다. “국가의 위대성이 발가벗겨졌다(81쪽)”라든지 “노동자가 비단옷을 사입고 집집마다 통닭을 먹고 자동차가 있다고 떠들어대는 시대에 누가 찰스타운형무소에 갇혀 있는 억울한 사코와 반제티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25쪽)” 같은 대목은 예나 이제나 깊이 돌아볼 만합니다. 사코는 죽음을 앞두고서 아들한테 남기는 마지막 글월에 시골길을 엄마랑 거닐면서 숲빛을 품으며 이웃을 헤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우리는 서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을까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알려고 안 한’ 이야기 같습니다. 알아보려고 나서면, 알아채려고 눈뜨면, 바로 우리 스스로 이곳 이때부터 푸른숲으로 돌볼 수 있습니다.


“얘야, 울지 말고 강해야 한다. 그래야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단다. 슬픔에 찬 엄마의 마음을 돌리려거든 내가 전에 했던 대로 이렇게 하려무나. 엄마와 함께 조용한 시골을 오래도록 걸으면서 여기저기서 들꽃을 따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대자연의 조용함이 어우러져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어라. 그러면 엄마도 즐거워할 테고 너도 틀림없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단테야, 행복하다고 해서 너 자신만을 위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쳐서는 안 된다. …… 도와 달라고 아우성치는 약한 사람들을 도와라,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대를 받고 짓밟히는 사람들을 도와라. 그런 사람들은 아버지와 반제티 아저씨처럼 싸우다 쓰러지는 동지들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유의 환희를 이룩하기 위해서 싸우다 쓰러지는 동지들이란다.” (30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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