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무르 - 또, 그리운 모든 고양이에게
에밀리 바스트 지음, 이선주 옮김 / 야옹서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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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14.

그림책시렁 1654


《샤무르》

 에밀리 바스트

 이선주 옮김

 야옹서가

 2024.12.23.



  비는 퍽 높구나 싶은 데에서 땅으로 내려옵니다. 그렇지만 어떤 빗방울도 안 무서워할 뿐 아니라, 그렇게 높은 데에서 내려오는데 불타오르지 않고, 다치지 않을 뿐 아니라, 여린 꽃잎 하나 할퀴지 않습니다. 모든 숨결은 빗물을 받아들여서 몸을 이룹니다. 풀꽃나무뿐 아니라 사람과 개와 나비와 새와 벌레도 빗방울로 빚은 몸입니다. 우리는 늘 ‘새비’를 맞아들여서 ‘새몸’으로 거듭나고, ‘헌몸’을 몸밖으로 내보내면서 흙을 북돋우고 바다를 살찌웁니다. 《샤무르》는 얼핏 마음앓이나 멍울빛을 다루는 듯싶지만, 겉몸만 붙잡는 나머지 속마음과 속빛하고는 퍽 멀다고 느낍니다. 곁짐승도 들풀도 ‘겉모습’으로 아끼거나 귀여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도 얼굴이나 몸매로 따지지 않습니다. 너랑 내가 동무로 사귀거나 이웃으로 만날 적에는 오직 마음빛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마음빛이 아닌 얼굴·몸매·돈·이름·힘 따위를 먼저 쳐다보려고 한다면, 동무도 이웃도 아닌 한낱 허울과 껍데기입니다. 곁고양이도 곁개도 ‘겉몸’으로 우리 곁에 살짝 머물다가 갑니다. 굳이 겉몸으로 찾아와서 떠나되, 한결같이 마음빛과 숨빛을 들려주고 보여주게 마련입니다. 부디 ‘속’을 바라보기를 빌 뿐입니다.


#Chamou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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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꽃으로 태어났어 zebra 7
엠마 줄리아니 글.그림, 이세진 옮김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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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14.

그림책시렁 1655


《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이세진 옮김

 비룡소

 2014.7.31.



  씨앗을 맺으려고 피어나는 끝길인 꽃입니다. 꽃이란, 몸에서 끝동에 매달린 꼬리마냥, 끝을 맺으면서 새곳으로 잇는 길목입니다. 한 해 열두 달 가운데 열둘쨋달을 ‘섣달’이라 하는데, 한 해를 마치고 맞이하는 이듬해 첫날은 ‘설날’입니다. 서기에 설 수 있어요. 멈춰서기에 일어섭니다. 《나, 꽃으로 태어났어》는 곱게 꽃빛을 들려주는 얼거리라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알쏭합니다. 가만 보니, “Voir le jour”라는 프랑스말에는 ‘꽃’이란 낱말이 없습니다. 그저 ‘태어나다’이면서 “낮을 보다”라는 길이에요. 밤이란, 무럭무럭 자라면서 꿈을 키우는 때입니다. 낮이란, 새곳을 보려고 넘어가고 일어서는 때입니다. 그러니까 ‘꽃’을 들려주는 그림책이 아닌 ‘나고 지는(태어나고 스러지는)’ 길을 들려주려는 그림책일 텐데, 한글로 잘못 옮겼습니다. 3쪽에 “따스한 햇살”이라 옮긴 대목은 틀렸습니다. 햇살은 화살과 같은 결이기에 ‘따갑다’라 해야 합니다. 이 그림책이라면 “따스히 햇볕”으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따스하거나 포근한 결은 ‘볕(햇볕)’입니다. 씨앗 한 톨이 들풀로 새롭게 깨어나서 해바람비를 맞이하는 길을 들려주려던 그림책일 텐데, 책이름과 옮김말씨 탓에 외려 이러한 결을 ‘죽이’거나 ‘밀친’ 셈입니다.


#EmmaGiuliani #Voir le jour (2013년)


ㅍㄹㄴ


《나, 꽃으로 태어났어》(엠마 줄리아니/이세진 옮김, 비룡소, 2014)


따스한 햇살을 받고

→ 따스히 햇볕을 받고

→ 따갑게 햇살을 받고

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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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12.


《필수는 곤란해

 피어스 콘란 글/김민영 옮김, 마음산책, 2023.12.5.



마당이 아늑한 〈책과 아이들〉에서 아침을 연다.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햇볕숨·땅숨’을 누린다. 햇볕과 땅빛을 나란히 맨손과 맨발로 받는 숨쉬기를 하면 온몸이 찌릿찌릿 파릇파릇 빛난다. ‘이오덕 읽기 모임’과 ‘말이 태어난 뿌리 ㅌ’ 이야기꽃을 편다. 그림책·글책·그림꽃책을 어떻게 읽고 헤아리면서 마음에 씨앗 한 톨을 심으면서 저마다 즐거울는지 들려준다. 스스로 사랑하면 되고, 스스로 눈뜨면 되며, 스스로 노래하면 된다. 저녁에는 〈책인감〉 지기님이 부산마실을 하며 이곳을 찾아온다.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웃님 열 분 즈음 둘러앉아서 이제부터 새록새록 일구고 돌볼 책집살림 이야기로 늦도록 마음을 모은다. 《필수는 곤란해》는 첫머리를 꽤 남다르다 싶도록 여는 듯하지만, 갈수록 쳇바퀴를 돌면서 갖은 샛길로 빠지다가 어영부영 맺는다고 느낀다. 글쓴이는 ‘장난’과 ‘놀이’가 어떻게 다른 줄 모르는 듯싶다. ‘재주’와 ‘솜씨’가 어찌 다른지 모를 듯싶고, ‘담다·닮다·다르다·닿다·닳다·닫다’가 어떻게 맞물리면서 다른지 알 턱도 없다고 본다. 이웃나라에서 이 나라로 깃들며 이모저모 맛보는 삶은 안 나쁘되, 아직 겉훑기를 못 벗어났는데, 글과 책부터 섣불리 서둘러 쓰신 듯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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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13.


