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4.
《나로 살아가는 기쁨》
아니타 무르자니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17.5.31.
해가 나는가 싶더니 다시 비가 듣는다. 조물조물 올라오는 봄꽃을 본다. 꽃망울이 터지려는 봄나무를 쓰다듬는다. 하늘을 가르는 새를 쳐다보고, 우리 마당을 슥 지나가는 새끼 고양이를 바라본다.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모처럼 다시 들추었다. ‘나’라는 낱말에서 ‘낳다·나다·날다’가 뻗고, ‘나무·남다’가 잇는다. ‘기쁘다’는 ‘기운·깊다·기르다’하고 닿는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길이란, 나하고 마주한 너는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하루이다. 서로 누구인지 알 적에는 사람이란 어떻게 사귀는지 읽고, 사람 둘레에 있는 숱한 숨결하고 저마다 어떤 사이로 살림을 일구는지를 찾는 나날로 나아간다. 예부터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글을 안 쉽게 썼다. 누구나 속빛을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가로막은 셈이다. 오늘날에도 숱한 글쟁이는 글을 어렵게 쓰고, 나라에서도 뜬금없는 말씨를 함부로 쓴다. 왜 이처럼 바보스레 글로 굴레를 씌우는지 스스로 읽어내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종살이에 갇힌다. “쉽게 말하고 글쓰기”라기보다는 “어린이하고 말하고 글쓰기”라든지 “숲빛으로 말하고 글쓰기”라고 할 만하다. 아무 낱말이나 쓴다든지, 허울스럽게 치레하는 말을 부릴 적에는, 탈바꿈이 아닌 탈쓰기에 옭매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