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접시 뚝딱



  부침개는 재미있다. 밀가루 조금 있고, 마당에서 풀을 뜯을 수 있으면, 여기에 고구마 반 토막을 알맞게 썰어서 얹으면, 어느새 뚝딱 한 접시 맛나게 차리는 샛밥이 된다. 아이들이 입이 심심하다고 할 적에 기쁘게 먹을 수 있는 한입거리가 된다. 아이들은 반죽을 섞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부침개를 하는 흐름을 살핀다. 기름을 아주 조금 두르거나 아예 안 두른 뒤 여린불로 달구듯이 익히는 부침개가 천천히 익으면 온 집안에 향긋한 냄새가 퍼진다. 아이들은 반죽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냄새를 맡으면서 꼬르륵 소리를 내며, 가위로 척척 썰어서 꽃접시에 올리면 활짝 웃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고작 몇 분 만에 부침개 한 접시를 내놓으면서, 참말 밥짓기란 아기자기한 사랑을 실어서 두 손으로 이루는 매우 놀라운 살림이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4348.3.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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