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8.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사울 레이터 글·사진/조동섭 옮김, 윌북, 2018.5.30.



가을볕이 따끈따끈 내리쬐고, 가을바람은 부드럽게 감싼다. 이제 웬만한 나무는 잎을 사르르 떨구었고, 늘푸른나무만 잎을 튼튼히 매단다. 아침에 마당에 서니 먼 멧골에서 매가 우는 소리가 울린다. 가을볕에도 빨래는 잘 마른다.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을 자주 서성인다. 이제 밤이면 추우니 따뜻하게 깃들 곳을 찾으려 하겠지. 작은아이는 찰칵놀이를 더 깊이 배우려고 애쓴다. 아이한테 이모저모 알려주지는 않는다. 나 스스로 찰칵질을 익힌 지난날처럼, 모든 찍기를 스스로 치르고 겪은 뒤에라야 비로소 한두 마디 넌지시 건넬 수 있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을 곰곰이 읽었다. ‘사울 레이터’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이름값은 높으나 어쩐지 마음에 하나도 안 울리는 그림을 낳은 분이 수두룩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사진가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 굳이 안 알려준다. 이름을 안 알려주면서 슬쩍 건네어 “어떻게 느껴?” 하고 묻는다. 우리가 ‘어린이 눈’으로 스스럼없고 수수하게 바라볼 줄 안다면, 온누리 숱한 ‘문화예술’이란 죄다 허울이요 겉치레인 줄 온마음으로 깨달으리라. ‘예술’을 하려는 이웃이 있으면 “부디 예술 말고 살림을 하십시오.” 하고 여쭌다. ‘사진’을 하지 말자. ‘살림’을 하면 다 이룬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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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7.


《어쩌다 고고학자들》

 세라 앨비 글·네이선 해킷 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아이들, 2023.8.28.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버스에서 쉰다. 여수에서 내려 택시를 잡으려다가 시내버스를 탄다.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돈다. 가로지르는 길보다 조금 더 걸리지만 마을빛을 살피기에 좋다. 여수에서도 어린이·푸름이는 100원을 내고 버스를 탄단다. 오늘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은 ‘나무’란 낱말과 ‘나무이름’으로 이야기를 여민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 제법 걷는다. 다시 시내버스를 탄다. 여수버스나루에 닿아 고흥으로 돌아간다. 할배 손님 여럿이 ‘버스 민폐녀’를 놓고서 한소리를 하는데, ‘버스 민폐할배’가 참 많지 않나? 헛웃음이 나왔다. 낮에 보금자리에 닿는다. 오늘 한끼를 느즈막이 누리고서 곯아떨어진다. 《어쩌다 고고학자들》를 돌아본다. 줄거리는 나쁘지 않되, 왜 아직 ‘고고학’처럼 낡은 일본말씨를 붙드는가 궁금하다. 배움길(학문)이면 다 일본 한자말을 붙들어야 할까? 어린이를 헤아려 낡은 말씨는 말끔히 버리고서 새빛으로 새넋을 새말에 담을 수 있을까? 오래길(고고학)이란 오랜 살림살이에서 옛길하고 오늘길을 잇는 실마리를 찾는 눈길이라고 본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면서 바꾸고 갈고닦을 줄 알기에 사람이요 사랑이며 숲이다. 길든 말씨가 아닌, 익히며 가다듬는 말빛을 보일 적에 오래오래 아름답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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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6.


《골목안 풍경》

 김기찬 사진, 눈빛, 2023.3.3.



