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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꽃으로 태어났어 ㅣ zebra 7
엠마 줄리아니 글.그림, 이세진 옮김 / 비룡소 / 2014년 7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14.
그림책시렁 1655
《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이세진 옮김
비룡소
2014.7.31.
씨앗을 맺으려고 피어나는 끝길인 꽃입니다. 꽃이란, 몸에서 끝동에 매달린 꼬리마냥, 끝을 맺으면서 새곳으로 잇는 길목입니다. 한 해 열두 달 가운데 열둘쨋달을 ‘섣달’이라 하는데, 한 해를 마치고 맞이하는 이듬해 첫날은 ‘설날’입니다. 서기에 설 수 있어요. 멈춰서기에 일어섭니다. 《나, 꽃으로 태어났어》는 곱게 꽃빛을 들려주는 얼거리라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알쏭합니다. 가만 보니, “Voir le jour”라는 프랑스말에는 ‘꽃’이란 낱말이 없습니다. 그저 ‘태어나다’이면서 “낮을 보다”라는 길이에요. 밤이란, 무럭무럭 자라면서 꿈을 키우는 때입니다. 낮이란, 새곳을 보려고 넘어가고 일어서는 때입니다. 그러니까 ‘꽃’을 들려주는 그림책이 아닌 ‘나고 지는(태어나고 스러지는)’ 길을 들려주려는 그림책일 텐데, 한글로 잘못 옮겼습니다. 3쪽에 “따스한 햇살”이라 옮긴 대목은 틀렸습니다. 햇살은 화살과 같은 결이기에 ‘따갑다’라 해야 합니다. 이 그림책이라면 “따스히 햇볕”으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따스하거나 포근한 결은 ‘볕(햇볕)’입니다. 씨앗 한 톨이 들풀로 새롭게 깨어나서 해바람비를 맞이하는 길을 들려주려던 그림책일 텐데, 책이름과 옮김말씨 탓에 외려 이러한 결을 ‘죽이’거나 ‘밀친’ 셈입니다.
#EmmaGiuliani #Voir le jour (2013년)
ㅍㄹㄴ
《나, 꽃으로 태어났어》(엠마 줄리아니/이세진 옮김, 비룡소, 2014)
따스한 햇살을 받고
→ 따스히 햇볕을 받고
→ 따갑게 햇살을 받고
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