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어머니 무릎에 기대어

 


  저녁에 작은이불 들고 와서 어머니 무릎에 머리를 기대어 자는 척 잠놀이를 하는 산들보라. 그저 어머니 무릎에, 또는 어머니 허벅지에, 네 머리를 기대면서 종알종알 노래를 부르니 재미있지? 4346.12.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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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9] 아름다움

 


  내가 먹을 밥을 찾고
  내가 지낼 집을 찾으며
  내 삶을 내 손으로 짓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란,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길입니다. 스스로 누리고 싶은 삶이란, 스스로 먹고 싶은 밥입니다. 스스로 나누고 싶은 사랑은, 스스로 가꾸고 싶은 집입니다. 남이 내 하루를 살아 주지 않듯이, 남이 내 고픈 배를 채우도록 밥을 먹어 주지 않아요. 남이 나 춥다고 옷을 껴입는대서 내가 따뜻하지 않아요. 내가 추우면 스스로 옷을 입어야지요. 그러니까, 내 삶길은 언제나 스스로 찾습니다. 내가 읽을 책도 스스로 고릅니다. 내가 일굴 밭 또한 스스로 괭이질 삽질 호미질을 하며 일구어요. 내 빛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요. 나다운 삶이란 아름다운 삶이고, 나다운 빛이란 스스로 일구는 삶에서 우러나와요. 즐겁게 삶을 지으면서 하루하루 사랑스럽고, 기쁘게 삶을 노래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 한결같이 흐릅니다. 4346.12.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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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있다. 읽고 또 읽었지만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있다. 어느새 새책방 책시렁에서 사라지고, 사람들 입과 손과 눈에서 잊히는 시집 가운데 하나인 《꽃들》을 헌책방에서 곧잘 만나면서 쉬 지나치지 못한다. 예전에 제대로 안 읽었기에 다시 읽으라고 나를 부를까.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읽으면서 내 넋을 새롭게 가다듬으라는 뜻으로 나를 부를까. 다섯 권째 사들이는가 하고 생각하며 《꽃들》을 다시 집는다. 다시 읽는다. 차근차근 읽는다. 아이들과 복닥이는 틈틈이 읽고, 밥을 끓이는 사이에 살짝 짬을 내어 읽는다. 아이들 불러 밥을 먹이다가, 내가 먼저 다 먹고 아이들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몇 줄 읽는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다시 2013년까지, 문부식이라고 하는 사람 하나 어떤 길을 어떤 눈빛과 발걸음으로 걸었을까. 문부식을 둘러싼 사람들은 이녁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이녁하고 어떻게 어깨동무를 했을까. 묻지 않아도 별꽃을 보면 별꽃인 줄 안다지. 묻지 않아도 하늘을 보면 하늘인 줄 알고, 파란 빛깔인 줄 알 테지. 묻지 않아도 아이들을 마주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 테고, 묻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그예 마음으로 깨닫거나 알거나 껴안을 이야기가 있을 테지. 4346.12.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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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문부식 지음 / 푸른숲 / 1993년 6월
4,000원 → 3,6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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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문부식 지음 / 삼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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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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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2-1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이 사람의 눈을 끄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울 정도의 조심스런 침묵에 있다"고 어느 시인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진정으로 아름답고 고결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무한히 멀리 떼어놓는다 해도 강렬한 힘으로 그를 끌어당긴다"고도 하구요. 함께살기 님의 이 글을 보니 그 시인의 얘기가 떠오르네요.

숲노래 2013-12-16 12:33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빛을 드리워
모든 목숨을 살리거나 살찌우는 숨결이
꽃이 아닐까 하고도 느끼곤 해요.
 

[함께 살아가는 말 183] 동그라미

 


  우리 집 큰아이가 다섯 살부터 ‘네모빵’을 말합니다. 어른들은 ‘식빵’이나 ‘샌드위치빵’이라 말하지만, 큰아이로서는 이도저도 못 알아들을 만한 이름이라 여겼는지, 그냥 ‘네모빵’이라 말해요. 그래서, 곁님과 나는 큰아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네모빵’이라 말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두 사람이 ‘사각형’이라는 한자말을 안 쓰고 ‘네모’라는 한국말을 쓰니, 큰아이도 이 말을 배웠구나 싶어요. 우리 집 작은아이는 세 살로 접어든 어느 날부터 ‘동그라미’를 말합니다. 처음에는 ‘동그람’이라고 했고 한동안 ‘동글암이’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무얼 가리키나 궁금했는데, 동그랗게 생긴 과자나 빵이나 소시지나 장난감을 모두 ‘동그라미’로 가리켜요. 훌라우프도 아이들한테는 아직 ‘동그라미’입니다. 고구마를 동그랗게 썰어서 자주 내밀면, 작은아이는 고구마도 ‘동그라미’라 가리키겠지요. 아무래도 곁님과 내가 ‘원’이라는 한자말은 안 쓰고 ‘동그라미’라는 한국말만 쓰니, 작은아이도 이 말을 시나브로 물려받았지 싶어요. 아이들이 조잘조잘 예쁘게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들으며 내 어린 날을 곧잘 돌아보곤 합니다. 국민학교에서 교사인 어른들이 ‘원’이라 말하면 무얼 가리키는지 좀처럼 못 알아들었어요. 그러다가 ‘동그라미’라 하면 아하 하고 알아차렸어요. 아마 우리 어머니도 어린 나한테 ‘동그라미’만 말씀하지 않았을까요. 어느 어머니이든 갓난쟁이 앞에서, 또 두어 살 아기 앞에서, 그리고 서너 살 너덧 살 대여섯 살 어린이 앞에서 ‘동그라미’만 말할 테지요. 4346.12.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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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장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엮은 재미난 동화책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차례를 살피고 앞자락을 찬찬히 읽는데, ‘마법의 정원 이야기’ 열두 권 번역 글매무새가 영 어수룩하다. 이 동화책, 그러니까 이 어린이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은 통역 일을 함께 한다는데, 어린이가 읽을 책은 어린이가 즐겁게 쓸 만한 낱말과 말투와 말씨로 가다듬어서, 어린이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아름답게 쓸 만한 말로 옮겨야지. 어른책에 쓰는 말투가 그대로 나오고, 어린이한테 걸맞지 않는 말투가 곳곳에 나타나며, 어설픈 영어와 지나친 영어가 잔뜩 나온다. 한국말로 써야 할 자리에 영어를 쓴대서 ‘영어 공부’가 될 턱이 없다. 이도 저도 안 될 뿐이다. 예쁘장한 이야기책을 참말 예쁘장하게 아이들이 누리도록 하자면, 번역자와 편집자 모두 어린이 넋이 되고 어린이 삶이 되면서 한결 알뜰히 땀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이 나라 아이들이 이런 책을 보면서 어릴 적부터 ‘껍데기 영어 자랑’을 하는 버릇이 들겠구나. 4346.12.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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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근사한 겨울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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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포푸리와 세 마녀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예림당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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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의 작은 마법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김규태 옮김 / 예림당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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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12-1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보고 싶었어요. 넘 귀여워서.
태은양도 좋아할것같아요
근데 번역이 어설픈가용?

숲노래 2013-12-17 14:20   좋아요 0 | URL
네... 미리보기로 죽 살피니,
어설픈 수준이 아니라...
그냥 직역이더라구요 ^^;;;;

그리고, 아이들 책인데 비문이라든지 '지나친 영어 표현'이라든지
일본 말투라든지 한 가득이라서...
에휴 하고 한숨을 쉽니다 ^^;;;;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