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밥



  엊저녁에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 튀김닭집에 다녀오고 나서 문득 알아차린다. 아이들하고 바깥밥을 먹은 지 꽤 오래되었구나. 살림돈이 바닥이 나서 바깥밥을 안 먹었다기보다, 시골 읍내에서 함께 다닐 만한 밥집이 없어서 굳이 돌아다닐 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도시에서 산다면 으레 바깥밥을 함께 먹었을까? 글쎄, 도시에는 온갖 밥집이 아주 많지만, 도시에서 산다 하더라도 애써 바깥밥을 먹으러 돌아다니지는 않았으리라 느낀다. 밥집에서는 밥상맡에서 움직일 수 없지만, 집에서는 아이들이 먹다가 놀고 놀다가 먹으면서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으니, 그냥 집에서 밥을 차려서 먹는다. 아무튼 모처럼 바깥밥을 먹으니 설거지도 안 하고 밥상도 안 치운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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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3-21 09:17   좋아요 0 | URL
아유~~맛있겠네요~?^^
보는 저도 바삭한 튀김닭이 겁나 맛있게 보이는데
벼리와 보라는 또 얼마나 맛있게 먹었을까~~아이들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르네요~ㅎㅎ

그렇치요~바깥밥 먹으면 설거지도 안 하고 밥상도 안 치우지요.ㅋㅋ
가끔은 식구들과 바깥밥 먹는 일도 즐거운 것 같아요.^^

숲노래 2015-03-21 09:50   좋아요 0 | URL
1인분인데 무척 푸짐하게 주어서
두 아이와 함께 먹어도
조금 남습니다 ^^;

고흥읍에 여러 튀김닭집이 있는데
다른 곳은... 아이한테 맵거나 뭔가... 모자랐는데
여기 하나는 넉넉하고 느긋하고
일하시는 분들도 포근하고 좋아요.

아무튼, 가끔 누리는 바깥밥을 기쁘게 보냈어요~

울보 2015-03-21 12:07   좋아요 0 | URL
ㅎ 요즘
류가닭을 너무좋아해서 어렸을때 안먹었던걸 요즘 다 먹는듯 해요.

숲노래 2015-03-21 13:36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갑자기 새로운 입맛이 생겼나 보네요.
무럭무럭 크면서
어여쁜 아가씨가 되겠네요.
아이를 바라보면서
날마다 기쁨이 넘치시리라 생각해요~
 

버스삯과 택시삯



  큰아이가 제법 예전부터 “아버지, 우리 읍내에서 네네치킨 간 적 있잖아? 거기서 또 먹고 싶은데.” 하고 말했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다. 오늘 아무래도 읍내를 다녀와야겠다 싶어서 세 식구한테 물어 보니, 곁님이 “벼리가 네네치킨 노래를 불렀는데” 하고 알려준다. 아하 그렇지 하고 문득 생각난다. 그래서 오늘은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하면서 튀김닭집에 가 보기로 한다.


  읍내까지 잘 간다. 그런데 튀김닭집에 들러서 닭고기를 먹으려면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틈이 없다. 그렇다고 싸서 집으로 들고 가면 다 식을 테지. 어찌 할까 망설이다가 튀김닭집에 갔고 자리에 앉는다. 잘 먹는 두 아이 모습을 보니, 부랴부랴 다시 서둘러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 말아야겠다고 느낀다.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2550원. 택시를 불러서 돌아가면 14000원. 11450원을 아끼겠다고 생각하면, 두 아이는 허둥지둥 움직여야 하고, 배가 덜 찬 채 궁시렁거릴 수밖에 없다. 11450원을 아이를 헤아려서 쓰기로 하면, 아이들은 느긋하게 천천히 먹은 뒤, 집에도 느긋하게 돌아갈 수 있다. 아껴야 할 때에는 아껴야 맞다. 그리고, 써야 할 때에는 써야 맞다. 두 아이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읍내 거님길에서 이리저리 달리다가 냇물을 구경하다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별을 바라본다. 4348.3.2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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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 뚝딱



  부침개는 재미있다. 밀가루 조금 있고, 마당에서 풀을 뜯을 수 있으면, 여기에 고구마 반 토막을 알맞게 썰어서 얹으면, 어느새 뚝딱 한 접시 맛나게 차리는 샛밥이 된다. 아이들이 입이 심심하다고 할 적에 기쁘게 먹을 수 있는 한입거리가 된다. 아이들은 반죽을 섞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부침개를 하는 흐름을 살핀다. 기름을 아주 조금 두르거나 아예 안 두른 뒤 여린불로 달구듯이 익히는 부침개가 천천히 익으면 온 집안에 향긋한 냄새가 퍼진다. 아이들은 반죽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냄새를 맡으면서 꼬르륵 소리를 내며, 가위로 척척 썰어서 꽃접시에 올리면 활짝 웃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고작 몇 분 만에 부침개 한 접시를 내놓으면서, 참말 밥짓기란 아기자기한 사랑을 실어서 두 손으로 이루는 매우 놀라운 살림이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4348.3.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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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말 넋 삶 (2015.3.4.)



  요즈음 ‘말 넋 삶’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쓰는 글이 있다. 내가 참으로 어릴 적부터 하려고 하던 일 가운데 하나인데, ‘한국말로 생각을 북돋아 삶을 이야기하기’를 다루는 글이다. 오늘날 지식인이 쓰는 말대로 하자면 ‘한국말로 철학하기’인 셈이다. 이 글을 날마다 즐겁게 쓰려는 뜻으로 그림을 그린다. 말과 넋과 삶이 어떤 숨결이고 바람인가를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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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7. 자전거로 바다로



  바람이 불 듯 말 듯하면서도, 불 때에는 제법 세게 부는 날 자전거를 이끌고 바닷가로 간다. 바닷가까지는 칠 킬로미터 남짓 된다. 고개를 세 번 넘으면 바닷가에 닿는데, 오늘 따라 큰아이 발판질에 크게 힘이 된다.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다리힘이 많이 붙어서, 이 힘으로 자전거를 힘차게 끌어 준다. 듬직한 멋쟁이라고 할까.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갈무리하고, 자전거를 제자리에 놓고, 저녁을 차리고, 빨래를 걷고 하니 몸이 퍽 고단하다. 아이들끼리 밥을 먹으라 하고는 자리에 누워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쯤 꼼짝을 못한다. 겨우 일어나서 옷가지를 개서 옷장에 놓고는 부엌을 치우고 아이들과 촛불보기를 하고 자리에 누이는데, 아이들도 오늘 하루 퍽 고단했겠다고 느낀다. 모두 일찍 잠든다. 우리한테 자가용이 있었으면 아이들은 자가용에서 잠들었을 테지. 우리가 두 다리나 자전거나 군내버스로만 움직이니,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마지막 기운을 쏟아서 신나게 노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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