커피콩을 볶는다. 슬슬 석석 삭삭 젓는다. 쑥잎·감잎·뽕잎을 덖을 때처럼 우묵이(웍) 바닥을 살짝 채워서 볶는다. 한 판에 250그램쯤을 볶는다. 마당에 나가서 ‘볶은콩 털기’를 하는데 작은아이가 하늘을 보더니 “오! 매다!” 하고 외친다. 참매 둘이 빙그르르 돈다. 우리 집 마당 위도 빙글춤으로 지나간다. 겨울을 앞둔 가을이면 매나 조롱이가 고흥으로 온다. 이즈음은 높녘이 추울 테니 마녘으로 찾아오지 싶다. 《골목안 풍경》이 새로 나왔다. 여섯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반가우면서 아쉽다. 책값이 너무 세다. 이제는 ‘사진책은 아주 끝’이다. 누구나 손전화로 슥슥 담아내는 이즈음, 따로 찰칵이를 쥐고서 우리 삶을 담아내는 사람은 확 줄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밭이 확 기울거나 주저앉았어도 ‘사진문화·사진예술’을 하는 분들은 구름을 타고앉은 웃님 같다. 되도 않는 ‘서양이론 + 일본말씨’를 범벅해서 ‘사진비평 아닌 주례사’를 늘어놓더라. 그저 그들끼리 주례사만 쏟아내지만,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김기찬 님은 골목빛을 아름답게 담았다. 그러나 골목은 ‘살림빛’일 뿐, ‘풍경’일 수 없다. 이 대목을 안 느낀다면, 김기찬 사진조차 바래리라. 제발, 넋을 차리자. 풍경도 예술도 집어치우자. ‘삶’을 보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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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5.


《가난이 사는 집》

 김수현 글, 오월의봄, 2022.10.24.



낮이 환하고 밤이 별빛으로 밝은 가을이다.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 막바지 이야기를 펴러 고흥읍으로 가려고 들길을 가로질러 황산마을에서 시골버스를 탄다. 읍내 어린이쉼터에 닿으니 고무신이 뿌옇다. 들길을 걸으며 흙먼지가 앉았네. 읍내 안숲(안골에 깃든 숲)을 걷는다. 한참 걸었다. 튀김닭을 사서 집으로 택시를 달린다. 튀김닭을 아이들한테 건네고서 발을 씻으니 허벌나게 졸리다. 그대로 누워 곯아떨어진다. 《가난이 사는 집》을 돌아본다. 글쓴이는 ‘문재인 나라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부동산 정책을 망가뜨린 노릇’을 했다는데, 막상 아무것도 안 뉘우치는 듯싶다. 아니, 뉘우칠 마음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으면 입을 다물 텐데, 2023년 9월에 《부동산과 정치》라는 책을 또 썼다. 질기다. 끈질기다. 질린다. 지긋지긋하다. 지겹다. 핑계와 딴청이 가득한 채 입만 놀린들 무엇이 바뀔까? ‘부동산 대책·정책’을 읊는 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서울이나 서울곁(수도권)을 안 떠나고, 작은고을이나 시골에서 조용히 살림을 안 짓는다. 이녁 같은 이들이 서울 집값을 뒤흔드는 바람에, 이제 ‘시골 빈집’조차 ‘1억 원’을 아무렇지 않게 부른다. 미친나라이다. 잿집(아파트)을 그만 지어야 나라가 숨을 쉬고 살아날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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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4.


《몰리는 할머니가 좋아요》

 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18.7.21.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이틀을 쉬며 조금은 숨을 돌렸다. 지난 보름 사이에 눈붙일 틈이 없이 여러 고장을 오갔다. 가시아버지(장인)는 이제 하늘 품에 안겨서 느긋이 새길을 그리시겠지. 천천히 거닐고, 등짐을 질끈 짊어진다. 시골이더라도 읍내에서는 가을빛을 못 느끼지만, 마을에는 나락내음이 넘실거린다. 다만, 해가 갈수록 나락빛이 줄어든다. 할매도 할배도 들일을 하기 버겁고, 예전처럼 마당이나 길에 나락을 널어서 말리는 손길이 확 줄었다. 요즈막 시골은 흙수레(농기계)가 웬만한 일을 다 한다. 봄에도 가을에도 들에는 사람 그림자가 드물다. 밤하늘 별잔치를 누리면서 《몰리는 할머니가 좋아요》를 곰곰이 읽는다. 나이만 먹기에 할머니이지 않다. 어질고 참하면서 아름답기에 할머니이다. 나이만 먹으며 할아버지가 될 수 없다. 꼰대질을 버리고서 슬기롭고 착하면서 눈망울을 빛내기에 할아버지이다. 요새는 누가 할머니이고 할아버지일까? ‘국민연금·노인연금’을 받는 분은 부쩍 늘었는데, 얼마나 참하거나 착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젊은이는 어떤가? 젊거나 나이든 사람들 모두 얼마나 아름답게 말을 하고 살림을 짓고 생각을 나누는 하루일까? 어질기에 어른인데, 어질기보다 어리석고 철을 잊는 굴레이지 않은가.


#MollanOchMormor #LenaAnders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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