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0.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글/김종철·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6.7.15.



다시 잎샘비가 내리는 하루. 그야말로 쉬잖고 비가 온다. 녹이고 풀고 달래는 늦겨울비이다. 사흘 동안 비랑 안개구름이 이으면서 하늘을 씻는구나. 말끔히 씻으면서 우리 마음을 다독여 준다고 느낀다. 빗소리에 더 기운을 내어 하루를 일구자고 생각한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1998년에 처음 읽었는데, 그때에도 옮김말이 엉성하고 ‘누가 읽으라는 글’인지 아리송했고, 이즈음에도 ‘아이들한테 도무지 못 건넬 글’이라고 느낀다. 새판도 흘깃해 보았으나 매한가지이다. 어찌 보면 어찌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웃말도 익히고 배움길을 더 헤아리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더 안 배우려 한다’고 느낀다. 머리에 먹물을 더 담을수록 더 닫히는 우리나라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데, 이 땅에서는 고개 숙여 새로 익히면서 더 쉽고 상냥하고 부드러이 풀고 추스르려는 손끝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가 안 태어날 만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 부풀 만하고, 앞으로 이 나라에 아이가 몽땅 사라져도 다들 아무 걱정이 없는 듯하다. 부릉부릉 매캐한 길은 늘어나고, 잿더미(아파트 단지)도 늘어나지만, 정작 들숲은 깎이고 사라지고, 풀벌레와 새가 깃들 곳도 짓밟히는데, 뭘 보고 뭘 옮기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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