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80. 2013.12.10.ㄱ

 


  천책을 작은아이가 펼친다. 처음에는 천책을 들고 아버지한테 와서 “아버지 이게 뭐야?” 하고 묻기에 “뭘까?” 하니 “기차야.” 하더니, 방바닥에 엎드려서 히죽히죽거리면서 들여다본다. 옳거니, 너는 천으로 된 이 책에 탈것이 나와서 히죽거리면서 좋아하는구나. 그저 그뿐이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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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11 01:10   좋아요 0 | URL
아~ 천으로 된 책도 있나요~?^^
신기하네요! 저는 천책은 한 번도 못 보아서요.
천으로 된 책이니 더욱 아이들에게 보드랍고 따스한 느낌을 줄 것 같아요~*^^*

숲노래 2013-12-11 07:34   좋아요 0 | URL
아이들 그림책으로만 있어요.
그리고 천책은... 값이 되게 세답니다 ^^;;;
저희는 둘레에서 선물로 얻거나(아이들이 다 자라서),
헌책방에서 몇 가지 장만하거나
외국에 다녀온 큰아버지가 몇 가지 선물로 주시거나 해서
이럭저럭 있어요.
 
소녀소년학급단 1
후지무라 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90

 


좋아하는 길
― 소년소녀학급단 1
 후지무라 마리 글·그림
 정효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8.25.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노래를 부릅니다. 좋아하지 않는 가락을 듣기보다는 좋아하는 가락을 들을 때에 즐거워요. 좋아할 만한 노랫말을 가만히 읊고, 좋아할 만한 곳에서 느긋하게 노래를 불러요.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지만,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조용히 듣기도 해요. 바람은 물결을 간질이며 바다노래를 들려주어요. 바람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흔들며 나무노래를 들려주어요. 바람은 꽃송이를 어루만지며 꽃노래를 들려주고, 풀잎을 보듬으며 풀노래를 들려줍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레에는 언제나 노래가 흘러요. 고속도로를 싱싱 달리는 자동차조차 노래를 불러요.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살갑거나 사랑스러운 노래 될는지 모르지만, 자동차 또한 노래를 들려줍니다.


  시골마을에 짓는 발전소도 노래를 들려줘요. 시골에 지은 발전소에서 도시까지 우람한 송전탑을 줄줄이 박으면, 송전탑도 우리들한테 노래를 들려줘요. 다만, 발전소와 송전탑이 들려주는 노래가 얼마나 즐거울는지 알 길은 없어요.


- “얘, 여자는 피구야.” “그래? 하지만 좋아하는 거 하면 되잖아? 난 야구 할래!” “여자는 피구해!” “선생님이 좋아하는 거 하라고.” “시끄러! 여자랑 같이 야구하면 볼이 썩어버려.”  (12∼13쪽)
- “오빠 우리 야구 팀 선배지? 다들 코시엔 나간 오빠가 대단하다고 그랬어. 오빠는 우리 영웅이야.” “하루카의 꿈은 뭐니?” “오빠는 남자라 좋겠다.” (63∼64쪽)


  줄세우기를 하는 학교교육도 노래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시험지에 연필과 펜으로 답안을 적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지난날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손찌검이나 주먹이나 발길이나 몽둥이로 두들겨패던 소리도 노래입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컴퓨터를 쓰고 에어컨을 돌리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세는 소리도 노래예요. 감옥에서 고문을 하는 소리도 노래예요.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나긴 나날 집회를 하는 할매들 목소리도 노래예요. 서너 살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치려는 어버이 목소리도 노래이고, 시골에서 논밭에 농약을 뿌리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사람들은 새와 풀벌레가 노래한다고 이야기해요. 사람들은 개구리와 맹꽁이와 두꺼비가 노래한다고 이야기해요. 참말 그렇지요. 어떤 소리가 노래가 아니겠어요. 사람 귀에는 안 들린다 하는 지구별 구르는 소리도 노래가 되어요.


  시냇물이 노래하고 우물물이 노래합니다. 샘물이 노래하며 도랑물이 노래합니다. 빗물이 노래하고 눈송이가 노래해요. 구름이 노래하고 무지개가 노래합니다.


  귀를 열면 노래를 들어요. 귀를 열고 마음을 열면 노래가 즐거워요. 자전거 구르는 노래가 싱그럽습니다. 아이들 콩콩콩 달리는 노래가 산뜻합니다. 콩을 터는 소리가, 나락을 베는 소리가, 풀을 뜯어 나물을 무치는 노래가 상큼합니다.


