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0. 빗방울 달린 빨래집게 2013.12.9.

 


  다른 고장에는 눈이 내려도 고흥에서는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다. 다른 고장에서 눈이 내린다 할 적에 고흥에서는 으레 비가 내린다. 겨울에 차가운 비가 마당을 적시고 평상을 적신다. 마당 한켠 까마중과 후박나무를 적신다. 겨울로 접어든 찬비가 내린 이튿날, 마당 한쪽 어린 살구나무는 마지막 잎사귀를 모두 떨군다. 어린 살구나무 둘레에 후박잎을 잔뜩 덮었기에, 마지막 살구잎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찾을 길이 없다. 틀림없이 살구잎은 후박잎하고 다른데 못 찾겠다. 고개를 돌려 빨랫줄을 바라본다. 빨래줄에 몇 그대로 둔 빨래집게에 겨울빗방울 달린다. 잎 모두 떨군 살구나무도 예쁘고, 찬비를 대롱대롱 매단 빨래집게도 예쁘다. 찬비가 내리니 까치와 까마귀와 직박구리와 딱새와 참새와 박새와 멧비둘기마저 조용하다. 모두들 이 찬비를 그으려고 후박나무나 동백나무 가지에 조용히 깃들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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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10 20:57   좋아요 0 | URL
간만에 빨래집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빨래집게 사진이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2-10 23:51   좋아요 0 | URL
연출할 수 없는 모습들이
예쁜 사진이 되는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