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1.


《록사벅슨》

 앨리스 맥레란 글·바바라 쿠니 그림/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고슴도치, 2005.6.1.



오늘부터 민소매를 입는다. 어제는 깡똥소매로 책짐을 이고 지고 안고 나르며 땀을 좀 뺐고, 이 알뜰한 햇볕을 어깨까지 맞아들이고 싶다. 오늘도 책짐을 이고 안은 채 걷는다. 대전국악방송에 닿는다. 어림보다 더 걸린다. 지난달에 태어난 《우리말꽃》이 어떤 책인지 이야기하러 찾아왔다. ‘국어학개론’처럼 어렵게 책이름을 붙이면 어렵기만 할 뿐 아니라, 이웃이 못 읽는다. 우리말을 꽃씨를 심는 눈길로 살피면서, 꽃내를 맡는 마음으로 읽고서, 꽃빛을 펴는 말씨로 들려주는 길을 여미어 본다면, 누구나 꽃길을 걷는 꽃사람으로 피어날 만하다는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칙폭이에서 조금 눈을 붙이다가 《말밑 꾸러미》를 손질한다. 글쓰기 못잖게 글손질로 하루를 지샌다. 《록사벅슨》을 떠올린다. 자리맡에 놓고서 곧잘 들춘다. 아름책은 언제까지나 되읽는 아름빛이다. 이 그림책을 드문드문 펼쳐서 즈믄(1000) 벌쯤 읽을 무렵이면, 나도 곁님하고 우리 아이들하고 짓는 보금숲 이야기를 이렇게 그림책으로 풀어낼 만하리라 본다. 어른은 맨손으로 일하고, 아이는 맨발로 뛰놀 수 있는 데가, 집이자 마을이자 누리이다. 대전도 순천도 서울도, 또 전남 고흥도, 맨손에 맨발일 만한 데가 확 사라진다.


#Roxaboxen #AliceMcLerran #BarbaraCooney

1991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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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0.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

 김미조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4.1.15.



추스를 글살림을 더 여미고서 아침에 길을 나선다. 순천을 거쳐 대전으로 간다. 〈중도서점〉에서 꾸러미 가득 책을 장만한다. 책집을 더 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길손집에 깃들어 책을 읽는다. 이 책에서 읽는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씨앗이 되려나 어림한다. 저 책에서 배우는 저 이야기는 머잖아 어떻게 움트면서 자라려나 헤아린다. 이제 곯아떨어진다.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를 돌아본다. ‘난민 = 어려운 사람’이라는 뜻일 텐데, 집이나 나라나 터전을 잃고서 떠돌아야 하는 몸이다. ‘나그네’요 ‘떠돌이’요 ‘맴돌이’인 셈이다. 바람을 타고서 날아가는 풀씨는 나그네일까? 서울이 늘어나면서 짓밟혀서 죽는 나무는 떠돌이일까? 구경터를 세운다면서 무너지는 숲은 맴돌이일 수 있다. 멀쩡한 바다 한복판에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서고, 애먼 멧자락이 민둥갓으로 바뀌더니 햇볕판(태양광패널)이 박힌다. 들숲바다와 풀꽃나무를 괴롭히는 사람이기에, 사람 사이에서도 내쫓고 괴롭힌다. 눈길을 넓힌다면, 왜 여러 나라 사이에서 끝없이 총칼로 괴롭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더 배우고 더 똑똑하다지만, 정작 ‘쉬운말(생활용어)’을 버리고서 ‘어려운말(전문용어)’로 힘을 쥐고 이름을 날리고 돈을 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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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9.


《요정이 있는 정원》

 코다마 유키 글·그림/강소정 옮김, 문학동네, 2021.4.15.



