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6.


《아버지의 레시피》

 나카가와 히데코 글/박정임 옮김, 이봄, 2020.11.23.



새로 들이는 책걸상에에 옻물을 바른다. 바깥마루에도 옻물을 바른다. 해바람에 말리는 동안 집안을 치우고 자리를 비운다. 볕바른 늦겨울에 땀과 먼지로 춤춘다. 저녁 다섯 시 무렵 일을 매듭짓고서 씻는다. 빨래는 이튿날 하자. 등허리를 편다. 별이 가득한 밤이다. 《아버지의 레시피》를 읽으면서 어쩐지 아쉬웠다. 옮김말도 엉성했지만, 맛차림에 너무 멋을 들인다고 느꼈다. 한숨을 폭 쉬고서 책을 덮었다. 어느 무렵부터 ‘손맛’이라는 낱말이 잊히는 듯싶다. ‘차림·차림새’라는 낱말도 잊어간다. ‘맛·멋’이 한동아리인 줄 생각조차 못 하는 사람이 많고, ‘머슴·머스마’가 말밑으로 잇는 줄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못 한다. 살림을 짓는 모든 곳에는 손길이 간다. 손으로 빚고 짓는다. 발로는 마실하고 다니고 뛰고 달리고 선다. 손발을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삶도 살림도 사랑도 다르다. “어머니 맛”도 잊고 “아버지 맛”도 잃는다. 맛길도 맛결도 맛빛도 깜깜하다. 요사이는 ‘만들기’가 넘칠 뿐, ‘빚기·짓기’에 ‘가꾸기·일구기’는 좀처럼 못 본다. 일본사람이 영어를 함부로 쓰는 버릇이야 오랜 굴레이지만, 굳이 우리도 이런 굴레를 뒤집어쓸 까닭은 없다. 멋부리지 말고 손맛을 헤아리자. 멀리 내다보며 나아가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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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5.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4.1.1.



천천히 치우고, 천천히 쉬다가, 읍내 나래터를 다녀온다. 글월이나 책을 부치려고 나래터를 찾아가는데, 앞으로도 나래터를 꾸준히 드나들리라. 시골사람한테는 이 나래터가 글월집이면서 돈터(은행)이다. 큰고장에는 다른 돈터가 많다지만, 시골에서는 나래터가 한복판이라 여길 만하다. 비가 멎고서 구름바다를 이룬다. 겨울오리는 슬슬 돌아갈 즈음이다. 개구리가 깨어나고 모과잎이 돋는다.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을 읽었다. 새해 첫날 태어난 이 책은 새길로 가는 마음을 추스르는 길동무로 삼을 만하다. 다만, 일본 한자말 ‘민주주의’를 앞으로는 우리말로 풀어내어 어린이부터 쉽게 깨닫도록 다룰 노릇이라고 본다. 사람이 사람스레 빛나는 길이란,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으면서 나란히 걷는 ‘어깨동무’이겠지.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둘이나 여럿은 왼발하고 오른발도 함께 내딛는다. 어느 쪽만 앞세우지 않는다. 잘잘못은 왼오른 모두 저지르는데 어느 켠만 나무란다면, 이 나라는 외려 곪다가 곯다가 썩는다. 더 큰 허물을 나무라야 하지 않는다. 모든 허물을 나란히 나무라면서, 모든 사람이 함께 거듭날 새길을 밝힐 때라야 참길(민주)이라고 본다. 참이란, 착하고 가득차고 차근차근 천천히(찬찬히) 가는 살림길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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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4.


《우체부 아저씨 고마워요》

 오보 마코토 글·그림/이정화 옮김, 대교출판, 2002.11.30.