《정치의 의무》

 이정미 글, 북노마드, 2019.11.11.



어제는 2시간 잤고, 오늘은 4시간 잔다. 밖에서는 이만큼 밤잠을 누려도 느긋하다. 어제 마감인 글을 새벽에 매듭짓는다. 아침까지 넉벌 되읽고 손질한 다음에 보낸다. 조금 숨돌리고서 길을 나선다. 사상나루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14:25 시외버스를 타는데 구름이 짙다. 훤한 낮이어야 할 때인데 시외버스가 어둡네. 그렇지만 책을 석 자락 읽고, 하루글과 노래를 여러 꼭지 쓰고서 눈을 붙인다. 읽고 쓰고 쉬니 고흥읍에는 18:05 즈음에 닿는다. 18:30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벌써 해지고서 캄캄하다. 마을 앞에서 내리니 풀벌레노래가 반긴다. 즐거우면서 반가운 가을빛이다. 알맹이가 얼마 없이 빈자리가 가득한 《정치의 의무》를 읽으면서 멍했다. 왜 알차게 안 엮을까? 할 말과 들려줄 뜻이 이렇게 호졸곤해도 되나? 목소리는 있되, 어떤 목소리인지 아리송할 뿐 아니라, 모든 목소리는 ‘서울에 갇힌’다. 스스로 ‘왼쪽(좌파)+새길(진보)’라 외치는 사람이 이렇게 얄팍하게 책을 내놓는다면 그야말로 갑갑하다. 삶이라는 자리에 발을 안 담근 티가 물씬 나고, 살림이라는 터전에 몸을 안 둔 티끌이 짙으며, 사랑이라는 어깨동무를 모르는 목소리만 맴돈다. 우두머리(당대표) 노릇은 접고서, ‘시골 군의원’과 ‘군수’부터 바꾸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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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팔랑귀



  나를 처음 만나는 분들이 처음 터뜨리는 말은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지만, 지겹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정년퇴직 교수’라 하고 ‘이웃나라에서 오래 살기도 했다’는 어느 분이 끈질기게 묻는다. “틀림없이 부모 가운데 한 쪽이 외국사람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충청남도 예산과 당진 시골자락에서 태어나서 시골아이로 자라고서 인천으로 건너와서 젊은날을 보내며 아이 둘을 낳아서 돌보았고, 이제는 충청북도 음성으로 옮겨서 늘그막을 살아낸다. 어머니 쪽 할매할배도, 아버지 쪽 할매할배도, 그냥그냥 다 시골내기 논밭지기였고, 아버지 할배 쪽은 황해도 해주하고 오랜 줄이 닿는 줄 안다.


  1994년에 인천을 떠나 서울에 있는 한국외대 네덜란드말 학과에 들어가기 앞서도 나더러 “네덜란드사람 아니에요?” 하고 묻는 분이 제법 있었고, 어느 분은 “네덜란드사람 피가 흘러서 ‘엄마말’을 배우려고 하나 봐요?” 하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말을 자꾸자꾸 캐묻기까지 했다. 어느 날에는 “베트남사람 아니에요?”라든지 “일본 관광객인 줄 알았어요.”라든지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쪽이나 훗카이도 쪽 사람 아니었어요?”라든지 “미국사람 아니에요?”라든지 “덴마크사람인 줄 알았는데.”라든지 …… 열 살 무렵부터 쉰 살이 넘은 나이에 이르도록 ‘뿌리나라’가 어디인지 알쏭달쏭하다고 물어대는 분이 참으로 많다.


  문득 하나하나 짚자니, 나더러 뿌리나라가 어디냐고 묻는 분 가운데 ‘중국’을 꼽은 사람만 없고, 푸른별 웬만한 나라 이름을 다 들었다. 네팔이나 부탄이나 버마를 묻는 사람이 있었고, 페루나 아르헨티나나 에콰도르를 묻는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묻는 소리에 질려서 이따금 “제 피를 살피니 우리별 모든 나라에 한 분씩 다 있더군요.” 하고 대꾸한다. 아마 우리는 이 나라 이 땅 사람이기 앞서 ‘푸른별 모든 나라’에서 지난날 다 살아낸 발자취가 있을 만하다. 오늘은 ‘한나라(한국)’라는 몸을 입되, 누구나 지난날에는 ‘온나라(전세계)’ 곳곳에서 다 다른 삶과 살림과 사랑을 누렸다고 할 만하다고 본다.


  팔랑팔랑 나비를 지켜본다. 한가을 부산 한복판인데 새끼손톱만 한 부전나비가 발등을 스친다. 풀밭에 쪼그려앉는다. “넌 어느 나라 나비이니?” 하고 물어본다. 나비가 어처구니없다며 팔랑팔랑 날갯짓으로 휙 저기로 간다. 나도 빙그레 웃는다. 나는 나인걸. 나는 인천사람도 서울사람도 부산사람도 아니고, 전라사람도 고흥사람도 아니고 충청사람도 아니다. 그저 나는 나라는 사람이다. 나는 어느 한 곳을 뿌리나라로 삼을 마음이 아예 없다. 나는 나한테 스스로 새롭게 살라는 길을 찾으라고 책노래를 들려준다. 2025.10.1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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