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9 식사 2023.7.10.



작은새는 작은벌레 잡고

작은벌레는 작은잎 갉고

작은잎은 너른해 머금고

너른해는 우리 마음 받고


벌나비는 꽃꿀가루 찾고

꽃은 해바람비 맞이하고

해바람비는 푸른별 돌고

푸른별은 서로 섞여 살고


밥알 한 톨에

해님 바람님 비님에

흙님 나무님 풀님에

우리 손길 깃들어


함께 누리면서 나눈다

같이 마시면서 베푼다

즐겁게 차려서 부른다

반갑게 모여서 먹는다


ㅅㄴㄹ


낱말책은 ‘식사(食事)’를 “끼니로 음식을 먹음”으로, ‘음식(飮食)’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으로 풀이합니다. 더 살피면, 우리말 ‘밥’을 ‘음식’으로 풀이해요. ‘밥 = 먹는 숨결’이기에 “음식을 먹음”이란 풀이라든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 같은 풀이는 뒤죽박죽입니다. 가만히 보면, 쌀밥을 이루는 낟알도 숨붙이입니다. 능금이나 복숭아나 수박이나 배 같은 열매도 숨붙이예요. 고기로 삼는 살점도 숨붙이예요. 우리는 돌이나 쇠를 먹지 않아요. 싱그럽게 빛나는 여러 숨결을 고마우면서 반가이 맞아들입니다. ‘먹다’란 ‘머금다’요, ‘맞다’이면서, ‘받다’입니다. ‘들여’서 몸에 새롭게 기운으로 빛나도록 ‘품’는 숨결인 ‘밥(먹을거리·먹는 숨결)’입니다. 우리가 먹으면서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숨결을 보면, 해랑 바람이랑 비를 두루 먼저 받아들였어요. 들이며 풀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스스로 빛나며 살아온 숨결을 새삼스레 ‘밥’으로 삼는 흐름이자 얼거리입니다. 밥알 한 톨부터 고이 여길 줄 아는 마음하고 몸짓이기에 스스로 몸을 사랑으로 돌보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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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7 발견 2023.7.6.



오늘 처음 보기까지
내 앞에서
얼마나 춤추고 놀면서
내 눈에 뜨이려 했을까

바로 여기 오기까지
네 곁에서
얼마나 노래하고 뛰며
네 마음에 들려 했을까

바라볼 수 있으니
알아볼 만하고
마주볼 수 있어서
찾아볼 만하지

반짝이는 별송이를
너울이는 꽃송이를
나풀나풀 눈송이를
같이 만나고 함께 속삭여

ㅅㄴㄹ

무엇을 ‘본다(보다)’고 할 적에는 눈으로 느끼거나 아는 일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느 쪽으로 몸을 놓으면서 눈을 떴지만 막상 하나도 못 느끼거나 모르기도 하거든요. 숨결이나 숨빛을 마음으로 먼저 느끼고 알기에 눈으로도 나란히 느끼고 알게 마련입니다. 마음이 없으면 봄에 봄꽃이 흐드러졌어도 못 보고 못 느껴요. 마음이 없으면 날마다 스치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 해요. ‘발견(發見)’은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을 뜻한다는군요. 우리말 ‘찾아내다’를 한자로 옮긴 얼거리일 텐데, 짧게 ‘찾다’를 써도 되고, ‘알다·알아내다·알아차리다·알아보다’나 ‘눈뜨다·눈치채다·깨닫다’나 ‘만나다’를 쓸 수 있습니다. ‘밝히다·엿보다’나 ‘드러나다·머금다’나 ‘나오다·나타나다’를 써야 할 자리가 있고, ‘보다·맡다’나 ‘새롭다·새길·새로가다·새빛·새넋’을 써야 어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일·있다’나 ‘잡다·잡아내다·캐다·파다’나 ‘처음·첫·첫물·첫발’로 손볼 수 있어요. 참답게 눈을 떠 봐요. 마음부터 환하게 틔워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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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86 완벽 2023.7.4.



