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5.


《부산에 살지만》

 박훈하 글, 비온후, 2022.2.28.



1994년부터 그림꽃(만화) 느낌글을 꾸준히 썼다. 얼추 3000꼭지가 넘을 듯싶다. 이 가운데 82꼭지를 추슬러서 묶어 본다. 오늘은 비가 그칠 동 말 동한다.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하루이다. 밤이 되자 구름이 걷히고 별이 나온다. 보름달이 온마을을 훤하게 비춘다. 이제부터 해날로 접어들겠구나. 《부산에 살지만》을 지난해에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른바 ‘역사·문화·건축·예술’로 바라보아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런 이름에 기대면 막상 ‘삶·살림·사랑·숲’하고는 멀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이나 온나라 발자취를 담는 이들 가운데 “어린이가 어떤 노래를 부르면서 무슨 놀이를 누렸는지”를 적거나 밝히는 이가 있는가? 푸름이 나이일 무렵 고장마다 어떤 살림길로 새로 나서는지를 살피거나 담는 이가 있는가? 글이란 까맣게 모르지만, 들숲바다를 밝게 깨우친 수수한 사람들이 짓는 하루를 톺거나 옮기는 이가 있는가? 《부산에 살지만》을 쓰려면, 조그마한 골목집에 삯을 들어서 다섯 해는 너끈히 살아내야지 싶고, 열 해 남짓 두 다리로 걸어다니기만 하면서 일해야지 싶고, 스무 해 즈음 고을꽃과 고을나무와 고을새를 눈여겨보면서 “부산에도 둥지를 트는 제비”가 어느 마을에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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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4.


《나로 살아가는 기쁨》

 아니타 무르자니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17.5.31.



해가 나는가 싶더니 다시 비가 듣는다. 조물조물 올라오는 봄꽃을 본다. 꽃망울이 터지려는 봄나무를 쓰다듬는다. 하늘을 가르는 새를 쳐다보고, 우리 마당을 슥 지나가는 새끼 고양이를 바라본다.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모처럼 다시 들추었다. ‘나’라는 낱말에서 ‘낳다·나다·날다’가 뻗고, ‘나무·남다’가 잇는다. ‘기쁘다’는 ‘기운·깊다·기르다’하고 닿는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길이란, 나하고 마주한 너는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하루이다. 서로 누구인지 알 적에는 사람이란 어떻게 사귀는지 읽고, 사람 둘레에 있는 숱한 숨결하고 저마다 어떤 사이로 살림을 일구는지를 찾는 나날로 나아간다. 예부터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글을 안 쉽게 썼다. 누구나 속빛을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가로막은 셈이다. 오늘날에도 숱한 글쟁이는 글을 어렵게 쓰고, 나라에서도 뜬금없는 말씨를 함부로 쓴다. 왜 이처럼 바보스레 글로 굴레를 씌우는지 스스로 읽어내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종살이에 갇힌다. “쉽게 말하고 글쓰기”라기보다는 “어린이하고 말하고 글쓰기”라든지 “숲빛으로 말하고 글쓰기”라고 할 만하다. 아무 낱말이나 쓴다든지, 허울스럽게 치레하는 말을 부릴 적에는, 탈바꿈이 아닌 탈쓰기에 옭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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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3.


《별새의 꿈》

 샤론 킹 차이 글·그림/노은정 옮김, 사파리, 2022.2.15.