비가 온다. 설 언저리에는 먼지띠가 대단했다. 곰곰이 보면 설을 둘러싼 무렵에 온나라 길바닥이 부릉부릉 빼곡한 터라 먼지띠가 대단할 만하다. 왜 설이나 한가위마저 쇳덩이를 몰려고 할까? 설이며 한가위에는 다들 쇳덩이는 집에 모시고서 버스를 타거나 두바퀴를 천천히 굴릴 수 있기를 빈다. 《우체부 아저씨 고마워요》를 애틋이 읽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웃님이 ‘오보 마코토’라는 그림님을 알려주었고, 판이 끊긴 책을 문득 장만해서 한참 곁에 두었다. 숲과 마을과 사람을 잇고, 곰과 마음과 이야기를 엮는 아름책이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등허리를 편다. 작은아이가 국을 끓인다. 국물 한 그릇을 마시면서 몸을 달랜다. 고마워, 네가 짓는 밥살림으로 하루가 따뜻하구나. 아이가 어떤 손길로 국을 끓여서 밥자리에 차렸는지 가만히 새긴다. 아이들하고 여태 나눈 밥차림을 휘리릭 돌아보고, 앞으로 즐길 밥빛을 문득 생각해 본다. 숲에서 살아가는 곰이 굳이 나래터 사람을 기다리면서 글월을 쓴다는 줄거리란, 푸른별에서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하고 어우러질 살림길을 찾아야 한다는 속뜻일 테지. 이제부터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 나라지기도 벼슬아치도 길잡이도 다 걸어다닐 노릇이다.


#おぽまこ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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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3.


《YAWARA!(야와라) 9》

 우리사와 나오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3.25.



볕이 가득하다. 깡똥소매에 깡똥바지를 입어도 될 만하다. 그렇지만 몸살이 아직 안 가셨다. 조금 더운 한낮에 가볍게 갈아입고서 처마밑 짐더미를 치운다. 땀을 빼면서 먼지를 먹는다. 등허리가 결려 천천히 일한다. 어느 만큼 치우고서 씻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다가 눈을 뜨니 한밤. 와락 쏟아지는 별하늘을 본다. 갓 깨어난 개구리 셋이 이쪽 저쪽 그쪽에 한 마리씩 있다. 《YAWARA!(야와라)》가 다시 나온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닌데 싶다. 《야와라》는 온통 ‘일뽕(일본 만세)’에 젖은 줄거리에 얼거리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다른 그림꽃도 이런 틀이다. 이이도 미야자카 하야오도 ‘일뽕 + 제로센 찬양’에 사로잡혔다. 이 둘은 일본 발자취를 뉘우칠 마음이 안 보이고, 돌아보는 눈이 없어 보이고, 새길을 열려는 뜻도 아니라고 느낀다. ‘붓’하고 ‘불’은 말밑이 같다. 활활 사르거나 태우며 불바다나 불굿으로 몰아대는 붓이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붙이고 불어나는 ‘물’을 머금으면서 맑게 풀어내는 길이 될 수 있다. 붓을 불로 삼겠는지, 아니면 풀로 삼겠는지, 또는 물로 이끌겠는지,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를 볼 노릇이다. 한밤에 띄엄띄엄 듣는 멧개구리 울음소리를 품으면서 다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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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2.


《제주 북쪽》

 현택훈 글, 21세기북스, 2021.8.10.



몸살이 나아간다. 큰아이하고 낮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쉬고, 숨돌리고, 보금자리 살림길을 생각하고, 멧새가 드나드는 소리를 듣고, 집안일을 하다가, 어지럽고 후들거리지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온갖 집일과 집밖일을 맡는 길이니, 핑글핑글 어지러운 몸으로도 움직인다. 다만 더 천천히 걷고 더 자주 쉰다. 큰아이하고 읍내 기스락숲을 거닐면서 숲바람을 생각하고, 이 겨울 멧새노래를 새삼스레 곱씹는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언제나 새를 동무할 수 있으면, 우리 삶터는 무척 아름답겠지. 《제주 북쪽》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여느 낱책으로 제주 한켠을 얼마나 담을 수 있겠는가. 제주라는 고장을 조촐히 담으려는 뜻은 안 나쁘되, 좀 섣불렀다고 느낀다. 요새는 다들 책을 너무 빨리 서둘러 내더라. 어느 일이나 길을 고작 서너 해나 대여섯 해쯤 해보고서 뚝딱 낸다면 어떤 줄거리이겠는가. 나고자란 고장을 다루는 책이라 하더라도, “우리 마을과 삶터를 처음부터 다시 짚자”는 마음으로 스무 해를 뚜벅뚜벅 거닐면서 품은 다음에 붓을 쥘 노릇이라고 본다. ‘열 해’를 두 벌 품는 눈빛일 때라야 글빛이 싱그럽다. 가볍게 쓴 책은 가벼운 티가 난다. 깊고 넓게 돌아본 책은 깊고 너른 빛이 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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