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가만히 돌아본다.
ㄱ. 미국에서 배움길 석 달 마치고 돌아온 옆지기가 '한국살이'에 몸을 맞추려고 해롱거리는 동안, 두 아이 돌보기에서 세 아이 돌보기를 한다.
ㄴ. 한글날에 나오기로 했으나, 그림이 늦어져 책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숲말>이 언제 태어날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린다.
ㄷ. ㅅ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어 검토를 받으려고 하는 <아빠 육아일기> 글을 추려서 모은다.
ㄹ. 2014년에 내놓을 '우리말 이야기책'인 <한국말 느낌풀이 사전> 자료를 모으고 밑글을 조금씩 쓴다.
ㅁ. 통장에 돈이 바닥나서, 한가위 때에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갈 수 있을까 갈 수 없을까 알쏭달쏭 지내면서, 부디, 도서관평생지킴이 한 사람 나타나기를 꿈꾼다.
ㅂ. 시를 읽고 시를 쓴다.
ㅅ. 아이들 자라나는 모습 즐겁게 바라본다.
ㅇ. 가을빛 누리면서, 제비는 바다 건너 따순 나라로 잘 돌아갔는지 헤아린다.
ㅈ. 풀벌레 노랫소리를 하염없이 듣는다.
ㅊ.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책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ㅋ. 그러고 보면, 모두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