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칠 수 없는 책이 있다. 읽고 또 읽었지만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있다. 어느새 새책방 책시렁에서 사라지고, 사람들 입과 손과 눈에서 잊히는 시집 가운데 하나인 《꽃들》을 헌책방에서 곧잘 만나면서 쉬 지나치지 못한다. 예전에 제대로 안 읽었기에 다시 읽으라고 나를 부를까.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읽으면서 내 넋을 새롭게 가다듬으라는 뜻으로 나를 부를까. 다섯 권째 사들이는가 하고 생각하며 《꽃들》을 다시 집는다. 다시 읽는다. 차근차근 읽는다. 아이들과 복닥이는 틈틈이 읽고, 밥을 끓이는 사이에 살짝 짬을 내어 읽는다. 아이들 불러 밥을 먹이다가, 내가 먼저 다 먹고 아이들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몇 줄 읽는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다시 2013년까지, 문부식이라고 하는 사람 하나 어떤 길을 어떤 눈빛과 발걸음으로 걸었을까. 문부식을 둘러싼 사람들은 이녁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이녁하고 어떻게 어깨동무를 했을까. 묻지 않아도 별꽃을 보면 별꽃인 줄 안다지. 묻지 않아도 하늘을 보면 하늘인 줄 알고, 파란 빛깔인 줄 알 테지. 묻지 않아도 아이들을 마주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 테고, 묻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그예 마음으로 깨닫거나 알거나 껴안을 이야기가 있을 테지. 4346.12.16.달.ㅎㄲㅅㄱ

 | 꽃들
문부식 지음 / 푸른숲 / 1993년 6월
4,000원 → 3,6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원(5% 적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