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0.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글, 문학과지성사, 2021.8.24.



찬바람은 거의 물러난 듯싶다. 바깥마루에 앉거나 서서 해바라기를 하면 뭇새가 우리 둘레로 내려앉다가 날아간다. 이따금 바람개비(드론) 소리를 듣는다. 풀죽임물을 흩날리는 바람개비가 있고, 좀 먼발치에서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는 바람개비가 있다. 어제는 ‘메·뫼’를 새삼스레 돌아보았고, 오늘은 ‘검불·검질’을 짚는다. ‘검쥐다·거머쥐다’처럼 쓰기도 하는 ‘검’은 ‘감’으로도 잇고 ‘곰·굼’으로도 잇는다. 단군 옛이야기에서 ‘곰’이 ‘사람’이 되는 뜻이 있다. 곰은 ‘고마(고맙다)’요, ‘님(하늘)’이고, ‘꼭두(머리·마루)’이자 ‘고운’ 길이다. 《빛의 자격을 얻어》를 돌아본다. 예나 이제나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여기는 듯싶다. 그래, ‘시’가 되려니 이렇게 말을 짜겠지. 그러나 옷을 짜듯 말을 짜는 길이 아닌, 눈물을 쥐어짜듯 억지로 말을 짜개려 하면, 말도 노래도 없다. 짜내는 글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짜개는 글자락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까? “문학적 성취”가 아닌 “살림노래로 사랑을 풀어내는 글빛”을 밝힐 적에라야, 글님 스스로도 읽님 이웃한테도 노을빛으로 느긋느긋 노느는 글길을 열리라 본다. 짜맞추는 틀은 스스로 갇히는 수렁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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