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8) 앙꼬/소보로
도라에몽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먼 앞날에서 로봇으로 살던 도라에몽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와서는 ‘먼 앞날에 사는 아이’가 새롭게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먼 옛날에 사는 아이’를 도와주지요. 이런 일을 하는 도라에몽은 ‘팥빵’을 아주 좋아합니다. 로봇으로 태어나서 처음 받은 선물이 바로 팥빵이었거든요.
영어에서는 “크림 없는 케이크” 같은 말을 쓴다고 합니다. 빗대는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말을 써요. 이 또한 빗대는 말이에요. 찐빵을 한결 맛나게 살리는 팥고물이나 팥소가 없어 밍밍하다든지, 정작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뜻에서 쓰는 말입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앙꼬 없는 찐빵”에서 ‘앙꼬(あんこ[餡こ·餡子])’는 일본말입니다. ‘앙꼬빵’은 ‘팥빵’이나 ‘팥고물빵’이나 ‘팥소빵’으로 바로잡아서 써야 올바릅니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빵 가운데 ‘팥빵’ 말고 ‘곰보빵’이 있습니다. 겉이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모습인 빵을 ‘곰보빵’이나 ‘못난이빵’이라 하는데, ‘오돌빵’이나 ‘오돌이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빵을 가리키는 일본말이 훨씬 널리 퍼졌어요. 바로 ‘소로로빵’입니다. ‘소로보(そぼろ)’는 “찐 생선을 으깨어서 말린 식품”을 뜻합니다.
가만히 보면 막대기처럼 생긴 ‘막대빵’을 놓고 흔히 ‘바게트(baguette)빵’이라고 해요. ‘바게트’는 프랑스말로 ‘막대’를 뜻하니, 말 그대로 ‘막대빵’입니다.
빵집에서 일하는 분부터 빵하고 얽힌 말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알맞게 붙이고, 우리도 빵에 제 이름을 알맞게 붙일 수 있기를 빌어요. 4348.7.18.흙.ㅅㄴㄹ
앙꼬빵을 사서 나눠 먹으며
→ 단팥빵을 사서 나눠 먹으며
《송관호-전쟁포로》(눈빛,2015) 4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