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미미 微微


 미미하게 흔들리는 물살 →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살

 미미한 것이었다 → 자잘한 것이었다 / 아주 작은 것이었다


  ‘미미(微微)’는 “보잘것없이 아주 작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보잘것없다’나 ‘아주 작다’를 ‘미미’라는 한자를 빌어서 나타내는 셈입니다. 아주 작다고 한다면 ‘작디작다’라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잘디잘다’라 할 수 있습니다. ‘자잘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물살이라면 ‘잔잔하다’라는 낱말이 어울립니다. 묽기라면 ‘옅다’나 ‘묽다’라는 낱말이 어울리지요. 4349.1.15.쇠.ㅅㄴㄹ



농도가 미미해서 효과가 없는 듯이

→ 묽기가 옅에서 효과가 없는 듯이

→ 너무 묽어서 보람이 없는 듯이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303쪽


1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미미한 정도이다

→ 한 해에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하도록 적다

→ 한 해에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할 만큼 매우 적다

《김경희-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2015) 85쪽


공룡의 눈에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존재겠지만

→ 공룡 눈에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목숨이겠지만

→ 공룡한테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목숨이겠지만

→ 공룡한테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보잘것없는 목숨이겠지만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49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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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격하다 激


 조그만 일에 격하여 → 조그만 일에 불끈하여

 격한 어조 → 거친 말씨 / 거센 말씨

 격한 운동 → 거친 운동 / 거센 운동

 격한 목소리로 → 거친 목소리로 / 거센 목소리로


  ‘격(激)하다’는 “1. 갑작스럽게 성을 내거나 흥분하다 2. 기세나 감정 따위가 급하고 거세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갑작스레 불끈하다”나 “갑자기 발끈하다”라든지 ‘거세다’나 ‘거칠다’라 할 만합니다. 때로는 ‘북받치다’나 ‘울컥하다’를 쓸 만하고, 때로는 ‘드세다’나 ‘무시무시하다’를 쓸 만하기도 합니다. 4349.1.15.쇠.ㅅㄴㄹ



아빠의 감정도 격해졌다

→ 아버지 마음도 거칠어졌다

→ 아버지도 마음이 북받쳐 일어났다

→ 아버지도 울컥했다

→ 아버지도 크게 성을 냈다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안녕 기요시코》(양철북,2003) 226쪽


격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울컥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치솟았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짜증내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불끈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달아올랐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박정희-나의 수채화 인생》(미다스북스,2005) 207쪽


워낙 격한 소리가 오고 가기에

→ 워낙 거친 소리가 오고 가기에

→ 워낙 큰 소리가 오고 가기에

→ 워낙 무시무시한 소리가 오고 가기에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6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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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발상의


발상의 전환 → 생각 바꾸기 / 생각 새로 하기


  ‘발상(發想)’은 “어떤 생각을 해냄. 또는 그 생각”을 뜻합니다. 이 한자말하고 늘 짝을 이루어 쓰이는 ‘전환(轉換)’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을 뜻해요. 그러니까 “발상의 전환”이란 “생각을 바꿈”을 뜻하는 셈입니다. “생각 바꾸기”를 가리키고, 생각을 바꾼다고 할 적에는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새롭게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발상의 전환을 이뤄 보자

→ 생각을 바꿔 보자

→ 생각을 고쳐 보자

→ 생각을 확 뒤집어 보자

→ 생각을 다르게 해 보자

→ 생각을 새롭게 해 보자

《정재환-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김영사,2005) 60쪽


나 같은 건 상상도 못 할 발상의 소유자

→ 나 같은 건 꿈도 못 꿀 생각을 품은 사람

→ 나 같으면 꿈도 못 꾸는 생각을 하는 사람

《히구라시 키노코/최미정 옮김-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158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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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6


 심심한 사과의 말씀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놓고 아이들은 “아이 심심해.” 하고 말합니다. 하는 일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두고 살림하는 어른들은 “국이 심심하네.” 하고 말합니다. 국물 간을 좀 싱겁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자말 ‘甚深’이나 ‘深深’을 쓰는 지식인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은 “심심한 감사”나 “심심한 사과”나 “심심한 조의”나 “심심한 경의”처럼 쓴다고 하는데, 한국 말투가 아닌 한자를 널리 받아들여서 쓰는 일본 말투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영어도 널리 쓰니까 한자말쯤이야 그리 안 대수로울 만합니다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처럼 말하는 어른을 아이가 바라본다면 무엇을 느낄 만할까요? “심심한 감사의 말씀”처럼 말하는 지식인을 여느 살림꾼이 마주한다면 무엇을 생각할 만할까요?


  아마 아이는 뭔 ‘사과’를 ‘재미없게’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테지요. 아마 살림꾼은 뭔 ‘사과’를 ‘싱겁게’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테지요.


  누구한테 사과한다고 말하려 한다면 “깊이 사과”하면 됩니다. “고개 숙여 사과”하면 돼요. “거듭 사과”할 수 있을 테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할 수 있습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우선 우레시노 시민 제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 먼저 우레시노 시민 모두한테 깊이 사과하는 말씀을 올린다

→ 먼저 우레시노 시민 여러분한테 고개 숙여 사과 말씀을 여쭌다

《손민호-규슈 올레》(중앙북스,2015) 40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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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14 18:11   좋아요 0 | URL
정말 무게를 실어야하는 말에는 함부로 쓸수없을 듯.
진심이 어딘지 애매해지니까..

숲노래 2016-01-14 21:08   좋아요 1 | URL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알맞게 쓰면 좋을 텐데,
한국말에 영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함부로 쓰는 일이
사라지면서
슬기롭게 말과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그장소] 2016-01-15 00:33   좋아요 0 | URL
저 댓글을 쓰기 바로 전에 저는 심심한 위로 ㅡ라면서 반 장난같은 말을 ㅡ하고 내려온 참이어서 그게 더 와닿았던 참이었어요.가서 고쳐야할까 하다 말았는데 늘 어렵습니다.말은 .
^^

숲노래 2016-01-15 05:16   좋아요 1 | URL
저도 말놀이나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그동안 즐겨 쓰기는 했는데
제대로 슬기로운 뜻을 담아서
말놀이나 말장난을 할 때에
비로소 스스로 생각을 살찌울 수 있다는 대목을
요즈음 들어서 새삼스레 해 봅니다.

그리고 모든 말을 굳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해야 하지는 않을 테지만,
어린이와 시골사람과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학교를 안 다닌 사람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눈높이를 헤아리면서
말을 쓸 때에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그장소] 2016-01-15 12:50   좋아요 0 | URL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입구 入口


 지하철 입구 → 지하철 나들목 / 지하철 어귀

 극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다 →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하다

 회의장 입구 → 회의장 앞 / 회의장 어귀


  ‘입구(入口)’는 “들어가는 통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순화”를 뜻합니다. 고쳐쓸 한자말인 만큼 ‘들목’으로든 ‘어귀’로든 고쳐쓸 노릇인데, 지하철을 타려고 들어가는 곳은 지하철에서 내린 뒤 나오는 곳이기도 하기에 “지하철 나들목”처럼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여느 집이나 건물에서는 ‘들어오는 곳’이나 ‘들어가는 곳’이라 하면 됩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마을 입구

→ 마을 어귀

→ 마을 앞

→ 마을 들머리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284쪽


마을 입구가 가까워지자

→ 마을 앞이 가까워지자

→ 마을 어귀가 가까워지자

→ 마을이 가까워지자

《김경희-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2015) 128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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