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3 소음 2023.5.27.



까치 까마귀 참새 비둘기

늘 둘레에서 이야기해

쏙독새 박새 할미새 딱새

언제나 곁에서 속삭여


물결치는 바다에 서면

물방울소리 가득 일렁여

비내리는 들을 걸으면

빗방울소리 온통 뒤덮어


하늘하고 땅 사이에는

바람이 흐르면서 분다

너하고 나 사이에서는

마음이 오가면서 수다


눈길 틔울 수 있기에

눈망울 열 수 있으니

눈빛 깨울 수 있어서

두근두근 두런두런 어울려


ㅅㄴㄹ


예전에는 ‘소음’ 같은 말을 안 썼습니다. 예전에는 집을 겹겹이 높이 쌓는 일이 없었어요. 나즈막한 울타리나 담으로 가볍게 두르기는 했어도, 모든 집이 어깨를 나란히 하듯 올망졸망 어울렸습니다. 어우러지는 집이 모인 마을은 곧잘 왁자지껄할는지 모르나, 소리가 하늘로 뻗으면서 사그라듭니다. 무엇보다도 새랑 풀벌레랑 개구리가 늘 마을이며 보금자리에서 노래했기에 ‘사람 말소리’가 듣그럽거나 따갑지 않아요. 바람이 흐르는 소리에 비가 들이치는 소리도 우리 마음을 다스리거나 달래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틈새소리·사잇소리·칸소리’라 여길 ‘층간소음’으로 고단한 사람으로 넘실거립니다. ‘소음(騷音)’은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가리킨다지요. 잘 봐요. 새노래가 없으니 시끄럽습니다. 풀벌레랑 개구리가 함께 우렁차면서 싱그러이 노래하는 길이 막히거나 사라졌기에 떠들썩합니다. 모든 쇳소리는 귀를 찢듯 날카로워요. 북새판이지요. 우리가 ‘말소리’에 ‘숨소리’를 누리려면 ‘숲소리’에 ‘들소리’를 되찾아야지 싶습니다. ‘물결소리’에 ‘바람소리’에 ‘빗소리’를 머금으면 귀가 안 아프겠지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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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4 질문 2023.5.29.



처음 듣는 말

새로 본 모습

다시 짓는 꿈

스스럼없이 품는다


아침에 한 일

낮에 편 놀이

밤에 맞는 별

스스로 되돌아본다


모르면 몸부터 굳고

알아가면 눈을 뜬다

모르니 가만히 묻고

알아들어 말길 연다


아이라면 노래하고

어른이라 속삭이고

물어보고 이어가고

만나보고 생각하고


ㅅㄴㄹ


예부터 어린이는 어른한테 늘 물었습니다. 길을 묻고 이름을 묻고 말을 물었어요. 옛날부터 어른은 어린이한테 늘 얘기했습니다. 길을 알려주고 이름을 밝히고 말을 얘기했어요. 온누리 풀이름에 꽃이름에 벌레이름에 새이름은 모두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 끝없이 오가는 말이 씨앗이 되어 태어났습니다. 어린이는 스스럼없이 물어보면서 스스로 자랍니다. 어른은 어린이 곁에서 물음거리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둘레를 새롭게 바라보고 헤아려서 ‘새말을 새삼스레 새록새록 지어’서 어린이한테 노래로 불러 줍니다. 이렇게 묻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수수께끼’로 피어났어요. 한자말 ‘질문(質問)’은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을 가리켜요. 말뜻처럼 ‘물음·묻다’로 손보면 됩니다. ‘물어보다’로 손볼 수도 있어요. 높이는 자리에서는 ‘여쭈다·여쭙다’로 손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보기 앞서 곰곰이 생각해 봐요.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터뜨리면서 알고 싶은 마음을 ‘묻다·물어보다’로 나타냅니다. 궁금한 이야기를 들숲이라는 자리에 가만히 묻으면, 어느새 싹이 트고 줄기가 올라서 알아봅니다. 말 한 마디는 언제나 물 한 방울 같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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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5 의미 2023.5.29.



물에 담가서 살랑살랑

새물로 헹궈 사락사락

햇볕에 말리고 바람을 쏘여서

때랑 먼지 씻는 빨래


비가 내려서 후두두둑

냇물이 불어 촤라라락

잎은 싱그럽고 뿌리는 깊어서

들도 숲도 푸른 하루


옷을 왜 빨까?

비는 왜 올까?

