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3.


《청와대 정부》

 박상훈 글, 후마니타스, 2018.5.21.



쉬엄쉬엄 하루를 보내던 저녁에 우리 책숲을 다녀온다. 마을 앞에서 반딧불이를 둘 본다. 이윽고 하나 더 보고, 어느새 이곳저곳에서 부드러이 하늘을 가르면서 초롱초롱 빛춤을 베푸는 반딧불이를 두루 만난다. 부릉길을 시끄럽게 달리는 쇳덩이에 몸을 실으면, 가을노래도 반딧불이도 별도 만날 길이 없다. 박쥐랑 소쩍새가 날갯소리 없이 가만가만 날아가는 모습도 두 다리로 천천히 거닐어야 마주한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살림하는 하루일까. 이제 다들 서울내기(도시인)로 몸을 바꾸면서 숲빛도 들빛도 하늘빛도 바다빛을 스스로 버리는 수렁이지 않은가. 《청와대 정부》를 읽었다. 뉘우치고 되새기는 목소리가 드물지만 있구나. 이 목소리에 귀를 여는 이웃이 늘어날 수 있으면, ‘서울내기’도 ‘시골내기’도 아닌, 오롯이 ‘사람’으로 설 만하리라 본다. 우리는 사람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아이들 곁에서 사랑을 물려주고 살림을 숲빛으로 지어 어깨동무할 아름다운 사람”이다. 어느 무리(정당)이든 힘을 쥐면 으레 이름을 드날리면서 돈을 움키려 한다. 벼슬무리도 글무리(문단)도 매한가지. 얻고 쥐다가 썩힌다. 받아서 누리면 새록새록 들숲한테 돌려주고서 홀가분히 바람을 타면서 하늘사람으로 피어나면 고울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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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2.


《우리는 올록볼록해》

 이지수 글, 마음산책, 2023.7.5.



밤새 비가 안 그친다. 새벽 다섯 시부터 비를 맞으면서 두바퀴를 달린다. 읍내에 닿아 여수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오늘은 뭘 쓸 수 없도록 졸립다. 잔다. 여수 성산초등학교에서 ‘글읽눈(문해력)’을 놓고서 이야기꽃을 편다. ‘문해력’이란 이름을 쓰더라도 나쁘지 않되, 이 일본스런 한자말만 쓰지는 않을 노릇이다. ‘풀이’해 줄 일이다. ‘어린이 눈높이’를 안 맞출 노릇이 아니되, “얘네들은 눈높이가 낮으니까 낮춰서 말하자”는 마음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가 함께 나아갈 말길을 헤아리자”는 마음으로, ‘먼저 들려줄 빛나는 말’부터 속삭일 노릇이다. “아이들이 배워서 즐겁게 쓸 말”을 먼저 들려주어야 하고, “즐겁게 쓸 빛나는 말”을 “아이 스스로 어떻게 배우고 익혀서 녹이는가 하는 길”을 풀어낼 일이다. 《우리는 올록볼록해》를 읽었다. 시골조차 아닌 서울에서 바깥일을 하는 몸으로 아이돌봄(육아)을 다루는 하루를 옮긴 글은 거의 뻔하다. 더구나 천기저귀를 쓰지도 않고, 아기수레 없이 업고 안는 살림도 아니다. 외돌봄이란 없다. 아이가 얼마나 밉거나 싫으면 ‘독박육아’ 같은 말을 함부로 쓸까? 숲노래 씨는 작은아이가 열 살을 넘길 무렵까지 온 집안일을 혼자 맡았고, 이제는 아이들한테 조금씩 맡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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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1.


《놀라지 마세요, 도마뱀이에요》

 퍼트리샤 밸디즈 글·펠리치타 살라 그림/김재희 옮김, 청어람주니어, 2018.6.14.



새벽 여섯 시 무렵 두바퀴를 달려 읍내로 간다. 오늘은 07시 20분에 여수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빗길을 가르면서 여수남초등학교로 ‘글빛살림(문해력 증진 수업)’이란 무엇인지 들려주러 간다. 고흥부터 여수까지 다리를 건너고 섬을 지날까 싶다가 시외버스 짐칸에 두바퀴를 실었다. 버스에서 보내는 한나절(네 시간)은 길다. 고흥으로 돌아와서 다시 두바퀴로 집으로 돌아오니 발가락이 찌릿찌릿하다. 스물넉걸음 가운데 첫걸음을 뗐다. 저녁에도 비가 오는데 이튿날 새벽에는 그치기를 빈다. 《놀라지 마세요, 도마뱀이에요》를 읽었다. 아름답게 살아간 아이가 어떻게 꿈꾸었는가를 조곤조곤 밝힌다. ‘조앤 보샹 프록터’라는 분이 빛나는 살림길을 걸을 수 있던 밑힘이란 ‘어버이’ 둘이다. 어머니랑 아버지가 ‘남녀·여남’이란 굴레가 아닌 ‘사람’이라는 길을 바라보며 아이를 사랑했기에 새빛이 퍼질 수 있다. ‘뛰어난 여성’을 그리려고 하는 숱한 책을 보면 ‘남성’은 아예 도려내거나 없는 듯 다루는데, 온누리는 순이만으로도 돌이만으로도 있을 수 없다. 오직 사랑으로 만나는 순이돌이가 어버이로 맺어 어른스레 살아갈 적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면서 새롭게 씨앗을 심는다. 손잡고, 어깨동무로, 나란히 걸어야 아름답다.