종이새뜸을 사려고 순천마실을 가려는데, 마을 앞 11:10 시골버스부터 안 온다. 어이없지만, 시골에서는 두 시간마다 지나가는 버스가 말없이 안 들어오기도 한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12:20 시골버스를 탄다. 그런데 순천버스나루에서 새뜸을 팔던 가게가 사라졌다. 헛걸음에 허방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 종이새뜸을 안 산다”고 여기기보다는 “사람들이 사읽고서 건사할 만한 이야기를 종이새뜸이 안 담은 지 오래”라고 보아야지 싶다. 아직 종이책이 나올 수 있는 밑힘이라면, “그래도 종이책을 두고두고 읽다가 둘레에 물려줄 수 있다”이지 싶다. 마을책집 〈책방사진관〉을 들르고서 고흥으로 돌아간다. 《별새의 꿈》을 읽으며 옮김말이 몹시 아쉬웠다. 왜 어린이 눈높이를 안 헤아리는 옮김말일까 하고 돌아보다가 “Starbird”를 “별새”가 아닌 “별새의 꿈”으로 옮긴 줄 알아챈다. 꾸밈없이 나눌 말을 살피지 못 하니, 어린이 곁에서 들려줄 말빛을 놓치거나 모르게 마련이다. 낮에는 낮잠이고, 낮밥이며, 낮꿈이다. 새는 새꿈이고, 꽃은 꽃꿈이다. 별새는 그저 별새꿈이기도 하다. ‘꾸미’려 하면 망가진다. ‘꾸리’거나 ‘가꾸’려 해야 살아난다. 말끝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적에 낱말 하나가 씨앗으로 자란다.


#Starbird #SharonKing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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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1.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글, 책이라는신화, 2023.12.25.



멎을 듯한 비날을 가벼이 잇는다. 산수유꽃이 피었다. 매나무도 꽃을 피운다. 하루살림을 추스른다. 책을 부치러 나래터를 다녀오며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쓴다. 새로 써낸 책을 이웃님한테 알리는 길이란 만만찮다. 인천·서울에서 살 적에는 이웃님한테 찾아가서 건넬 수도 있었다면, 시골에서는 길삯과 다리품과 하루를 들여서 읍내를 오가야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한다. ‘이러니 시골에서 안 살고 싶어 할 만하겠구나’ 싶은데, 쇳덩이를 몬다면 안 힘들다고 여기겠으나, 시골에서는 쇳덩이를 몰아도 한나절이 휙 지난다. 더 돌아보면, 이렇게 길삯과 다리품과 하루를 옴팡 들이는 시골이라서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쓰고, 길을 거닐면서 책을 읽는다. 읍내만 다녀와도 길에서 한나절쯤 가볍게 지나기에, 이동안 책 한두 자락쯤 너끈히 읽는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씩씩한 듯싶으나 갈수록 헤맨다고 느꼈다. 몇몇 그림지기 둘레에서 맴돌며 이야기가 못 뻗기도 했다. 아름그림책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품을 좁히나 싶어 갸웃거렸다. ‘엘사 베스코브·완다 가그·이와사키 치히로·바바라 쿠니’를 모를 수 있고, 《닉 아저씨의 뜨개질》을 모를 수 있다만, 그림책은 오직 사랑인걸. ‘힘세’지 않고 여려서 고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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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4.2.20.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글/김종철·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6.7.15.



다시 잎샘비가 내리는 하루. 그야말로 쉬잖고 비가 온다. 녹이고 풀고 달래는 늦겨울비이다. 사흘 동안 비랑 안개구름이 이으면서 하늘을 씻는구나. 말끔히 씻으면서 우리 마음을 다독여 준다고 느낀다. 빗소리에 더 기운을 내어 하루를 일구자고 생각한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1998년에 처음 읽었는데, 그때에도 옮김말이 엉성하고 ‘누가 읽으라는 글’인지 아리송했고, 이즈음에도 ‘아이들한테 도무지 못 건넬 글’이라고 느낀다. 새판도 흘깃해 보았으나 매한가지이다. 어찌 보면 어찌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웃말도 익히고 배움길을 더 헤아리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더 안 배우려 한다’고 느낀다. 머리에 먹물을 더 담을수록 더 닫히는 우리나라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데, 이 땅에서는 고개 숙여 새로 익히면서 더 쉽고 상냥하고 부드러이 풀고 추스르려는 손끝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가 안 태어날 만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 부풀 만하고, 앞으로 이 나라에 아이가 몽땅 사라져도 다들 아무 걱정이 없는 듯하다. 부릉부릉 매캐한 길은 늘어나고, 잿더미(아파트 단지)도 늘어나지만, 정작 들숲은 깎이고 사라지고, 풀벌레와 새가 깃들 곳도 짓밟히는데, 뭘 보고 뭘 옮기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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