- ‘이상한 건 이 반이야. 이전 학교에서는 남자 여자 상관없었는데.’ (17쪽)
- “그래, 알았어. 다른 사람을 때리면 자기도 괴롭지? 알았니? 우리 동생이 잘못한 건 맞는데, 그래도 때리면 안 돼. 그런 걸로 다쳐서 좋아하는 야구 못하게 되면 아깝잖아.” (32∼33쪽)

 

 

 


  내 귀에는 자동차 구르는 소리는 노래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붕붕 소리 내며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한테는 아주 사랑스러운 노래이리라 느껴요. 내 귀에는 오토바이 부르릉 소리는 노래답지 않아요. 그렇지만, 부릉부릉 소리 내며 내달리기를 즐기는 이들한테는 더없이 기쁜 노래이리라 느껴요.


  공책에 글을 쓰느라 연필을 사각거리는 소리,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느라 석석거리는 소리, 붓에 물감을 발라 그림을 그리면서 슥슥거리는 소리 모두 노래라고 느껴요. 빙그레 짓는 웃음도 노래로, 까르르 터뜨리는 웃음도 노래라고 느껴요.


  밥을 끓이는 소리가 노래입니다. 국을 끓이는 소리도 노래이고, 설거지를 하며 물을 틀어 그릇을 부시는 소리도 노래예요. 빨래를 조물조물 주무르고 헹구는 소리, 다 마친 빨래를 북북 비틀어 짜면서 물방울 떨구는 소리도 노래예요.


  스스로 삶을 가꾸면 삶노래를 누립니다. 스스로 삶을 가꾸지 못하면 삶노래란 찾아들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삶노래를 빛냅니다. 스스로 삶을 가꾸지 못할 적에는 삶노래하고 그예 등져요.


- “적어도 우린 나카타니보다는 희망 있으니까. 여자는 코시엔에도 못 나가는데 뭐.” “내 볼에 삼진 당하는 녀석들이 메이저는 무슨 메이저야!” (68∼69쪽)
- “저도 언젠간 어른이 돼요. 그러니까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한 명의 인간으로 봐 주세요!” (81쪽)


  후지무라 마리 님 만화책 《소년소녀학급단》(학산문화사,2010)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되든 중학교나 고등학교 푸름이가 되든, 또 대학교 젊은이나 여느 사회 여느 어른이 되든, 모두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저마다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길을 걷고 싶어요. 취업이나 취직이 아닌, 이름값이나 돈벌이가 아닌, 삶을 밝히는 길을 걷고 싶어요. 사랑하는 꿈을 북돋우면서 즐겁게 노래하는 길을 걷고 싶어요.


  가시내라서 야구를 하지 말란 법이 없어요. 가시내이니 축구를 해서 안 되는 법이 없어요. 머스마라서 요리가 되지 말란 법이 없지요. 가만히 따지면, 집에서 밥짓기 즐기는 머스마가 참 드물지만, 요리사는 가시내만 있지 않아요. 어찌 보면 요리사로 일하는 머스마가 무척 많아요. 빵집에서도 횟집에서도 중국집에서도 머스마 요리사가 참 많아요.


- “이루지 못할 꿈이 없어?” “응. 희망을 버리니까 꿈이 끝나는 거야.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이루어져.” (83쪽)
- “자기가 생각하는 걸 상대에게 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말하면 오빠가 나 미워할 거야.” “그럼 그때는 널 좋아할 수 있게 노력하면 되잖아. 시합에서 지면 다음에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지? 똑같아.” (156∼157쪽)


  좋아하는 길을 걷는 사람이 웃습니다. 좋아하는 길을 가꾸는 사람이 노래합니다. 좋아하는 길을 아끼는 사람이 어깨동무를 해요. 좋아하는 길을 돌보는 사람이 이웃이랑 동무를 사랑해요.


  이 나라 어른들은 얼마나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걸어갈까요. 이 나라 어른들은 얼마나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북돋울까요. 평화가 자리잡고 평등이 뿌리내리며 민주가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빌어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길에서 웃음꽃 터뜨리고 웃음씨앗 뿌릴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2.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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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1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책에 글을 쓰느라 연필을 사각거리는 소리,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느라 석석거리는 소리"
- 아이들 키울 때 이런 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없지요.