#조앤보샹프록터 #JoanProcter #DragonDoctor

#JoanBeauchampProcter 1897∼1931

#PatriciaValdez #FelicitaS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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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0.


《머리에 뿔이 났어요》

 데이비드 스몰 글·그림/김종렬 옮김, 한길사, 2002.4.15.



책숲 손님을 맞이한다. 고흥이라는 시골을 살리는 길을 헤아리는 이웃님을 만난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쉽다. ‘돈’이 아닌 ‘숲’을 보면 된다. 그러나 벼슬(행정)이란 자리를 거머쥔 이들은 자꾸 ‘인구감소대책’이니 뭐니 내세우면서 돈(예산)을 쓰는 길만 헤아린다. “돈 놓고 돌라먹기”를 하는 짓이 오래도록 이었다. 곰곰이 보면, 조선·고려 무렵에도 매한가지였으리라. 나라(정부)가 선 뒤로 내내 이 꼴이었으리라. 《머리에 뿔이 났어요》를 가만히 되읽었다. 1985년 그림책은 2002년에 처음 한글판이 나오고, 2021년에 《내 머리에 뿔 났어!》로 다시 나온다. 아이를 아이로 쳐다보지 않는 이들은 ‘어른’이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 살림을 짓는 하루를 그리지 않는 이들은 ‘어버이’가 아니다. 얼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란 이름을 쓸 수 없다. 얼간이는 ‘늙은이’일 뿐이고, 요새는 ‘꼰대’라는 이름이 있다. 오늘날 웬만한 벼슬아치에 글바치에 수수한 사람들은 자꾸 늙은이에 꼰대가 되고 만다. 고작 스무 살 나이에도 늙은 꼰대 짓을 하고야 만다. 예순이나 일흔 살에 이르러도 늙은 꼰대 짓을 하는 이들이 넘친다. 사람하고 숲 사이를 봐야 하지 않을까? 밤에 비가 쏟아진다. 팔등에 앉은 여치를 바라보다가 마당에 내놓는다.


#ImogenesAntlers #DavidSmall 198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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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9.


《선생님, 인류세가 뭐예요?》

 박병상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6.1.



곁님 손전화를 바꾸러 읍내로 간다. 이제 곁님 손전화도 뚱보가 되었다. 사람들은 ‘우주선’을 쏩네, ‘전기차’가 있네, 이런저런 말이 많다만, 정작 손전화 하나를 스무 해는커녕 열 해조차 못 쓴다면, 우리한테 무슨 솜씨(과학기술)가 있을까? 손전화 하나를 쉰 해나 온(100) 해를 거뜬히 쓸 수 있어야 ‘우주선·전기차’가 말이 되지 않나? 떼돈을 모으는 무리는 목돈을 써서 알리려(광고·홍보) 한다. 알림글에 우리 스스로 눈멀지 않는다면, 돈바라기(경제발전)가 아닌 사랑바라기를 이루리라. 《선생님, 인류세가 뭐예요?》를 읽었다. 어린이한테 푸른별을 들려주는 책이 꾸준히 나오니 반갑다. 그러나 아직 멀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무엇을 배우거나 익혀서 어른으로 자라야 철든 숨결로 거듭나겠는가. 언뜻 보면 ‘인류세’일는지 모르나, ‘사람판’이 아닌 ‘어울림숲’으로 나아가야지 싶다. 사람만 한복판에 놓으려 말고, ‘숨결’을 마음 한복판에 품을 일이다. 볕이 가득하고 구름이 적은 하루이다. 느긋이 살피고 천천히 집안일을 하고 등허리를 편다. 어렵게 말하거나 꾸밀 까닭이 없이, 누구나 스스로 숲을 품어 숲으로 살아가면 된다. 그리고 서울을 좀 떠나자. 이따금 서울로 일하러 찾아갈 수 있되, 시골에서 좀 살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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