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1 케이 K- 2023.5.25.
한바탕 내리는 함박눈
함초롬히 피는 함박꽃
한가득 퍼붓는 함박비
함께 즐거워 함박웃음
서울 한복판에 한내
한마음 담아낸 한글
한뜻으로 일궈 한빛
서로 손잡아 한겨레
하늘은 하나인 울타리
우리는 하늘빛 마시고
하얗게 해맑게 비추는
햇살에 햇빛을 반긴다
한옷 한집 한밥 한길
한노래 한사랑 한살림
한꽃 한새 한넋 한님
한나래 한나라 한나무
ㅅㄴㄹ
우리나라를 한자말로는 ‘한국(韓國)’이라 하고, 영어로는 ‘Korea’로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롯하거나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이야기나 살림을 펼 적에 한자말로는 ‘한류(韓流)’를 으레 쓰고, 영어로는 ‘K-’를 붙이곤 합니다. 그런데 나라이름으로 삼는 ‘한국’에서 ‘한’은 한자 ‘韓’이 아닌, 우리말 ‘한’입니다. 우리말을 담아낼 우리글이 없던 무렵에는 어쩔 길이 없이 ‘韓’을 끌어들여 ‘韓國’이나 ‘韓民族’처럼 적어야 했더라도, ‘훈민정음’을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고서 우리말결(국어문법)을 비로소 세운 뒤부터는 우리말 ‘한’을 한자 없이 쓸 일이에요. ‘한겨레’가 스스로 지어서 쓰는 ‘한글’입니다. 한글에는 ‘한나라’를 이룬 온갖 사람이 저마다 ‘한말’을 펴면서 새롭게 ‘한마음’으로 어우러집니다. ‘한’은 ‘하늘·하나·하다(짓다 + 많다 + 크다)’를 말밑으로 삼습니다. 서울에는 ‘한강(漢江)’이 아닌 ‘한내·한가람’이 흐릅니다. ‘한복(韓服)’이 아닌 ‘한옷’이요, ‘한식(韓食)’이 아닌 ‘한밥’이며, ‘한옥(韓屋)’이 아닌 ‘한집’이에요. 우리는 한나래로 날아올라 하늘빛을 마시면서 한빛으로 반짝일 만합니다. 한별로 만나고 한넋을 가꿉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