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작은아이 오줌바지

 


  작은아이가 어제오늘 앓으면서 잠을 잘 적마다 바지에 쉬를 눈다. 이제 작은아이는 낮기저귀도 밤기저귀도 다 뗄 무렵이다만, 몸이 아프고 보니 아이 스스로 오줌을 어찌하지 못하는구나 싶다. 낮잠을 자다가도 깔개를 흠뻑 적시고, 밤에는 여러 차례 깔개를 이곳저곳 적신다. 하는 수 없이 기저귀를 사타구니에 대는데, 한 시간 반에 한 차례씩 오줌을 눈다. 열두 시 사십오 분인데 기저귀와 바지 빨래가 벌써 석 장째 나온다. 이 밤 이 새벽 지나는 동안 오줌바지 두어 벌 더 나오려나. 아프니 아주 아기로 돌아가네. 아니, 고작 세 살인 작은아이인 만큼 앞으로 오래도록 아기라고 해야 맞으리라. 머잖아 네 기저귀 빨래는 아주 끝날 판이니 마지막으로 네 아버지한테 ‘아쉽게 보내는 기저귀 빨래’를 시키려는 뜻으로 받아들이마. 아침까지 네 벌이고 다섯 벌이고, 네가 누고픈 대로 오줌 누어라.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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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8. 고샅 달리며 2013.7.17.

 


  아이들이 고샅을 달린다. 이쪽 고샅은 그닥 내키지 않아 잘 안 다녔는데, 이장님 댁을 다녀와야 하기에 지난다. 마침 오늘은 우리 이웃집에서 이 고샅에 경운기도 짐차도 트랙터도 막아 놓지 않는다. 이웃집은 마당도 넓고 옆으로 다른 길이 있으며 마을에 농기계 세울 자리 따로 있는데 꼭 고샅을 가로막는 자리에 기계나 짐차를 세우곤 한다. 이렇게 아이들 신나게 달리면서 놀아야 할 고샅인데. 이처럼 파랗게 빛나는 하늘과 푸르게 물드는 들풀 한껏 즐기면서 달릴 고샅인데.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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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4 09:43   좋아요 0 | URL
와...좋습니다.^^ 이 사진도요~
논 옆에 저 커다란 잎파리들 토란인가요~?

숲노래 2013-07-24 11:26   좋아요 0 | URL
네 토란잎입니다~
 

망원경놀이 1

 


  이모한테 줄 그림을 그려서 건네니, 이모가 돌돌 말아서 손에 쥔다. 어라, 하고 놀라더니, 동그랗게 만 그림을 다시 건네받아 눈에 대고는 망원경으로 삼으며 논다. 새로운 놀이 하나 깨달았구나.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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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누나 손 좋아

 


  누나가 손 잡고 걷자고 하면 거의 언제나 누나 손을 잡는다. 참 사랑받으면서 잘 큰다. 아주 어쩌다가 혼자 막 달리고 싶을 때에는 누나가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앞으로 달린다.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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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4 09:47   좋아요 0 | URL
어쩜 이리도 정답고 어여쁜 오누이일까요~? 사진 보며 마음이 뭉클,합니다.
보라가 요즘 아프더니 좀 핼쓱해진 것 같아요..

숲노래 2013-07-24 11:27   좋아요 0 | URL
이날 빨래터에서 실컷 놀고
둘 다 오늘까지 해롱거립니다 ^^;;;
 

아이들이 서로 갈마들며 아프다 보니

차라리 내가 아프기를 바라기도 하다가

나까지 아프면 아이들 누가 돌보랴 싶어

그래 그냥 아이들이 좀 아프다 나을 때가

가장 낫겠다고 느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몸과 마음이었는데

조용히 눈을 감고 보름달빛과 밤노래소리

가만히 받아들이면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내니,

《이오덕 일기》 다섯째 권 느낌글이

술술 흘러나온다.

 

이제 이 일기책 느낌글은 마무리짓는다.

다른 몇 가지 일들 잘 끝내고

새로 갈무리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하면서 하나씩 하자.

 

옆지기 배움삯 카드값으로

이달에 300만 원 나가야 하는데

이 일 또한 마음 차분히 가다듬고

잘 생각을 기울이면

슬기롭게 풀리는 길 나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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