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2021.11.20.

읽었습니다 46



  어릴 적인 1980년대를 돌아보면 하루하루 그저 고단했습니다. 고삭부리에 말더듬이라 쉬 얻어맞거나 놀림을 받는데 김치를 비롯해 못 먹는 밥이 많아 끼니마다 무서웠습니다. 밤뿐 아니라 낮에도 깨비(귀신)가 보이지만, 하소연하거나 물을 곳조차 없어요. 잠자리에 들 적에 “눈을 감으면 죽기를 바란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살아내자.” 이 한 마디를 어린이가 날마다 읊으며 보냈습니다. 《살려고 서점에 갑니다》를 인천 마을책집 〈문학소매점〉에서 만나며 ‘안 살’ 수 없었습니다. 책을 사려고도 책집에 가지만, 살아남으려고도 책집에 가며 오늘까지 버틴 나날이었어요. 책을 쥐면 말을 더듬을 일도 아플 일도 없고, 누가 옆에서 떠들어도 흘려넘기고 이때만큼은 깨비가 코앞에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마음에 꿈을 그리면 스스로 몸이 튼튼합니다. 글님은 읽기를 넘어 쓰기로 나아가는구나 싶은데, 조금 더 속낯을 밝히면서 실컷 노래하기를 빕니다.


《살려고 서점에 갑니다》(이한솔 글, 이한솔, 2020.1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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