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66) 출신의


 양반 출신의 학자 → 양반 집안인 학자

 서울 출신의 가수 → 서울내기인 가수

 어디 출신의 사람일까 → 어디에서 온 사람일까

 독일 출신의 배우 → 독일에서 태어난 배우



  한자말 ‘출신(出身)’은 “1. 출생 당시 가정이 속하여 있던 사회적 신분 2. 어떤 지방이나 파벌, 학교, 직업 따위에서 규정되는 사회적인 신분이나 이력 관계”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은 “부자 출신”이나 “시골 출신”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 집안”이나 “시골내기”처럼 손질할 만합니다.


  부자나 양반 같은 신분이란 ‘집안’이 어떠한가를 가리킵니다. 어느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이란 ‘내기’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한국말로 알맞게 쓰면 돼요.


  ‘출신’이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쓰려 한다면, “양반 출신인 학자”나 “네덜란드 출신인 사업가”처럼 쓰면 됩니다. “독일 출신인 배우”나 “남부 수단 출신인 똑똑한 흑인 학생”처럼 쓰면 되지요. ‘출신’이라는 한자말을 쓰든, ‘집안’이나 ‘내기’라는 한국말을 쓰든, 이러한 말 뒤에는 ‘-의’가 아니라 ‘-인’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4348.7.19.해.ㅅㄴㄹ



사업을 구상하고 주도한 사람은 네덜란드 출신의 사업가 빌럼 얀 홀스보어였다

→ 일을 꾀하고 이끈 사람은 네덜란드 사업가 빌럼 얀 홀스보어였다

→ 이 일을 생각하고 이끈 사람은 네덜란드 사람인 빌럼 얀 홀스보어였다

《노시내-스위스 방명록》(마티,2015) 373쪽


북부 수단의 이슬람 정부군의 습격과 파괴가 시작되자, 남부 수단 출신의 똑똑한 흑인 학생은 모두 살해되었다

→ 북부 수단 이슬람 정부군이 쳐들어와서 짓밟자, 남부 수단에서 온 똑똑한 흑인 학생은 모두 목숨을 빼앗겼다

《벤슨 뎅,알폰시온 뎅,벤자민 아작/조유진 옮김-잃어버린 소년들》(현암사,2008) 4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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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77) 내來- (내점/내년)


신장개업을 했더니 내점한 손님들로 가게가 북새통이다

→ 가게를 새로 열었더니 찾아온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 가게를 새로 열었더니 드나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올 來’라는 한자를 넣어 ‘내점’이나 ‘내방(來訪)’이나 ‘내왕(來往)’이나 ‘내빈(來賓)’ 같은 한자말을 지어서 쓰기도 합니다. ‘내일(來日)’이나 ‘내주(來週)’나 ‘내달(來-)’이나 ‘내년(來年)’ 같은 한자말을 짓기도 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에서 이 낱말을 찾아보면, ‘내주’라는 한자말은 ‘다음 주’로 고쳐쓰라고 풀이합니다. 그리고, 다른 ‘來-’붙이 한자말인 ‘내일·내달·내년’을 놓고는, 딱히 고쳐쓰라고 풀이하지 않습니다.


 다음날 . 다음주 . 다음달 . 다음해


  한국말사전을 더 살펴보면 ‘다음날’ 한 가지는 올림말로 나오고, ‘다음 주·다음 달·다음 해’처럼 띄어서 적으라고 합니다. 왜 ‘다음날’만 한 낱말로 붙여서 쓰고, 주와 달과 해를 가리키는 한국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을까요? 날과 주와 달과 해를 가리키는 모든 낱말을 하나씩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올바릅니다.


  ‘내년(來年)’이라는 한자말은 “올해의 바로 다음 해”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다음해’일 뿐입니다. ‘내점(來店)’이라는 한자말은 “가게에 옴”으로 풀이합니다. “가게에 옴”이라 쓰면 되고, 글흐름에 따라서 ‘오다·찾다·들르다’ 같은 낱말을 쓰면 돼요.


  ‘내빈’은 ‘손님’으로 고쳐쓸 낱말입니다. ‘내왕’은 “오고 감”으로 고쳐쓸 낱말이고, ‘내방’은 ‘찾아옴’으로 고쳐쓸 낱말이에요. 오기에 ‘오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오는 사람과 날을 헤아려 ‘오다’와 ‘다음’ 같은 말마디를 알맞게 살펴서 붙입니다. 4348.7.19.해.ㅅㄴㄹ



더 살펴보기


요즘 자주 내점하십니다

→ 요즘 자주 오십니다

→ 요즘 가게를 자주 찾습니다

→ 요즘 자주 들르십니다

《와타나베 퐁/금정 옮김-도색서점에 어서 오세요 (finish)》(대원씨아이,2008)  36쪽


내년 봄에 심으면

→ 이듬해 봄에 심으면

→ 다음해 봄에 심으면

《김개미-어이없는 놈》(문학동네,2013) 2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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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9) 식사를 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다

→ 저녁밥을 다 먹다

→ 저녁을 다 먹다


  ‘식사(食事)’라는 한자말은 “끼니로 음식을 먹음”을 뜻합니다. ‘음식(飮食)’이라는 한자말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밥먹기’를 한자말로 ‘식사’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밥 먹었니?”처럼 묻는 말이 사라지고, “식사 했니?”처럼 묻는 말이 퍼집니다. “진지 드셨어요?”처럼 묻는 말도 사라지고, “식사 하셨어요?”처럼 묻는 말이 높임말인 듯 여깁니다.


