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3.


《나무들의 어머니》

 지네트 윈터 글·그림/지혜연 옮김, 미래아이, 2009.1.25.



올해 날씨는 종잡을 길이 없다고 할 만하다. 이제 좀 그칠까 싶은 벼락비가 며칠이고 안 그치더니 이레나 열흘을 내리 퍼붓기도 하고, 이 장마가 그친 다음에는 볕이 좀 들까 싶다가 돌개바람이 몰아치는데, 돌개바람 하나가 지나가고서 얼마 있다가 새 돌개바람이 찾아든다. 나는 고흥에 살면서 다른 고장을 틈틈이 다니느라 여러 고장 다른 날씨를 지켜보는데, 보성이나 순천에서 비바람으로 뒤집어져도 고흥은 멀쩡하다. 순천까지 돌림앓이 걸린 사람이 꽤 퍼져도 고흥은 멀쩡하다. 그나마 ‘아직 고흥은 아파트도 적고 막삽질이 적’으니 그럴 만하지만, 고흥군수나 공무원은 막삽질하고 아파트를 밀어붙이고 싶어 안달을 낸다. 《나무들의 어머니》를 읽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시큰둥히 여긴다. 나무 이야기라면 ‘우리 집 나무’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그렇다. 우리 집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 그리고 아이들이 옮겨심거나 새로심는 나무가 재미있지. 아무튼 오늘은 큰바람 지나가고서 조용한 하늘이며 햇볕을 누리는데, 이내 다른 돌개바람으로 하늘을 가득 덮겠지. 큰바람이 칠 적에 나무 곁에 서면서 마음으로 묻는다. “어때?” “응? 나 춤추는 모습 보여?” “응.” “그래, 너도 춤 좀 춰 봐.” “그렇구나.” “알겠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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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


《개구쟁이 아치 11 동생이 있어서 좋아!》

 기요노 사치코 글·그림/고향옥 옮김, 비룡소, 2010.9.27.



비바람이 상큼하다. 큰비가 시원하다. 큰바람이 놀랍다. 이 비바람을 어떻게 누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지난 큰바람에는 마당에서 맨몸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면서 작은아이하고 놀았다. 오늘 큰바람은 홀로 자전거를 달리면서 맞이하는데, 빗줄기가 살갗이며 얼굴에 닿을 적마다 따끔따끔하다. 여느 비라면 따끔따끔하지는 않으나, 큰바람이 칠 적에는 빗줄기가 따끔거린다. 재미나지. 바람을 탄 빗방울은 확 다르구나. 《개구쟁이 아치 11 동생이 있어서 좋아!》를 읽는다. 그야말로 두고두고 되읽는 그림책이다. 아기한테만 재미난 그림책이 아니다. 어른이 보아도 살갑고 엉뚱하며 재미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에 웅진출판사가 《꾸러기 곰돌이》라는 이름을 붙인 ‘베낌질 그림책’을 펴내어 돈벌이에 나선 적이 있다. 그때 글·그림을 맡은 이들은 여태까지 뉘우치지도 않는다. 지경사에서 《꾸러기 깐돌이》로 나온 적이 있으나 곧 판이 끊어졌고, 비룡소에서 2009년에 되살려 주었다. 아름다운 그림책은 이 아름책을 지은 사람들 숨결을 헤아려 글삯·그림삯을 제대로 치르고 들여와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얕은 짓으로 돈을 벌어 봤자 머잖아 모래알처럼 흩어지리라. ㅅㄴㄹ


‘베낌그림책(표절그림책)’ 살펴보기 https://blog.naver.com/hbooklove/6012762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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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1.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

 아베 히로시 글/엄혜숙 옮김, 돌베개, 2014.10.20.



