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5 상상 2023.5.3.



새벽에 멧새노래로 일어나

아침에 오늘살림을 그리고

낮에 벌나비처럼 날다가

저녁에 별빛으로 잠들어


마음에 품는 생각이란

앞으로 이루려는 꿈씨앗

마음에 담는 말글이란

이제부터 가꾸는 얘기꽃


하늘과 땅 사이를 날고

너랑 나 사이를 넘나들고

별과 별 사이를 누리고

마음과 마음 사이를 만나


가만히 그리면 나타나

생각하는 대로 생겨나

날아드는 빛이 일어나

꿈짓는 하루가 거듭나


ㅅㄴㄹ


뜻을 알면 길을 열고, 말을 알면 마음을 읽고, 속을 알면 씨앗을 심습니다. ‘상상(想像)’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을 뜻한다고 해요. 아직 겪지 않은 길을 미리 그리는 일이라면 ‘그림’이요, ‘꿈’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가만히 그리면서 아침을 열 적에 스스로 기쁘게 삶을 누려요. 어제까지 이루거나 해내지 못 했기에, 이튿날에는 꼭 이루거나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밤에 잠들기에, 아침에 눈을 번쩍 뜨면서 기운이 솟아요. 사람들 누구나 아기로 태어날 적에는 말길을 트지 못 합니다만, 어버이하고 눈을 마주하면서 소리를 듣던 어느 날부터 한 마디씩 터뜨려요. 서로 마음이 닿으며 말을 이루었습니다. 말을 듣고 마음을 읽으면서 속으로 품는 사랑을 깨닫고는 앞으로 이루고픈 꿈을 씨앗으로 심지요. 한껏 신나게 날아오를 만한 이야기를 꿈으로 담아요. 오늘부터 차근차근 해보면서 이루려는 새길을 언제나 새록새록 그리고 떠올려요. 새처럼 날고 나비처럼 날아요. 별처럼 반짝이고 해처럼 따뜻하게 하루를 맞이해요. 하루아침에 이루어도 나쁘지 않지만, 천천히 이루어도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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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3 도시 2023.4.29.



동틀 즈음이면

멧새가 하루를 알리고

개구리도 풀벌레도 잠들고

새벽이슬이 반짝여


아침노을이 춤추면서

온누리에 무지갯빛 밝고

햇볕이 고루 깃들어

풀꽃나무가 춤추네


나비가 나는 낮에는

나도 너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터뜨리고 뛰놀면서

오늘을 실컷 누려


땅거미 질 무렵

제비가 쉬고 박쥐가 깨고

숨바꼭질로 별빛 헤아리다가

우리도 길게 하품


ㅅㄴㄹ


‘도시(都市)’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지요. 우리말로는 예부터 ‘고을·고장’이라 했고, 가장 커다란 고장은 ‘서울’이라 했습니다. 흙을 지으며 살아가는 시골 할매와 할배는 ‘서울’이라는 낱말로 ‘도시’를 가리킵니다. 이제 온나라 어디에나 쇳덩이(자동차)가 넘치는 바람에 빈터가 거의 사라졌고, 빈터나 골목이나 길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도 사라졌습니다만, 1990년 언저리까지 신나게 뛰놀며 바람을 가를 뿐 아니라, 벌나비랑 새랑 구름이랑 빗물하고 동무하는 어린이가 꽤 많았습니다. 이름은 ‘도시’ 또는 ‘고을·고장·서울’이었어도 철빛이 다르고 하루빛이 다른 살림이었으며, 마을에 나무가 넉넉했고, 나무마다 새가 내려앉고 풀밭에는 풀벌레랑 개구리가 노래하는 터전이었어요. 새를 내쫓고 풀밭을 밀고 모질게 가지치기를 하는 동안, 고을은 고을빛을 잃고 사람도 사람빛하고 등돌리는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모든 고장에 새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울 한복판이 부릉부릉 매캐한 곳이 아니라, 어린이가 골목을 땀흘리고 달리면서 노는 삶터로 바꿀 수 있을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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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2 전쟁 2023.4.29.



