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55 역사 2023.5.24.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배는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들에 빙그르르 날며

그윽히 깍깍 노래한다


박주가리씨가 날아오른다

민들레씨 엉겅퀴씨도 날고

감씨 해바라기씨는

새랑 함께 골골샅샅 누빈다


오늘 이곳은

어제그제 그리던 모레

우리 걸음은

온길을 잇는 발자국


살림을 지어 살림길

삶을 가꾸어 삶자취

사랑 노래하며 사랑씨

사람으로 서는 사람빛


ㅅㄴㄹ


‘역사(歷史)’는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를 가리킨다지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길·걸어온길·걸음’이라 할 만하고, ‘자국·자취’요, ‘발걸음·발길’이나 ‘발바닥·발자국·발자취·발짝’이라 할 만합니다. 살아온 길이니 ‘해적이·나날·날·삶’이거나 ‘삶글·삶자국·삶자취·삶얘기’나 ‘삶길·사는길·살아온 길’이라 할 수 있어요. 걸어오면서 남긴 모습이라 ‘자취’인데, 자취는 ‘어제·지난날’입니다. ‘이제껏’ 살아온 나날이니 ‘오랜빛·오래빛’이요 ‘살림자국·살림자취·살림얘기’로 바라볼 만해요. ‘예·예전·옛날·옛길·옛빛·옛자취’라 할 모습에는 우리가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살아온 이야기가 흐릅니다. 지나온 모든 하루는 어느새 깊이 아로새기며 ‘뿌리’를 이루어요. “스무 돌(돐)”이며 “일흔 돌”이며 “즈믄(1000) 돌”로 되새깁니다. 이름을 남기려는 자국이 아닌, 오순도순 살림을 지으면서 가꾼 기쁜 사랑을 돌아봅니다. 책에 남을 이야기가 아닌 역사입니다. 마음에 새겨 고이 잇는 사람빛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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