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7.


《여성운동역사만화 4 반성착취운동사》

 덕분 글·그림, 열다북스, 2022.5.6.



해가 나온다. 낮에 고깃국을 끓인다. 어릴 적 어머니가 으레 끓였다. 나는 시거나 김치나 찬국수나 웬만한 밥은 속에서 안 받아 모조리 게웠다. 곰국은 용케 받았다. 무가 맑게 녹을 만큼 뭉근히 끓이는 무국(고깃국)을 어릴 적부터 어머니 곁에서 심부름을 하며 익혔다. “넌 못 먹는 밥이 많으니, 네가 먹을 수 있는 국은 네가 끓여야지? 그래야 앞으로 네 색시가 안 애먹지.” 하는 말을 여덟 살 무렵부터 들었다. 막바지 글손질이다. 이제 열흘 넘게 붙잡는구나. 낱말 하나에 토씨 하나까지 추스르고 손보면서 낱말꾸러미를 여미자니 오래 걸린다. 오늘 밤은 별이 조금 밝다. 밤이 밤답다. 이제는 별자리를 내 나름대로 그린다. 시골살이 별바라기도 열네 해째이니까. 《여성운동역사만화 4 반성착취운동사》를 읽고서 한숨이 나왔다. 너무 성기게, 섣불리, 서둘러, 이런저런 다른 책과 글을 밑동으로 삼아서 엮느라 바빴구나 싶다. ‘성착취’는 “그짝 당” 놈들만 하지 않았다. “이짝 당 저짝 당”이 똑같고 “녹색당과 정의당과 운동권”도 나란하다. “사내가 우글거리는 곳”이 아닌 “힘꾼·돈꾼·이름꾼이 으스대는 곳”에서 어김없이 주먹질과 엉큼질과 노닥질이 춤춘다. 뿌리를 캐야 새나무를 심을 텐데, 뿌리를 안 건드리면 어떡하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