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2021.11.20.

읽었습니다 46



  어릴 적인 1980년대를 돌아보면 하루하루 그저 고단했습니다. 고삭부리에 말더듬이라 쉬 얻어맞거나 놀림을 받는데 김치를 비롯해 못 먹는 밥이 많아 끼니마다 무서웠습니다. 밤뿐 아니라 낮에도 깨비(귀신)가 보이지만, 하소연하거나 물을 곳조차 없어요. 잠자리에 들 적에 “눈을 감으면 죽기를 바란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살아내자.” 이 한 마디를 어린이가 날마다 읊으며 보냈습니다. 《살려고 서점에 갑니다》를 인천 마을책집 〈문학소매점〉에서 만나며 ‘안 살’ 수 없었습니다. 책을 사려고도 책집에 가지만, 살아남으려고도 책집에 가며 오늘까지 버틴 나날이었어요. 책을 쥐면 말을 더듬을 일도 아플 일도 없고, 누가 옆에서 떠들어도 흘려넘기고 이때만큼은 깨비가 코앞에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마음에 꿈을 그리면 스스로 몸이 튼튼합니다. 글님은 읽기를 넘어 쓰기로 나아가는구나 싶은데, 조금 더 속낯을 밝히면서 실컷 노래하기를 빕니다.


《살려고 서점에 갑니다》(이한솔 글, 이한솔, 2020.1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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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을 드러내다 - 살뜰히 설명하는 어린이 글 글놀이터 2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엮음 / 삶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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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20.

읽었습니다 42



  어린이 목소리는 어린이 곁에 가야 듣습니다. 어린이 곁에 가지 않는다면 어린이가 어떤 말을 펴면서 어떤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가를 알 길이 없어요. 먼먼 옛날, 사람들이 임금이나 벼슬꾼을 안 쳐다보고 손수 풀꽃나무를 아끼면서 살림을 돌보던 무렵에는 어른이면 누구나 아이하고 눈맞춤을 하면서 귀를 기울였고, 아이들은 하루를 신나게 놀면서 어른스레 철이 드는 길을 꿈꾸었어요. 오늘날은 아이들을 배움수렁에 집어넣기만 할 뿐, 아이 마음을 헤아리는 어른이 확 줄었습니다. 찰칵찰칵 할 적에나 아이를 곁에 둘 뿐인 교육감에 국회의원에 군수·시장에 대통령인걸요. 《본색을 드러내다》는 시흥에서 어린이로 살아가는 목소리를 차곡차곡 여미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이며 눈빛이며 삶이며 오늘이 묻어나는 값진 책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른이 써서 어른끼리 읽는 책’은 좀 내려놓고서 ‘아이들 삶과 눈빛과 목소리가 흐르는 책’에 손을 뻗을 노릇이지 싶어요. 아이가 참말로 앞빛이라면.


《본색을 드러내다》(시흥 어린이 글·연꽃누리 엮음, 삶말, 2020.3.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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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는 법 - 도시에 없는 여유와 나다움을 찾아서 땅콩문고
이보현 지음 / 유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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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18.

읽었습니다 36



  시골 읍내조차 2021년 11월 18일에 길을 막는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나라 어른이 푸름이를 생각할 때는 꼭 하루이지 싶습니다. 셈겨룸(입시)을 치를 적에 길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생각은 하되, 막상 배움수렁에서 허덕이는 푸름이를 살펴 배움수렁을 걷어치우려는 생각은 안 합니다. 곰곰이 보면 배움수렁에 시달리는 푸름이를 마주하며 돈을 버는 일자리가 엄청 많습니다. 푸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말이지요. 《귀촌하는 법》을 읽고서 한숨을 폭 쉬었고, 조용히 덮었습니다. ‘시골길’을 책으로 쓸 수 있습니다만, ‘시골살이’아닌 ‘잿빛집살이’를 바탕으로 어깨너머 구경하는 이야기란, 시골길을 헤아리는 서울이웃한테 무엇을 어떻게 이바지할까요? 시골에서 살려고 할 적에 살피거나 알아둘 대목이 참 많습니다만, 한 가지만 세우면 됩니다. 풀과 꽃과 나무와 숲과 들과 바다와 바람과 해와 비와 풀벌레와 새와 구름과 눈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넉넉합니다.


《귀촌하는 법》(이보현 글, 유유, 2021.9.14.)


ㅅㄴㄹ

#씁쓸하지만비추천도서 #비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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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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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18.

읽었습니다 47



  책이 괴롭다면 책을 사지도 읽지도 말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괴로움’이 뭔가 하고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 가면 ‘괴롭다’는 말에서 삶을 삶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살살 에돌거나 비킨 모습을 찾아낼 만하지 싶습니다. 삶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삶은 늘 삶입니다. 집에 책을 얼마나 쌓아야 많거나 괴로울까요? 어떤 이는 하나나 열 자락으로도 괴롭지만, 어떤 이는 십만이 훌쩍 넘어도 안 괴롭습니다. 《장서의 괴로움》을 읽으며 일본 책이웃은 이렇게 바라보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 괴로울 만하지 않구나 싶은데 ‘괴로움’이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려 하면서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있기도 해요. 책을 옆에 쌓고서 베고 깔고 둘러싸여 살아가는 모습은, 나뭇잎이나 나무나 풀꽃을 곁에 끼는 삶하고 같습니다. 잿빛집이나 서울 한복판에서 사는 모습하고도 같아요. ‘좋아하’거나 ‘벅차’ 하기보다는 ‘사랑’하기를 빌 뿐입니다.


《장서의 괴로움》(오카자키 다케시 글/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4.8.18.)


ㅅㄴㄹ

#藏書の苦しみ #岡崎武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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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당신이라는 습관을 깨라 -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가 되는 법
조 디스펜자 지음, 편기욱 옮김 / 샨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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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16.

읽었습니다 51



  ‘quantum physics’를 한자말 ‘양자 물리학’으로 옮깁니다만, 이래서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아리송할 뿐입니다. 우리는 왜 ‘물리’도 ‘양자’도 우리말로 풀어내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까요? 《당신이라는 습관을 깨라》는 ‘마음씨앗’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마다 스스로 꿈을 어떻게 지어서 삶으로 펼쳐 이루는가 하는 실마리를 짚습니다. 모든 실마리는 아주 쉬워요. 흔히 “쉬운 길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만, 거꾸로 “어려운 길이 가장 쉽기” 마련입니다. 늘 생각을 마음에 심기에 삶이 흘러요. 우리 옛말에 “뿌린 대로 거둔다”하고 “말이 씨가 된다”가 있어요. 이 두 옛말이 ‘마음씨앗(양자 물리학)’을 풀어내는 실마리요 열쇠이자 수수께끼입니다. 스스로 어렵다고 여겨 “어렵잖아?” 하고 말을 터뜨리니 어렵습니다. 모든 길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우리 생각대로 흐릅니다. 즐겁고 싶은 사람은 늘 즐겁고, 갇히고 싶은 사람은 늘 갇혀요. 생각으로 삶을 짓습니다.


《당신이라는 습관을 깨라》(조 디스펜자 글/편기욱 옮김, 샨티, 2021.7.2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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