가득가득 담아 놓으니

든든히 이을 수 있고

차곡차곡 쌓아 놓으니

물샐틈 빈틈 없구나


단단하게 닫아 놓으니

누구도 엿볼 수 없고

채우고 다져 놓았으니

지키고 버틸 만하지


알맞게 일을 다루고

자리에 맞게 말하고

걸막게 생각을 하고

척척 들어맞아 좋다


구슬은 잘 구른다

이슬은 잘 살린다

틀림없이 하루는 흐르고

반듯반듯 별빛 드리운다


ㅅㄴㄹ


틀리지 않고 한다면 틈이나 빈틈이 없어요. 흉이 없습니다. 이때에는 ‘감쪽같은’ 솜씨라고 얘기합니다. 또르르르 구르는 구슬을 보면 아무런 흉도 모도 없기에 잘 구릅니다. ‘완벽(完璧)’은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을 나타낸다고 해요. ‘구슬같다·이슬같다’나 ‘아름답다·잘빠지다·잘생기다·훤칠하다’로 옮길 만합니다. 때로는 ‘똑같다’나 ‘빠짐없다’로 나타낼 만해요. ‘깔끔하다·깨끗하다·깨끔하다·말끔하다·말짱하다·멀쩡하다’나 ‘꼭·꽁·꼼꼼히·아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모든 곳이 제대로 있으니 ‘성하다’나 ‘야물다·여물다’라 하고, 빗댈 적에는 ‘님·밝님’이나 ‘빛·빛나다’나 ‘온꽃·온빛·옹글다’ 같은 낱말을 써도 어울려요. ‘하나’라는 낱말로도 나타냅니다. ‘모두하나’라면, ‘모두한빛’이라면, 그야말로 틈도 흉도 하나도 없어요. ‘한덩이’에 ‘한마음·한몸’인 셈입니다. 이러한 숨결이기에 퍽 어렵다고 여길 일을 ‘씹어먹’을 수 있고, 짜임새가 있으며, ‘찰떡’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요. ‘찰지다’고 할까요. 참으로 ‘칼같이’ 맺고 끊는 매무새입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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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58 후회 2023.5.27.



참개구리가 벌렁 누웠다

하얀 배 드러내고 뻗었다

들고양이가 톡톡 치더니

입맛 다시며 어슬렁 간다


한나절이 지나가고

해가 솟아오르니

살짝 꼼찔 슬 꼼지락

살금살금 숨는구나


앵두알이 톡 떨어진다

새 여럿이 앵두잔치이다

열매는 새밥이 되면서

멀리 날아가 통 씨앗으로


하루하루 부드럽다

겨울 잠들어 봄으로

봄 깨어나 여름으로

가만히 쉬면서 거듭난다


ㅅㄴㄹ


나중에 땅을 치거나 발을 동동 구를 일을 한 적이 있나요? 배를 하얗게 드러내고 뻗는 개구리는 창피나 부끄러움을 헤아릴 겨를이 없습니다. 자칫 잡아먹히거든요. 들고양이를 보자마자 얼른 뻗고서 죽은 체합니다. 아주 오래 벌렁 눕더군요. 들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면서 떠나고서도 한참 뒤에야 천천히 꼼지락하더니 살살 풀숲으로 숨습니다. ‘후회(後悔)’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뜻한다지요. 때로는 뉘우칠 수 있고, 아프기도 해요. 그런데 앵두나무도 감나무도 열매가 문득 툭 떨어져도 아쉬워하지 않아요. 열매를 누가 따가도 섭섭하지 않지요. 나무는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개미가 훑을 줄 알고, 거름이 되어 다시 나무를 살찌우는 줄 압니다. 새가 열매를 쪼면서 으레 씨앗까지 삼키는데, 새는 훨훨 날다가 다른 곳에 똥을 뽀직 눠요. 씨앗이 멀리까지 날아가서 새로 싹틉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일을 치르거나 맞이하면서 무엇을 느끼거나 받아들이는지 돌아봐요. 차근차근 새기면서 생각을 기울여요. 다 뜻이 있게 마련이고, 새롭게 잇닿습니다. 부드러이 바라봐요. 늦추거나 미룰 일이란 없고,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낼 일도 없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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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72 불량 2023.6.10.



나쁜아이 나쁜어른 나쁜사람

나은아이 나은어른 나은사람

못된아이 못된어른 못된사람

좋은아이 좋은어른 좋은사람


뭐가 나빠?

뭘 하면 안 돼?

뭐가 좋아?

뭘 하면 맘에 들어?


바람 해 비 별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벌레 벌 새 꽃

못되지도 낫지도 않아


나는 늘 나일 뿐

우리는 다 다르지

함께 하늘빛이고

같이 걸어가자


ㅅㄴㄹ


‘불량(不良)’은 “1. 행실이나 성품이 나쁨 2. 성적이 나쁨 3. 물건 따위의 품질이나 상태가 나쁨”을 가리킨다는군요. 세 가지 뜻풀이는 모두 ‘나쁨’으로 적습니다. 우리말로 ‘나쁘다’라 하면 될 일입니다. 우리 낱말책은 ‘나쁘다’를 “1. 좋지 아니하다 2. 옳지 아니하다 3. 건강 따위에 해롭다 4. 어떤 일을 하기에 시기나 상황이 적절치 아니하다 5. 어떤 일을 하기에 쉽지 아니하다”처럼 풀이합니다. 뜻풀이가 알쏭달쏭합니다. 이래서야 ‘좋음·나쁨’을 가리거나 알기 어렵습니다. “낫지 않다”고 하는 ‘나쁘다’입니다. “예쁘지 않다”고 여길 ‘나쁘다’일 테고요. ‘나(내)’로서 나답지 않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결을 ‘나쁘다’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가 저마다 나다움을 살피고 찾고 바라보면서 가꿀 줄 안다면, 사납거나 무섭게 굴지 않을 테고, 마구하거나 괴롭히지 않게 마련입니다. 나다움을 잊다가 잃기에 참빛하고 등지면서 그만 궂거나 망가지거나 뒤틀려요. 스스로 가꾸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빛나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이웃을 아끼고 돌봐요. 금을 긋기 앞서 차분히 나를 돌아볼 틈이 있어야 눈을 뜨리라 느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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