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3.


《별새의 꿈》

 샤론 킹 차이 글·그림/노은정 옮김, 사파리, 2022.2.15.



종이새뜸을 사려고 순천마실을 가려는데, 마을 앞 11:10 시골버스부터 안 온다. 어이없지만, 시골에서는 두 시간마다 지나가는 버스가 말없이 안 들어오기도 한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12:20 시골버스를 탄다. 그런데 순천버스나루에서 새뜸을 팔던 가게가 사라졌다. 헛걸음에 허방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 종이새뜸을 안 산다”고 여기기보다는 “사람들이 사읽고서 건사할 만한 이야기를 종이새뜸이 안 담은 지 오래”라고 보아야지 싶다. 아직 종이책이 나올 수 있는 밑힘이라면, “그래도 종이책을 두고두고 읽다가 둘레에 물려줄 수 있다”이지 싶다. 마을책집 〈책방사진관〉을 들르고서 고흥으로 돌아간다. 《별새의 꿈》을 읽으며 옮김말이 몹시 아쉬웠다. 왜 어린이 눈높이를 안 헤아리는 옮김말일까 하고 돌아보다가 “Starbird”를 “별새”가 아닌 “별새의 꿈”으로 옮긴 줄 알아챈다. 꾸밈없이 나눌 말을 살피지 못 하니, 어린이 곁에서 들려줄 말빛을 놓치거나 모르게 마련이다. 낮에는 낮잠이고, 낮밥이며, 낮꿈이다. 새는 새꿈이고, 꽃은 꽃꿈이다. 별새는 그저 별새꿈이기도 하다. ‘꾸미’려 하면 망가진다. ‘꾸리’거나 ‘가꾸’려 해야 살아난다. 말끝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적에 낱말 하나가 씨앗으로 자란다.


#Starbird #SharonKingChai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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