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1.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친치아 기글리아노 글·그림/유지연 옮김, 지양어린이, 2016.11.5.



가볍게 구름이 모인 흐린 아침이다. 마당하고 뒤꼍에 서서 새소리를 듣는다. 새는 늘 새삼스레 노래한다. 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록새록 스민다. 큰아이가 문득 “우리 집에 온갖 새가 모여드나 봐요.” 하고 말한다. 마을에서 새가 쉴 만한 데는 우리 집이다. 예전에는 이웃집에서도 쉴 만했으나, 다른 집은 자꾸 나무를 베거나 뽑아내더라. 늦은낮부터 가랑비가 듣는다. 저녁에는 제법 내린다. 작은아이가 바라는 짜장국수를 한 솥 가득 끓이면서 밥자리를 차린 뒤에 곯아떨어진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를 읽었다. 여태 나온 다른 ‘비비안 마이어’ 책은 사나웠다. 조용히 살다가 떠난 사람을 마구 파헤치면서 낄낄거린 듯했다. 이 그림책은 부드러이 속삭이는 얼거리에 줄거리이다. 마음으로 마주하려는 손길이 있구나. ‘사진·작품·예술……’을 허울처럼 붙이는 모든 글과 책은 그저 허울이다. 빛꽃을 멧더미로 남기고서 흙으로 떠난 그분은 ‘허울’이 아닌 ‘하늘’을 보면서 찰칵 담았다.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글치레로 멋부리는 사진비평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늘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면서 문득 찰칵 찍어서 온삶을 온살림으로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느긋이 품고서 빛줄기를 보는 분이 늘기를 빈다.


#LeiVivianMaier #CinziaGhigliano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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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0.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글, 문학과지성사, 2021.8.24.



찬바람은 거의 물러난 듯싶다. 바깥마루에 앉거나 서서 해바라기를 하면 뭇새가 우리 둘레로 내려앉다가 날아간다. 이따금 바람개비(드론) 소리를 듣는다. 풀죽임물을 흩날리는 바람개비가 있고, 좀 먼발치에서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는 바람개비가 있다. 어제는 ‘메·뫼’를 새삼스레 돌아보았고, 오늘은 ‘검불·검질’을 짚는다. ‘검쥐다·거머쥐다’처럼 쓰기도 하는 ‘검’은 ‘감’으로도 잇고 ‘곰·굼’으로도 잇는다. 단군 옛이야기에서 ‘곰’이 ‘사람’이 되는 뜻이 있다. 곰은 ‘고마(고맙다)’요, ‘님(하늘)’이고, ‘꼭두(머리·마루)’이자 ‘고운’ 길이다. 《빛의 자격을 얻어》를 돌아본다. 예나 이제나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여기는 듯싶다. 그래, ‘시’가 되려니 이렇게 말을 짜겠지. 그러나 옷을 짜듯 말을 짜는 길이 아닌, 눈물을 쥐어짜듯 억지로 말을 짜개려 하면, 말도 노래도 없다. 짜내는 글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짜개는 글자락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까? “문학적 성취”가 아닌 “살림노래로 사랑을 풀어내는 글빛”을 밝힐 적에라야, 글님 스스로도 읽님 이웃한테도 노을빛으로 느긋느긋 노느는 글길을 열리라 본다. 짜맞추는 틀은 스스로 갇히는 수렁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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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9.


《통통통 털실 네 뭉치》

 오오시마 타에코 글·그림/김정화 옮김, 아이세움, 2008.8.20.



저잣마실을 하려고 옆마을로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 볕은 넉넉한데 바람이 세차다. 볼일을 마치고서 읍내 냇가에 있는 걸상에서 다리를 쉬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사람이 뜸한 때에 맞추어 나왔기에 사람은 틀림없이 뜸한데, 여기도 저기도 시끄럽다. 뜯고 부수고 뚝딱거리는 쳇바퀴 같다. 집으로 돌아오니 온몸이 결린다. 옆밭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를 지켜보느라 한결 고단하다. 마음을 안 틔우고서 힘을 거머쥐려고 하는 이는 그분 스스로 지칠 텐데, 꿈을 어떻게 그리면서 스스로 꽃으로 피어나는지 배운 적이 없을 수 있고, 배워서 자라려는 마음이 없을 수 있다. “배우기를 멈추면 죽음”인 줄 알아차리지 않으니 늙어간다. 《통통통 털실 네 뭉치》를 되읽었다. 이 아름책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어서 일찌감치 판이 끊겼다. 글하고 그림이 참으로 고운데, “꾸며낸 그림”이 아닌 “가꾼 그림”인데, “꿈을 가꾸는 길”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이 그림책을 품으려 할 테고, “꾸며낸 틀로 꾹 닫으려는 쳇바퀴”로 맴돈다면 이 그림책을 찾아내려고 헌책집을 마실하는 일이란 없으리라. 다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이 있으니, “나온 적 있다”는 대목을 가슴으로 폭 안으려 한다.