"밥을 끓이는 소리가 노래입니다. 국을 끓이는 소리도 노래이고, 설거지를 하며 물을 틀어 그릇을 부시는 소리도 노래예요. "
- 길 지나가다가 어느 집에서 이런 소리가 나면 평화롭게 느껴지죠.
찌개 끓여 나는 냄새도 평화롭게 느껴져요. ^^

숲노래 2013-12-11 17:31   좋아요 0 | URL
아파트 문화가 되면서
이제 이런 살가운 소리를 듣지 못하니
서로서로 평화로움을 잃거나 잊기도 하리라 느껴요... 이궁...
 

고흥집 30. 빗방울 달린 빨래집게 2013.12.9.

 


  다른 고장에는 눈이 내려도 고흥에서는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다. 다른 고장에서 눈이 내린다 할 적에 고흥에서는 으레 비가 내린다. 겨울에 차가운 비가 마당을 적시고 평상을 적신다. 마당 한켠 까마중과 후박나무를 적신다. 겨울로 접어든 찬비가 내린 이튿날, 마당 한쪽 어린 살구나무는 마지막 잎사귀를 모두 떨군다. 어린 살구나무 둘레에 후박잎을 잔뜩 덮었기에, 마지막 살구잎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찾을 길이 없다. 틀림없이 살구잎은 후박잎하고 다른데 못 찾겠다. 고개를 돌려 빨랫줄을 바라본다. 빨래줄에 몇 그대로 둔 빨래집게에 겨울빗방울 달린다. 잎 모두 떨군 살구나무도 예쁘고, 찬비를 대롱대롱 매단 빨래집게도 예쁘다. 찬비가 내리니 까치와 까마귀와 직박구리와 딱새와 참새와 박새와 멧비둘기마저 조용하다. 모두들 이 찬비를 그으려고 후박나무나 동백나무 가지에 조용히 깃들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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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10 20:57   좋아요 0 | URL
간만에 빨래집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빨래집게 사진이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2-10 23:51   좋아요 0 | URL
연출할 수 없는 모습들이
예쁜 사진이 되는구나 싶어요~
 

산들보라 빨래터로 혼자 가서

 


  겨울바람 휭휭 한숨 들이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들보라가 혼자 마을빨래터로 간다. 응? 그래, 가 보고 싶으면 가 보아야지. 한번 구경하고 올라오렴. 마을에도 들판에도 하늘에도 가을 끝나고 겨울 찾아온 시린 빛이 스산하게 감돈다. 4346.12.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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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10 20:58   좋아요 0 | URL
빨래터가 정말 크네요.
산들보라 너무 귀여워서 업어 주고 싶습니다.^^

숲노래 2013-12-10 23:51   좋아요 0 | URL
아이가 작아서 그렇게 보인답니다.
음... 빨래터 자리를 마련하느라 길이 저렇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시골아이 35. 바람 맞는 겨울 걷기 (2013.12.9.)

 


  바람이 휭휭 부는 겨울날, 아이들이 집안에서 콩콩거리며 뛰기에 얘들아 우리 바람 쐬러 나가자, 하고 부른다. 아이들은 그래? 하면서 양말을 꿰고 옷 갖춰 입느라 부산하다. 바람이 꽤 세다. 여섯 살 큰아이는 문득 “나 다섯 살 때에 바람이 불어서 날아갈 뻔했어.” 하고 말한다. 음, 여섯 살에는 안 날아갈 만하니? 여섯 살 아이도 세 살 아이도 겨울바람 싱싱 맞으며 볼과 손이 차갑게 얼지만, 씩씩하게 걷는다. 바람이란 이렇고, 아직 한겨울 아니라 이만 한 바람 아무것 아니야. 한동안 바람 맞고 걷던 아이들은 곧 이리저리 달리면서 잡기놀이를 한다. 밖에서 걷고 보니 바람에도 익숙할 만하겠지. 겨울에 더 씩씩하게 바람맞이 하면서 놀아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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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2-11 09:33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고 '바람이 쌩쌩 부는 풍경'을 기대했는데, 아이들 옷차림만 겨울이지 따뜻한 봄날처럼 느껴지는 사진이라 너무 뜻밖이에요. ㅎㅎ

숲노래 2013-12-11 09:54   좋아요 0 | URL
붉게 시드는 풀잎이
어쩌면 찬빛보다는 외려 포근한 느낌이 들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봄에는 푸릇푸릇 돋아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