한 달 두 달 흐른다. 마음을 놓으면 훌쩍 지나가는구나 싶지만, 하루하루 마음을 쓰면 새롭게 맞이하는 나날을 설레면서 맞이한다. 나는 지난해까지 손으로 적는 글꾸러미를 쓰되 하루적이는 건사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날마다 스스로 하루를 남기도록 하자면 ‘아버지랑 아이랑 함께 하루를 남기기’를 하면 좋겠다고 여겨, 두 아이하고 따로 하루적이를 한다. 두 아이하고 하루쓰기를 다르게 하기란 만만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재미있다. 나랑 곁님이 낳은 아이라 해도 둘은 다른 숨결이니까. 다른 숨결로 다르게 적바림하는 눈길을 느끼면서, 내 나름대로 두 아이한테 물려줄 이야기를 다르게 건사한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를 조금씩 읽는다. 후딱 읽어치워도 되지만, 이러자면 어쩐지 아깝겠더라. 글쓴님이 그림책을 빚기 앞서 동물원 돌봄이로 꽤 오래 일한 발자취를 읽는 맛이 싱그럽다. 이렇게 하루를 맞이하고, 저렇게 일벗하고 어우러지고, 그렇게 짐승하고 눈을 맞추었기에, 이 길을 넘어서 그림책을 어린이하고 나누는 일꾼으로 뿌리내릴 만했구나 싶다. 그래, 누구나 어떤 일이든 하고 겪고 마주친다. 어느 일을 거치든 앞길을 바라보며 꿈을 짓는 마음이라면 즐겁고 씩씩하게 일어서겠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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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31.


《별이 내리는 밤에》

 센주 히로시 그림, 열매하나, 2020.8.7.



지네가 물면 뜨거운 것이 닿은 듯하다. 가만히 보면, 풀벌레라든지 뱀이라든지 지내라든지 개미라든지 우리 살갗을 덥석 물면 ‘따끔’하다는 느낌이 ‘뜨겁다’는 기운하고 맞닿는다. 찌르르 울리면서 온몸을 화르르 올린달까. 지네가 물면 “얘야, 무슨 일로 무니? 내 몸에서 어떤 곳이 막혔기에 무니?” 하고 묻는다. 지네는 몸통 한복판을 집으면 꼼짝을 못한다. 바들바들 떨면서 “날 어떻게 하려고?” 하고 묻는데 “어떻게 하긴, 난 너를 술로 담가 마실 생각은 없고, 네가 그저 집안 말고 집밖 그늘지고 축축한 데에서 즐겁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 하고 대꾸하고서 내보낸다. 올 첫머리까지는 으레 나 혼자 지네를 내보냈는데, 올여름에 접어들어 곁님하고 작은아이가 스스로 지네를 내보내 준다. 다들 많이 컸네. 《별이 내리는 밤에》는 사람이 너무 넓게 차지하면서 물질문명으로 가득 채운 마을 탓에 어느새 조그마한 자리가 된 숲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밤마실을 다니는 숲이웃 발자취를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는 ‘도시’란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데, 막상 그 터는 예전부터 모든 짐승·풀벌레·새·풀꽃나무가 함께 누리면서 같이 살아가던 보금자리이지 않을까? 별이 내리는 밤에 우리 모두 ‘땅’을 새로 바라보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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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30.


《하쿠메이와 미코치 6》

 카시키 타쿠로 글·그림/이기선 옮김, 길찾기, 2018.5.15.



집안에서 한창 일하다가 마당에 내려서며 햇볕을 먹으려 하는데 문득 네발나비가 팔랑팔랑하면서 아이들 곁을 맴돈다. 불쑥 오른팔을 앞으로 내민다. 오직 마음으로 네발나비한테 “자, 여기.” 하고 말한다. 네발나비는 “응.” 하면서 팔등에 내려앉는다. 긴 주둥이를 내밀어 팔등에 몽글몽글 돋은 땀을 콕콕 찍는다. “땀맛은 어때?” “짭조름해. 이런 맛도 좋구나. 늘 이슬하고 꿀만 먹다가 땀이라는 물방울을 맛보니 재미난걸.” 네발나비하고 한참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본다. 큰아이더러 사진으로 찍어 주겠느냐고 묻는다. 네발나비는 사진으로 즐겁게 찍혀 준다. 《하쿠메이와 미코치 6》을 읽었다. 세걸음까지 읽다가 줄거리가 제자리걸음이네 싶어 더 안 들췄는데, 넷하고 다섯을 건너뛰어도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 첫걸음하고 두걸음을 안 보았어도 여섯걸음을 바로 읽어도 되겠지. 숲에서 살아가는 조그마한 사람들이 숲짐승하고 이웃이며 동무가 되어 지내는 모습을 그리는데, 여느 사람살이하고 똑같다. 사람은 어디에서나 으레 이런 모습일까? 작은이나 숲사람 이야기를 그릴 적에는 ‘도시문명하고는 다른’ 숲살림을 다룰 수는 없을까? 이 만화책 뒷걸음은 궁금하지 않다. 아마 이대로 흘러갈 듯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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