읍내 나래터를 들러 저잣마실을 한다. 바람이 세차다. 비구름이 흩날리면서 빗물을 뿌릴 동 말 동하다. 해가 나오다가 숨는다. 먼지떼를 쓸어내려는 듯싶다. 매나무는 꽃잎이 다 떨어졌고, 수유나무는 꽃잎이 고스란하다. 나무마다 다른 잎빛과 숨결을 헤아린다. 날마다 새삼스러운 구름결을 읽는다. 하루를 잇고, 살림을 추스른다. 《요정이 있는 정원》을 아이들하고 함께 편다. 아쉬운 꼭지도 있으나, 이만 하면 손꼽을 만큼 살림노래를 품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림님이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사랑타령’이 아닌 ‘사랑’으로 고스란히 스밀 만한데, 자꾸 ‘사랑’이 아닌 ‘사랑타령’으로 기울려고 한다. 왜 구태여 보임꽃(영화·연속극)을 짜내려고 할까? 그저 글·그림으로 넉넉하다. 넉넉히 아름다운 글·그림이기에 나중에 보임꽃으로 나올 수도 있다. 어느 뜰에건 빛님이 있다. 서울 한복판이건 숲이건 바다이건 어디에나 빛살이 흐른다. 빛님을 알아보려는 눈이 있고, 빛님을 등진 눈이 있다. 별은 날마다 돋지만 안 쳐다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아무리 매캐한 서울에서라도 별을 그리는 마음이 있다. 구름이 덮으니 “별이 없”지 않고, 하늘이 뿌옇기에 “별이 없”을 수 없다.


#小玉ユキ #ちいさこの庭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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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8.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윤복 글·이희재 그림, 청년사, 2004.4.8.



앵두나무 꽃망울이 올라오는 둘레로 제비꽃이 고개를 내민다. 바닥꽃이요 앉은꽃이며 봄맞이꽃인 제비꽃이다. 냉이꽃도 코딱지나물도 봄까지꽃도 잣나물꽃도 나란히 사랑스러이 봄꽃이다.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을 치우고서 고흥교육청 손님을 맞는다. 2011년부터 벌써 열네 해째이지만, 고흥교육청 손님은 우리 책숲에 와서 “책을 들여다본 일”이 아예 없다. 벼슬꾼(공무원)이라지만, 이런 눈썰미나 매무새로 고흥 어린히·푸름이한테 무엇을 이바지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고흥교육회의 이웃님이 나란히 앉으니 벼슬꾼 목소리가 다르다. 마을과 시골과 배움길과 책숲이라는 빛씨앗을 차근차근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되읽는다. 요즈음 어린이한테는 읽히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우리가 지나온 한때를 아로새긴 애틋한 삶자국이다. 가난하건 안 가난하건 이웃하고 동무를 등지면서 차디찬 우두머리한테 굽신거리던 지난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글자락이라고 하겠다. 글을 남긴 이윤복 님은 그리 오래 살지 못 했단다. 조용히 흙으로 돌아갔다지. 이승에 땀을 쏟고 꿈을 싣고 사랑을 심으려고 애쓴 발자국이 모여서 마을과 보금자리와 숲을 이룬다고 본다. 자, 등허리를 펴자. 몸을 주무르면서 펴고, 밤빛을 맞이하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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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7.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로알드 달 글·퀸틴 블레이크 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0.3.25.



부산 동광동에서 버스를 탄다. 오늘은 아침부터 볕이 넉넉해 거의 여름이라 할 만하다. 버스에서 미닫이를 여는 분이 있고, 나도 연다. 그러나 이 놀라운 볕날에도 두툼하게 껴입고서 “춥다!”고 외치는 분이 많다. 해를 등지니 춥겠지.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벌써 찬바람을 튼다. 미닫이가 없는 시외버스는 볕이 듬뿍 스미기에 찬바람을 안 틀면 찜통이다. 볕을 쬐며 거닐면 첫봄볕이 따끈따끈 스밀 텐데, 볕을 멀리하며 두툼옷으로 가리니 스스로 목숨을 갉는 셈이다.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아이들하고 되읽다. 〈웡카〉를 여러 벌 본 아이들이 이 책을 가만히 짚으면서 보임꽃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대목을 얘기한다. 보임꽃에서 모두 담아내지는 않는다지만, 여러모로 보면 글님이 꿈꾸거나 바라는 길하고 먼 어느 부스러기를 짚기 일쑤라고도 할 만하다. 로알드 달 님은 ‘찰리’ 이야기를 왜 썼을까? 까마득히 예전에 이 이야기로 온누리 어린이하고 어른한테 어떤 살림빛을 비추려고 했을까? 언제나 아주 수수한 곳에 실마리가 있고, 아주 너르거나 흔하다고 여기는 데에 열쇠가 있다. 아주 쉬운 말 한 마디에 빛씨앗이 있으니, 어렵게 꾸미거나 씌우려고 하는 이들은 늘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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