주먹을 흔드니 사납고

꽃씨 한 톨 쥐니 상냥해

발길질 해대니 거칠고

맨발로 풀밭 거닐어 기뻐


총칼은 그저 죽임길이야

무엇도 안 살리고

스스로 캄캄히 가두어

무엇이든 태우고 밟아


숲짐승은 낫도 호미도 없이

들숲을 푸르게 돌봐

헤엄이는 배도 나루도 없이

바다를 파랗게 감싸


싸우고 다투고 겨루면

빼앗고 가로채고 거머쥐겠지

사람하고 살림하고 살아가면

나누고 노래하고 다사로워


ㅅㄴㄹ


주먹으로 치고박는 싸움도 서로 다치고 아프고 괴롭습니다. 누가 앞서느냐 하는 다툼질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기 일쑤입니다. 누가 뛰어나느냐 하는 겨루기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지요. 모든 ‘싸움·다툼·겨룸’은 살림하고 등진 채 죽음으로 치닫습니다. ‘전쟁(戰爭)’은 “1.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지요. ‘싸움’을 한자말로 옮겨 ‘전쟁’인데, 우리 삶터 곳곳에 이 말씨가 스미거나 퍼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하루가 어울림·어깨동무가 아니요, 사랑·꿈하고 등졌다는 뜻입니다. 돌보거나 아끼거나 살피는 마음은 잊히고, 미워하거나 내치거나 따돌리는 몸짓이 불거진다는 뜻이에요. 싸움(전쟁)으로는 서로 앙금을 풀지 못 합니다. 싸워서 이긴들 늘 진 쪽이 생기고, 진 쪽은 크게 다치거나 죽게 마련이라 미움만 더 활활 불태워요. 이긴 쪽에서도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기에,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둘 모두 미움이 더 자랄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을 다스리고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할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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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1 국가 2023.4.28.



톨스토이는 외쳤어

“국가는 폭력이다!”

나는 속삭여 본다

“숲을 잊으니 사슬이야.”


내가 나답게 날면서

네가 너로서 노래하는

아름누리 별누리 꽃누리

그려 본다


벼슬도 감투도 없이

위아래 왼오른 치워

어진 어른이 일하고

철드는 아이가 노는


“숲으로 사랑하니 사람이야.”

한마디 도란도란 나눈다

오늘 하루를 푸른들로

모든 나날을 파란하늘로


ㅅㄴㄹ


‘국가(國家)’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국민·영토·주권의 삼요소를 필요로 한다 ≒ 나라·방가·방국”처럼 풀이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은 예부터 ‘나라·나라님’이라 했고, ‘나라님·임금’처럼 윗자리에 서서 아랫자리에 눌린 수수한 사람들을 옥죄는 벼슬아치를 ‘나리’라 일컫곤 했습니다. 이른바 우두머리가 서면서 힘을 부리는 이가 틀(계급)을 세울 적에 ‘나라(국가)’라 합니다. 사람들은 높낮이(신분·계급·지위)가 없을 적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이좋게 마을을 이룹니다만, ‘꽃누리·꽃나라·꽃판·꽃밭’처럼 섞어쓰기도 하고, ‘하늘나라·해나라·책나라’처럼 어울마당을 가리킬 적에도 살며시 ‘나라’란 낱말을 넣곤 했습니다. 다만 ‘누리’를 넣어 ‘온누리·별누리·영화누리·꿈누리’라 할 적에 누구나 넉넉하고 느긋하게 어울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봐요. ‘사람들(국민)’이라 하는 ‘우리’가 있기에 나라도 누리도 있어요. 힘센 누가 이끌어야 하지 않아요. 벼슬도 감투도 돈도 덧없어요. 사람이 숲입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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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29 흥미 2023.4.28.



까투리 장끼는 새끼랑 놀고

암제비 수제비 하늘 가르는

앵두나무 푸른잎 싱그러운

한봄


개미집이 부쩍 크고

벌집도 자꾸자꾸 크는

오동나무 큰잎 시원스런

한여름


무화과알 까마중알 감알

깨 고추 콩 나락 그득한

잣나무 바늘잎 짙푸른

한가을


철맞이 누리면 재미있어

새노래 매미노래 구성져

한겨울에 날개 띄우자

눈꽃송이 신나게 받고 놀자


ㅅㄴㄹ


‘흥미(興味)’는 “흥을 느끼는 재미”라 하고, ‘흥(興)’은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라는군요. 우리말로 하자면 ‘신·신명·신바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신명·신바람’은 “시원한 빛”입니다. 시원하게 틔우는 빛이고, 시원하게 일어나는 빛이에요. ‘신’은 ‘시’가 말밑이고, ‘심(힘)’하고 말뿌리가 닿습니다. ‘심’은 ‘심다’하고 맞물리며, ‘심·심다’는 ‘씨·씨앗’하고 얽히는 낱말이지요. 씨앗을 심어서 기르듯 올라오는 힘이 빛나기에 ‘신·신명·신바람’이랍니다. 그래서 신나게 노는 동안 즐겁거나 재미있다고 느껴요. 신바람을 내니 새롭고 싱그럽습니다. 어떤 마음을 심으면서 천천히 올라오는 심(힘)인 ‘신’입니다. 오늘 하루를 여는 새벽이나 아침에 어떤 생각씨앗을 심어 보았을까요? 오늘 하루를 닫는 저녁이나 밤에 어떤 꿈씨앗을 심어 볼까요? 철마다 다르게 흐르는 빛살을 느끼면서 하루를 바라봐요. 가만히 속삭이듯 풀빛을 품고, 더위도 추위도 아닌 여름과 겨울을 한껏 맞아들이면서 한바탕 노래하고 놀아요. 하루하루 새록새록 흐르면서 마음이 자라고 몸이 튼튼하고 생각이 반짝반짝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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