#おおしまたえこ #大島妙子

#ミドリちゃんとよっつのけいと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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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8.


《월간 토마토 200》

 이용원 엮음, 월간토마토, 2024.3.



가벼이 여는 해날이다. 봄꽃이 피고 봄새가 노래하는 하루이다. 어떤 소리와 바람을 맞이하고 싶은 나날인지 돌아본다. 마음을 가락하고 소리에 얹어서 들려주기에 말이다. 마음을 담지 않을 적에는 외딴소리에 잔소리에 시끌소리로 기운다.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여기면서 부릉부릉 쇳덩이에 몸을 싣느라, 오히려 더 오래도록 부릉부릉 쇳덩이에 스스로 갇히면서 둘레를 잊고 등돌리지 싶다. 쉰 해쯤 살아오는 동안 여태껏 따로 ‘여행’을 안 다녔다. 책숲마실을 다니기는 해도 ‘여행’이 아니라, 이웃을 만나는 마실이었다. 사람들 스스로 새나 꽃을 찾아서 멀리 쇳덩이를 이끌고서 부릉부릉 달린다면, 이 나라는 자꾸자꾸 망가진다. 보금자리랑 마을에서 늘 새랑 꽃을 마주하고 나무를 돌볼 때라야 모두 살아난다. 《월간 토마토 200》을 손에 쥔다. 〈바이센테니얼 맨〉이라는 보임꽃이 2000년에 나온 적 있는데, ‘두온해(200년)’는 매우 뜻깊다. 사람으로서 철드는 나이는 ‘두온(200)’이지 싶다. 두온을 바라보고 천천히 느긋이 걸을 적에 사람으로서 사랑을 찾으면서 철이 드는 어진 사람으로 일어선다고 본다. 별바라기 밤을 맞이한다. 나는 우리 집 마당에서 별을 본다. ‘천문대’ 아닌 마당에서 별을 볼 때라야 삶이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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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7.


《여성운동역사만화 4 반성착취운동사》

 덕분 글·그림, 열다북스, 2022.5.6.



해가 나온다. 낮에 고깃국을 끓인다. 어릴 적 어머니가 으레 끓였다. 나는 시거나 김치나 찬국수나 웬만한 밥은 속에서 안 받아 모조리 게웠다. 곰국은 용케 받았다. 무가 맑게 녹을 만큼 뭉근히 끓이는 무국(고깃국)을 어릴 적부터 어머니 곁에서 심부름을 하며 익혔다. “넌 못 먹는 밥이 많으니, 네가 먹을 수 있는 국은 네가 끓여야지? 그래야 앞으로 네 색시가 안 애먹지.” 하는 말을 여덟 살 무렵부터 들었다. 막바지 글손질이다. 이제 열흘 넘게 붙잡는구나. 낱말 하나에 토씨 하나까지 추스르고 손보면서 낱말꾸러미를 여미자니 오래 걸린다. 오늘 밤은 별이 조금 밝다. 밤이 밤답다. 이제는 별자리를 내 나름대로 그린다. 시골살이 별바라기도 열네 해째이니까. 《여성운동역사만화 4 반성착취운동사》를 읽고서 한숨이 나왔다. 너무 성기게, 섣불리, 서둘러, 이런저런 다른 책과 글을 밑동으로 삼아서 엮느라 바빴구나 싶다. ‘성착취’는 “그짝 당” 놈들만 하지 않았다. “이짝 당 저짝 당”이 똑같고 “녹색당과 정의당과 운동권”도 나란하다. “사내가 우글거리는 곳”이 아닌 “힘꾼·돈꾼·이름꾼이 으스대는 곳”에서 어김없이 주먹질과 엉큼질과 노닥질이 춤춘다. 뿌리를 캐야 새나무를 심을 텐데, 뿌리를 안 건드리면 어떡하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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