  “식사를 하다”나 “식사를 마치다”는 알맞게 쓰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밥을 먹다”나 “밥을 다 먹다”라 해야 알맞게 쓰는 한국말입니다. ‘아침 식사·점심 식사·저녁 식사’가 아니라 ‘아침밥·점심밥·저녁밥’이나 ‘아침·점심·저녁’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숨을 쉬기에 “숨을 쉰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기에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길을 걷기에 “길을 걷는다”고 해요. 이런 말을 구태여 한자말을 빌어서 “공기를 호흡한다”라거나 “식수를 음용한다”라거나 “도로를 보행한다”처럼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잠을 잔다”나 “살짝 쉰다”처럼 말하면 될 뿐, “취침을 청한다”나 “휴식을 취한다”처럼 말할 까닭이 없어요.


  아이도 어른도 함께 둘러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아침에는 아침밥을 먹고, 낮에는 낮밥을 먹으며, 저녁에는 저녁밥을 먹어요. 새벽에 먹으면 ‘새벽밥’이고, 밤에 먹으면 ‘밤밥’입니다. 4348.7.18.흙.ㅅㄴㄹ



나가서 점심 식사부터 하자

→ 나가서 점심부터 먹자

《채지민-내 안의 자유》(사계절,1999) 9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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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8) 앙꼬/소보로


  도라에몽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먼 앞날에서 로봇으로 살던 도라에몽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와서는 ‘먼 앞날에 사는 아이’가 새롭게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먼 옛날에 사는 아이’를 도와주지요. 이런 일을 하는 도라에몽은 ‘팥빵’을 아주 좋아합니다. 로봇으로 태어나서 처음 받은 선물이 바로 팥빵이었거든요.


  영어에서는 “크림 없는 케이크” 같은 말을 쓴다고 합니다. 빗대는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말을 써요. 이 또한 빗대는 말이에요. 찐빵을 한결 맛나게 살리는 팥고물이나 팥소가 없어 밍밍하다든지, 정작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뜻에서 쓰는 말입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앙꼬 없는 찐빵”에서 ‘앙꼬(あんこ[·餡子])’는 일본말입니다. ‘앙꼬빵’은 ‘팥빵’이나 ‘팥고물빵’이나 ‘팥소빵’으로 바로잡아서 써야 올바릅니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빵 가운데 ‘팥빵’ 말고 ‘곰보빵’이 있습니다. 겉이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모습인 빵을 ‘곰보빵’이나 ‘못난이빵’이라 하는데, ‘오돌빵’이나 ‘오돌이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빵을 가리키는 일본말이 훨씬 널리 퍼졌어요. 바로 ‘소로로빵’입니다. ‘소로보(そぼろ)’는 “찐 생선을 으깨어서 말린 식품”을 뜻합니다.


  가만히 보면 막대기처럼 생긴 ‘막대빵’을 놓고 흔히 ‘바게트(baguette)빵’이라고 해요. ‘바게트’는 프랑스말로 ‘막대’를 뜻하니, 말 그대로 ‘막대빵’입니다.


  빵집에서 일하는 분부터 빵하고 얽힌 말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알맞게 붙이고, 우리도 빵에 제 이름을 알맞게 붙일 수 있기를 빌어요. 4348.7.18.흙.ㅅㄴㄹ



앙꼬빵을 사서 나눠 먹으며

→ 단팥빵을 사서 나눠 먹으며

《송관호-전쟁포로》(눈빛,2015) 4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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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6) 호랑이/호랑나비/호랑이띠 (범/범나비/범띠)


 범 ← 호랑이

 범나비 ← 호랑나비

 범띠 ← 호랑이띠

 범돌이 ← 호돌이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범’을 “= 호랑이”로 풀이합니다. ‘호랑이(虎狼-)’는 “1. [동물] 고양잇과의 포유류 2. 몹시 사납고 무서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이’를 뺀 ‘호랑(虎狼)’을 찾아보면 “범과 이리라는 뜻으로, 욕심이 많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한국말은 ‘범’입니다. ‘虎’라는 한자는 “범 호”입니다. “호랑 호”가 아닙니다. 범하고 이리를 아우르는 한자말이 ‘호랑’입니다. 그런데 1982년에 프로야구가 나오면서 ‘tiger’를 상징그림으로 삼은 구단에서 ‘호랑이’라는 이름을 썼고, 1988년에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내세운 상징그림이 ‘호돌이’입니다. 프로야구에서도 올림픽에서도 ‘범’이라는 한국말을 안 썼습니다.


  그런데, 더 헤아려 보면, 서울 올림픽에서 쓴 이름은 ‘호랑돌이’가 아닌 ‘호돌이’입니다. ‘범’이라는 한국말을 쓰지 못했으나, 적어도 ‘호랑·호랑이’라는 말을 잘못 쓰지는 않았어요.


  나비를 가리키는 이름은 ‘범나비’입니다. 그러나 곤충학자도 ‘범’하고 ‘호랑’이 어떤 말인지 제대로 살피지 못하기 때문에 ‘호랑나비’ 같은 이름을 붙입니다. 사람이 어느 해에 태어났는가를 살펴서 ‘범띠’라고 말합니다. 요즈음에는 ‘호랑이띠’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태어난 해를 살펴서 붙이는 띠는 ‘타이거’라는 짐승일 뿐, “범과 이리”가 아닙니다.


  그러면 ‘호랑장군’은 어떠할까요? 이 말은 무시무시한 사람을 가리킬 적에는 걸맞고, 한 가지 짐승을 가리키려 한다면 ‘범장군’으로 써야 알맞지요. 단군 이야기에 나오는 두 가지 짐승은 곰하고 ‘범’입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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