궁금해서 바라보고 생각해

수수께끼 품어보고 풀어내


뜻없는 일이란 없더라

뜻있는 이야기 가없어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네가 나서는 길과 만나


ㅅㄴㄹ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모를 수 있어요. 그 말이 어떤 ‘값’인지 종잡지 못 할 수 있지요. ‘왜’ 그럴까요? 무엇을 ‘가리키’거나 ‘나타내’거나 ‘드러낼’까요? 뜻없거나 값없는 일이나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 다르게 뜻있고 값있어요. ‘의미(意味)’는 “1. 말이나 글의 뜻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를 뜻한다지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면 ‘말뜻’을 헤아리면 됩니다. ‘글뜻’을 읽기도 하고, ‘까닭’을 짚기도 합니다. 때로는 누구 ‘탓’을 하다가, 어떤 ‘바’를 드러내려는지 살핍니다. 알고 싶기에 ‘바라보’지요.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하기에 ‘살펴보’면서 ‘알뜰’히 배우려고 합니다. 하나하나 느끼면서 ‘생각’하노라면, 어느 날 ‘알차’게 맞아들여서 눈을 환하게 뜰 만해요. 말 한 마디에 어떤 마음을 담으려는지 헤아리기에 우리 이야기가 빛납니다. 글 한 줄에 어떤 꿈을 실으려는지 짚는 하루이기에 우리 수다가 두런두런 즐겁습니다. 비가 오는 뜻을 생각해 봐요. 빨래를 하는 까닭을 헤아려 봐요. 서로 만나서 오늘을 누리는 숨결을 돌아보면서, 수수께끼를 풀고 응어리도 실타래도 풀어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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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1 케이 K- 2023.5.25.



한바탕 내리는 함박눈

함초롬히 피는 함박꽃

한가득 퍼붓는 함박비

함께 즐거워 함박웃음


서울 한복판에 한내

한마음 담아낸 한글

한뜻으로 일궈 한빛

서로 손잡아 한겨레


하늘은 하나인 울타리

우리는 하늘빛 마시고

하얗게 해맑게 비추는

햇살에 햇빛을 반긴다


한옷 한집 한밥 한길

한노래 한사랑 한살림

한꽃 한새 한넋 한님

한나래 한나라 한나무


ㅅㄴㄹ


우리나라를 한자말로는 ‘한국(韓國)’이라 하고, 영어로는 ‘Korea’로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롯하거나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이야기나 살림을 펼 적에 한자말로는 ‘한류(韓流)’를 으레 쓰고, 영어로는 ‘K-’를 붙이곤 합니다. 그런데 나라이름으로 삼는 ‘한국’에서 ‘한’은 한자 ‘韓’이 아닌, 우리말 ‘한’입니다. 우리말을 담아낼 우리글이 없던 무렵에는 어쩔 길이 없이 ‘韓’을 끌어들여 ‘韓國’이나 ‘韓民族’처럼 적어야 했더라도, ‘훈민정음’을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고서 우리말결(국어문법)을 비로소 세운 뒤부터는 우리말 ‘한’을 한자 없이 쓸 일이에요. ‘한겨레’가 스스로 지어서 쓰는 ‘한글’입니다. 한글에는 ‘한나라’를 이룬 온갖 사람이 저마다 ‘한말’을 펴면서 새롭게 ‘한마음’으로 어우러집니다. ‘한’은 ‘하늘·하나·하다(짓다 + 많다 + 크다)’를 말밑으로 삼습니다. 서울에는 ‘한강(漢江)’이 아닌 ‘한내·한가람’이 흐릅니다. ‘한복(韓服)’이 아닌 ‘한옷’이요, ‘한식(韓食)’이 아닌 ‘한밥’이며, ‘한옥(韓屋)’이 아닌 ‘한집’이에요. 우리는 한나래로 날아올라 하늘빛을 마시면서 한빛으로 반짝일 만합니다. 한별로 만나고 한넋을 가꿉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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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55 역사 2023.5.24.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배는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들에 빙그르르 날며

그윽히 깍깍 노래한다


박주가리씨가 날아오른다

민들레씨 엉겅퀴씨도 날고

감씨 해바라기씨는

새랑 함께 골골샅샅 누빈다


오늘 이곳은

어제그제 그리던 모레

우리 걸음은

온길을 잇는 발자국


살림을 지어 살림길

삶을 가꾸어 삶자취

사랑 노래하며 사랑씨

사람으로 서는 사람빛


ㅅㄴㄹ


‘역사(歷史)’는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를 가리킨다지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길·걸어온길·걸음’이라 할 만하고, ‘자국·자취’요, ‘발걸음·발길’이나 ‘발바닥·발자국·발자취·발짝’이라 할 만합니다. 살아온 길이니 ‘해적이·나날·날·삶’이거나 ‘삶글·삶자국·삶자취·삶얘기’나 ‘삶길·사는길·살아온 길’이라 할 수 있어요. 걸어오면서 남긴 모습이라 ‘자취’인데, 자취는 ‘어제·지난날’입니다. ‘이제껏’ 살아온 나날이니 ‘오랜빛·오래빛’이요 ‘살림자국·살림자취·살림얘기’로 바라볼 만해요. ‘예·예전·옛날·옛길·옛빛·옛자취’라 할 모습에는 우리가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살아온 이야기가 흐릅니다. 지나온 모든 하루는 어느새 깊이 아로새기며 ‘뿌리’를 이루어요. “스무 돌(돐)”이며 “일흔 돌”이며 “즈믄(1000) 돌”로 되새깁니다. 이름을 남기려는 자국이 아닌, 오순도순 살림을 지으면서 가꾼 기쁜 사랑을 돌아봅니다. 책에 남을 이야기가 아닌 역사입니다. 마음에 새겨 고이 잇는 사람빛입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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