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얼어도 글쓰기 

 


  고흥은 서울이나 다른 곳보다 훨씬 따스하다. 다른 데에서는 눈이 내린다지만 고흥에서는 햇볕이 쨍쨍할 뿐이다. 바람이 조금 차갑기도 하고, 한낮이지만 집안에서는 손이 살짝 언다. 설거지를 하거나 밥을 지으며 손은 아주 꽁꽁 언다. 그래도 마음속에서 샘솟는 이야기 있어 글을 한 줄 더 쓰고 두 줄 더 남기고 싶어 용을 쓴다. 손가락이 얼어 자판을 제대로 두들길 수 없지만, 이를 악물고 글을 더 쓴다. 조금 더, 한 줄 더, 한 쪽 더,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들은 대문 앞 고샅에서 흙놀이를 한다. 고마운 아이들아, 너희가 즐겁게 노니 아버지도 새롭게 기운을 낼 수 있구나.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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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12 16:37   좋아요 0 | URL
대구는 너무 너무 춥습니다~
따뜻한 고흥으로 이사가고 싶네요~ ㅎㅎ
손 얼지 마시라고 따뜻한 장갑 하나 사 드리고 싶네요.^^

숲노래 2013-12-12 17:40   좋아요 0 | URL
대구도 서울로 치면 아주 따스할 텐데!
^^;;;

그런데 장갑을 끼면 글을 못 쓴답니다 ^^;;;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밥을 하듯
맨손으로 글을 써요 ^^;

드림모노로그 2013-12-12 17:28   좋아요 0 | URL
어제 눈이 오고 나서는 날이 제법 쌀쌀하더니
오늘은 조금 포근한데요... 겨울바람 맞으며 흙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봐도 너무 이쁠 것 같네요 ^^
꽁꽁 언 손은 아이들의 웃음으로 다 녹았지요 ^^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 ~

숲노래 2013-12-12 17:40   좋아요 0 | URL
이곳 고흥은 바람이 조금 불 뿐, 그저 해만 쨍쨍 나요 ^^;;;
그래도... 이럭저럭 찬바람이 불어
겨울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

드림모노로그 님 늘 즐거운 하루 누리며
추운 겨울도 재미있게 보내셔요~
 

책아이 84. 2013.12.10.ㅁ 둘이서 도란도란

 


  만화책 하나를 누나가 펼치니 작은아이가 슬며시 옆에 달라붙는다. 두 아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 하나를 나누어 본다. 작은아이도 책을 넘기고 싶지만, 누나가 “보라야, 내가 넘길 테니까, 넌 거기서 봐.” 하고 말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만화책 함께 보는 듯하다가 이내 딴짓을 한다. 누나랑 나란히 도란도란 책을 즐기기보다는, 누나가 얼른 책을 덮고 저랑 다른 놀이를 하기 바라는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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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83. 2013.12.10.ㄹ 같이 읽기

 


  선물받은 책상자를 마루에 풀어 놓는다. 아니, 두 아이가 저마다 마루에 풀어 놓고, 하나씩 집어서 그림만 골라 읽는다. 그림을 찾아 마음속에 이야기를 담고, 차근차근 줄거리를 엮어 새로운 놀이를 한다. 나도 이 아이들처럼 어릴 적에는 글은 건너뛰고 그림만 훑으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짓곤 했다. 그림을 익숙하게 들여다보노라면, 앞으로 글밥 즐길 무렵에 새삼스레 이 책들 가까이에 두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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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14 07:53   좋아요 0 | URL
그림만 읽었군요. 저는 큰 아이도 아직 어려 보이는데, 이렇게 긴 글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ㅎㅎ~ 곧 읽게 될 날이 오겠지요. 물론 함께살기님은 조바심내며 그 날을 기다리지 않으시겠지만 말이지요.
고운 우리말쓰기에 시간을 들여야 함을 알면서도 많이 게으른 저를 반성해 봅니다.
님의 서재 글을 읽으면서 뜨끔!!! 합니다.
쉽게 글을 쓰면 우리말 쓰기에 가깝게 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항상 풀어쓴다고 쓰면서도 모자랍니다. 배워야겠습니다.

숲노래 2013-12-14 09:03   좋아요 0 | URL
'쉽게' 쓴다고 하면, 늘 '내 눈높이'로만 그렇게 되니까요,
'시골에서 흙 만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헤아리면서
우리 말글을 살피면,
저절로 쉬우면서 아름답고 착한 말이 되어요~
 

[시로 읽는 책 87] 시인 되기

 


  찬찬히 걸을 수 있으면 누구라도 글빛.
  가만히 껴안을 수 있으면 모두 노래빛.
  조용히 그릴 수 있으면 모두 하늘빛.

 


  자가용을 달리는 시인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바쁘게 돈을 버는 노래지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어도, 찬찬히 걸으면 시인이 되어요. 시장이나 군수가 되어도, 풀과 나무를 껴안으면 노래지기가 되어요. 어느 자리에 있는지는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마음이 되는지가 대수롭습니다. 어떤 꿈을 키우고 어떤 빛을 가꾸며 어떤 길을 걸으려 하는가에 따라 목소리와 얼굴이 새롭게 거듭나요.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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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3) 다람쥐 농사

 

“아, 그거, 그건 다람쥐 농사야.” 다람쥐란 놈이 지난가을에 온갖 씨를 다 물어와 밭 여기저기 숨겨 놓은 것들이 저렇게도 싱싱하게 싹이 텄단다 … “아니야, 그냥 둬. 겨울 나면서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니까. 옛날부텀 엄벙덤벙이가 농사 잘한다 했어.”
《유소림-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 18쪽

 

  문득 궁금해 다른 이들도 ‘다람쥐 농사’라는 말을 쓸까 하고 찾아보니, 드문드문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시골에서 다람쥐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이웃으로 지내는 분들은 ‘다람쥐도 농사를 거든다’고 느끼는구나 싶어요. 참말, 다람쥐가 겨우내 먹으려고 모은 온갖 나무열매(나무씨앗)가 흙 품에 안겨 포근하게 깨어날 테니, 다람쥐도 농사를 짓는다고 할 만해요.

 

 다람쥐 농사
 지렁이 농사
 제비 농사
 딱새 농사

 

  다람쥐 못지않게 새들도 농사를 짓습니다. 나무열매를 따먹은 뒤 씨앗을 똥과 함께 뽀직 내놓으면, 이곳저곳에 씨앗을 뿌리는 셈 돼요. 풀열매를 따먹는다면, 또 풀씨를 깃털에 매달고 이것저것 날아다닌다면, 풀씨를 퍼뜨리는 셈 되니, “제비 농사”라든지 “딱새 농사”도 있겠다고 느껴요.


  지렁이는 흙을 살찌우면서 “지렁이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렁이가 없는 흙은 기름지지 못하고, 지렁이가 있는 흙은 기름져요.


  사람들은 흙 농사 말고 “사람 농사”도 짓습니다. 아이를 돌보며 키우는 일을 가리켜 “자식 농사”라고 일컫곤 해요. 이런 삶과 일을 바탕으로 돌아보면, “책 농사”라든지 “글 농사”라든지 “이야기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어요. 삶도 농사요 사랑도 농사가 될 테고요. 흙을 가꾸듯이 마음을 가꾸고, 넋과 얼을 가꾸면서 말을 가꿉니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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